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35℃' 웃도는 폭염특보
그늘 몰려 우산·텐트 폈지만
숨막히는 더위에 '탈 마스크'
대부분 1~2차 접종상태 불안
▲ 31일 오전 수원역 환승센터 고가도로 밑에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노숙인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생활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지난 29일 오전 11시쯤 수원역환승센터 주변에는 그늘막을 중심으로 노숙인들이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세워둔 텐트 10여개가 눈에 띄었다.

10년 가까이 인근에서 노숙 생활 중인 김모(45)씨는 최근 수원역 앞 광장에서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지난해부터 역전 광장에 머물던 노숙인들 가운데 종종 확진자가 발생한 데다, 최근 찌는 듯 한 더위까지 더해져 뙤약볕에 머물기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그나마 햇볕이 덜 들고 그늘지는 환승센터 1층으로 노숙인들이 몰리고 있다”며 “사람들이 몰리니까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더 챙겨 쓰고 있다” 설명했다.

2년째 노숙 중인 표모(72)씨도 한 눈에 보기에도 답답해 보일 정도로 긴 소매의 카디건을 걸친 채 땀을 식히고 있었다.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우산 7개로 만든 임시 거처는 강렬한 여름 볕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표씨는 “날이 너무 덥다보니 땀이 자꾸 나고, 땀나도 씻을 곳이 마땅치 않아 문제”라며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관리 직원이 없을 때 수원역 화장실에서 몰래 씻고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체감온도 35℃를 웃도는 폭염에 코로나19 재유행까지 겹치자 경기지역 거리 노숙인들이 이처럼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폭염 대비 물품 지원 및 시설 입소 노숙인 대상 백신 접종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섰지만, 거리 노숙인은 일부 지원에서 배제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31일 기상청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 25일 장마가 끝난 직후부터 경기지역 대부분의 시·군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 수원시 등을 중심으로 일 평균기온이 26.7℃(25일), 28.3℃(26일), 28.7℃(28일)까지 올랐다.

지난 30일 역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일 최고기온은 33.9℃, 체감온도는 35℃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온도 35℃는 민소매나 반바지, 반팔 등의 옷차림이 추천되는 기온으로, 더위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어지럼증이나 발열, 구토, 근육경련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온열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노숙인들은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도 사회·의료 안전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29일 수원역 인근에서 만난 5명의 노숙인 중 백신접종을 3차까지 맞은 노숙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1~2차 접종만 한 상태인 데다, 일부는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환승센터 휴게시설을 이용하기도 했다.

위기에 처한 노숙인들을 위해 도내 31개 지자체는 각각 현장 대응반을 투입해 노숙인 밀집 지역 순찰 및 냉수, 쿨 토시 등 폭염 대비 물품 지원, 폭염특보 발효 시 일 2~3회 건강 상태 체크 등 폭염 대비에 나섰다.

또, 지난 18일부터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를 포함한 노숙인 생활시설 입소자 등을 대상으로 4차 백신접종 지원에 나섰지만, 거리 노숙인은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많이 밀집하는 수원시와 성남시 등을 중심으로 일부 지자체에서 거리 노숙인에 대한 4차 백신접종 지원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거리 노숙인들은 정보 얻기가 어려워 접종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어 “노숙인자활센터 등 현장에 나가 무료 식사 등을 하러 오는 노숙인 및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현장 접종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