공존과 회피. 자연재해를 맞닥뜨린 인류의 선택지다. 인천 섬 지역 주민들은 높아지는 바다를 두고 지금까지 '공존'하는 방법을 택해왔다.
수위에 맞춰 월파벽을 올리고, 선착장을 높였다. 파도가 도로를 침범하고, 높아진 바다에 배 접안이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섬 주민들은 언제까지 응급처치로 시설물을 보강하며 자연재해에 적응해야 할지 근심이 날로 커진다.
섬 주민 A씨는 계속해서 덧대어 높이 올라가는 월파벽을 가리키며 “벽이 하늘 꼭대기까지 솟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어촌마을 특성상 바닷가에 거주지를 뒀지만 이제는 산 중턱으로 이주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털어놨다.
이들의 걱정거리는 인천 전체가 해야 할 고민이다. 섬 지역에 도래한 해수면 상승 문제는 단순히 섬만의 문제가 아니라 육지도 곧 당면할 문제다. 수위 상승은 한 지역에 국한돼 일어나는 것이 아닌 만큼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각계각층 전문가들에게 해양도시 인천이 앞으로 해수면 상승 문제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들어본다.
[인터뷰] 이관홍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
“해수면 상승, 지하수 수위에도 영향..
다양한 자료·연구에 관심 가져야”
“해수면 문제, 앞을 내다보고 대응해야 합니다.”
이관홍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내놓은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변동 분석'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사원은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동안 서해안 수위가 약 9.2㎝ 상승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해마다 평균적으로 3.07㎜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구의 온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 수치가 누적돼 더욱 해수면이 상승할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수면이 상승하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발표되고 있는 자료들의 수치는 과거부터 진행돼 온 흐름이다. 그런데 현재 지구 온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해수면 상승 문제 또한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수면 상승은 지하수 수위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하수 수위가 상승할 경우 폭우가 오면 침수뿐 아니라 배수관이 역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는 “최근 장마 기간 동안 여기저기에서 침수와 역류 등 현상을 볼 수 있었다”며 “해수면 상승은 지하수 수위에도 영향을 미쳐 도심 곳곳에 다양한 작용을 할 수 있다. 기후위기 상황에 따른 이런 현상은 앞으로 다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선제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미래세대가 앞으로 안고 갈 사회적 비용과 부담은 늘어난다. 인천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돌아보고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관홍 교수는 “해수면 상승 문제가 가시화 됐을 때 지자체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수위가 높아질 경우 기반 시설들이 대응되도록 설계가 돼 있는지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재 다양한 자료와 연구들이 부족하기에 관심을 갖고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 조경두 인천기후환경연구센터장
“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채비..
예산 투자도 선택과 집중 필요”
인천 지역의 해수면 상승 문제는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하면서 채비를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인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인천시 기후변화 리스크 분석 및 전략적 우선순위 선정' 보고서에 해수면 상승 문제는 장기적 연구와 모니터링이 필요한 위기로 꼽혔다. 이전까지 서해안은 동해, 남해와 비교해 해수면 상승 문제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 몇몇 상황들이 목격되고 있다. 이미 해안도로 침수 문제 등이 섬 곳곳에서 포착됐다.
조경두 인천기후환경연구센터장은 “동해나 남해와 같이 해수면 상승이 뚜렷하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서해안도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현장에서 물양장이나 해안도로가 예전과 달리 침수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니 높아진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가 자연현상에 의한 것인지, 매립 등으로 인한 해안선 변화의 영향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굵직한 현안 사업들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해수면 상승 등의 문제를 고려했을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인프라 사업들이 이뤄지는 섬들의 경우 경험적 대비가 최선인 상태다. 섬 주민들이 해수면 상승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이에 따른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는 “인천국제공항, 송도국제도시 등 큰 규모 사업들의 경우 초기부터 해수면 상승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기에 방비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섬 지역은 피해가 나면 벽을 쌓는 등 급급하게 대비를 하고 있다. 바다에 잠기고 있는 몰디브나 투발루 등 남태평양 섬들처럼 해수면 상승으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가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장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됨으로 중장기적인 시선을 가져야 한다.
그는 “우리가 지금 하는 적응은 기후가 바뀌어도 편리함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 재화를 쓰는 것인데 이것은 적응이 아니라 극복”이라며 “매년 쏟아붓고 있는 예산들을 비계획적으로 쓸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선택과 집중을 기조로 예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연식 인천시환경교육센터 팀장
“네덜란드처럼 적응하는 법 고민을
근본 해결책, 탄소중립 실천도”
“인천시민들은 산 위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해양도시에 사는 사람이기에 해수면 상승이 멀지 않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린피스 항해사로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환경 보호를 위해 활동했던 김연식 인천시 환경교육센터 팀장은 인천이 해양도시인 것을 지각하고, 해수면 상승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해수면 상승 문제는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크기 때문이다.
지표면이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는 관련 대응책을 꾸준히 마련해 실천해 오고 있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네덜란드는 2100년까지 1000억 유로를 투입해 해안 제방을 더 높이 쌓는 대책을 준비했다. 또 주요 도시에 새로 짓는 건물 1, 2층은 주로 주차장이나 상가 등을 배치하고, 하천에 접한 건물 1층은 아예 비워 놓기도 했다.
그는 “인천도 해양도시라는 점을 생각하고 네덜란드와 같이 해수면 상승에 적응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네덜란드처럼 둑이나 제방을 쌓는 기반 시설 공사도 진행돼야 하겠지만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한 탄소중립의 적극적인 실천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탄소중립 실천은 불편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 지구로 부터 받은 것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첫걸음이다.
그는 “우리 도시, 우리 지구를 마구마구 누리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지는 멋있는 사람이 돼 가는 과정이 탄소중립 실천”이라며 “좋은 사람, 좋은 삶이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하면 자연스레 실천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히 시작해야 한다. 내 손이 닿는 곳에 있는 탄소중립 방안을 하면서 자기만족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수면 상승이 우리와 멀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환경을 더는 훼손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특히 갯벌매립을 확장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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