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높아진 바닷물 습격…섬 사람들 “파도가 날아다닌다”

 

해수면 이대로라면…인천, 여의도 150배 땅 침수

그린피스 기후위기 분석 결과

여의도 150배 땅(462.02㎢)

해수부, 온실가스 못 줄이면
韓 평균 73㎝ 가량 상승 경고

성인 키보다 높은 월파벽 너머
집까지 바닷물 들어오기도

이관홍 교수 “바다 품은 인천
위기 대응, 지자체 관심을”

연평도 당섬 선착장에 쌓여있는 테트라포드(TTP). 이 구조물은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파도를 막기 위해 설치됐다. 강한 에너지를 갖고 오는 큰 파도의 힘을 분산시켜 피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바다가 높아진 정도를 TTP로 확인이 가능하다. 짙은 색을 보이는 TTP까지 바닷물이 차올랐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연평도 당섬 선착장에 쌓여있는 테트라포드(TTP). 이 구조물은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파도를 막기 위해 설치됐다. 강한 에너지를 갖고 오는 큰 파도의 힘을 분산시켜 피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바다가 높아진 정도를 TTP로 확인이 가능하다. 짙은 색을 보이는 TTP까지 바닷물이 차올랐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바다가 심상치 않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파도는 거세지고, 땅은 조금씩 삼켜지고 있다.

31일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2100년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평균 해수면이 최대 73㎝가량 상승할 수 있다.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을 경우 최근 30년간(1990∼2019년) 약 10㎝ 상승한 것에 비해 해수면 상승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린피스도 지금 같은 기후 위기 상황이 계속되면 인천을 포함한 바다와 인접한 연안지역 일부가 침수 피해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린피스가 미국의 기후변화 연구 기관인 클라이밋 센트럴의 (Climate Central)'의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인천은 여의도 면적의 150배 수준인 462.02㎢가 침수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인천 섬 지역 곳곳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문제들이 포착되고 있다. 섬 주민들의 보금자리까지 위협 중이다. 지자체에서 월파벽을 높이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꾸준히 상승하는 해수면을 고려할 때 난감한 실정이다.

옹진군 소청도 주민 김모(67)씨는 “이전과 다르게 파도가 크게 치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며 “우리 집을 지켜주는 월파벽은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인데, 그걸 넘어서 집 현관까지 바닷물이 밀려들어 오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털어놨다.

국내외 연구진들도 높아지는 수위를 놓고 끊임없이 경고 중이다. 기후 위기 상황을 생각했을 때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관홍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인천이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것은 바다를 품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인천은 기후 위기 상황에서 해수면 상승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곧 다가올 해수면 문제 대응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인천일보는 인천 앞바다 섬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해수면 상승 문제에 주목한다.

3편의 기획기사를 통해 해수면 상승에 따른 섬 주민들의 생활변화를 들여다보고 해수면 상승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한편 당장 우리가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평생을 바다와 함께한 사람들이 있다. 바다에서 태어나고 자라 그곳에서 사는 섬사람들.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바다의 움직임을 가장 신속하게 포착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바다는 생계를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인 동시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수 있는 무서운 존재다. 섬 지역 사람들은 삶터이자 일터인 바다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눈치채고 있다. 기후위기가 곧 재난으로 이어지는 현장을 목격 중이다.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소청도와 연평도. 그리고 육지와 가까운 영흥도 등에 사는 주민들이 마주한 예년과 다른 바다 이야기를 들어본다.

 

[옹진군 소청도 노화동 월파벽 속수무책]

파도가 육지 넘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월파벽 … 파도 넘는 횟수 점점 늘어
바람 부는 날이면 총알같이 쏟아지는 자갈들로 잠못 이룬지 오래

▲ 파도가 육지로 넘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소청도 월파벽. 파도가 월파벽을 넘어 인근 민가에 피해를 주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 파도가 육지로 넘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소청도 월파벽. 파도가 월파벽을 넘어 인근 민가에 피해를 주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목격자1. 파도를 마주한 소청도 노화동 사람들

'파도가 성인 키보다 높은 월파벽을 넘었다. 섬이다 보니 바람이 크게 불고 물이 많이 밀려오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다. 하지만 파도가 월파벽을 넘는 횟수가 하루에서 한 달, 일 년으로 점점 늘어났다.'

서해 최북단 인천 옹진군 소청도 노화동 마을 이야기다.

실거주자가 30여명 남짓밖에 안 되는 작은 어촌마을 노화동은 해안가를 따라 집들이 형성돼 있다. 서로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어울려 살아가는 노화동 주민들은 유일하게 바다와 담벼락을 세웠다. 하늘로 곧게 뻗어있는 담벼락의 정식 명칭은 월파벽. 파도가 육지로 넘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이 기능은 바다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바다가 한번 넘었던 담은 공략하기 쉬워졌다.

이용희 소청도 어촌계장은 “파도가 사람 키보다 높은 월파벽을 넘어 인근 민가에 피해를 주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며 “아무래도 해수면 상승으로 이런 문제들이 일어나는 것 같은데 노화동은 월파벽과 인접해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파도와 함께 자갈들도 집을 덮치기 시작했다. 큰바람이 부는 날이면 파도와 자갈들이 지붕 위로 쏟아진다는 게 노화동 주민들의 증언이다. 총알같이 쏟아지는 자갈들로 잠 못 이룬지 오래다. 주민들은 일기예보를 보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문단속을 한다.

김모(67)씨는 “파도가 크게 치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자갈들이 지붕 위로 쏟아지는데 그 소리가 무서워 잠을 자지 못할 정도”라며 “이웃집 주민들이랑 산 중턱에 있는 대피소로 가 밤이 지나기만을 기다린 적도 있다. 옛날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파도가 훨훨 날아다닌다”고 호소했다.

 

[상습침수구역 된 연평도 해안도로]

날이 좋지 않으면 어김없이 침범 … 주민들 산으로 다녀
한차례 높인 월파벽, 다시 높여야 하나 고민

▲ 높아진 수위에 바람까지 크게 불면 연평도 도로변은 파도로 흠뻑 젖는다. 주민들은 이곳을 '상습침수구역'으로 부른다.
▲ 높아진 수위에 바람까지 크게 불면 연평도 도로변은 파도로 흠뻑 젖는다. 주민들은 이곳을 '상습침수구역'으로 부른다.

#목격자2. 바다를 피해 산길로 다니는 연평도 주민

'원래 무릎보다 조금 높았던 월파벽을 허리까지 높였다. 그래도 날이 좋지 않으면 어김없이 해안 도로 곳곳에 파도가 침범하곤 한다. 이동할 길이 끊기자 주민들은 산을 오른다.'

북한과 인접한 대연평도 주민들이 궂은 날씨에 겪는 일상이다.

높아진 수위에 바람까지 크게 불면 발전소 인근 도로변은 파도로 흠뻑 젖는다. 이 도로를 통해야 옆 마을로 이동이 가능한데 넘실대는 파도 때문에 주민들 발은 꽁꽁 묶인다. 어느 날부터 이곳은 주민들에게 '상습침수구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면사무소는 안전사고 우려로 침수가 될 때면 바리케이드를 설치한다. 이동을 해야만 하는 주민들은 길을 찾아 산을 올랐다. 낮은 산이긴 하지만 오르다 보면 금세 땀방울이 맺힌다.

문모(62)씨는 “파도가 치는 날이면 상습침수구역은 위험해서 이동이 제한된다”며 “옆 마을로 가야 하니 산길을 통해 이동하는데 10분이면 도착할 것을 20분이나 걸려 도착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발전소 앞 말고도 다른 곳도 파도가 넘치는 일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닷물이 범람하고 나면 도로에 자갈이랑 조개껍데기가 가득한데 이걸 치우는 것도 일”이라며 덧붙였다.

▲ 소청도 월파벽.
▲ 소청도 월파벽.

발전소 앞 월파벽은 한 차례 높였지만 다시 높여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해수면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월파벽을 계속 높일 수만은 없어서다. 옹진군은 주민들 민원을 접수하고 지난 2020년 170m 달하는 구간의 월파벽을 0.5m 높인 바 있다.

방지현 전 군의원은 “이 구간은 월파벽을 한번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월파를 하는 상황”이라며 “자연재해는 계속될 텐데 이에 대한 대응은 급급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해수면 문제를 위해 체계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수면 상승에 선착장과 떨어져서 배 접안]

과거에는 생기지 않던 물웅덩이가 만들어지고, 금방이라도 바닷물이 넘어올 듯

▲ 대청도 어민들은 해수면 상승을 고려해 선창과 떨어진 곳에 배를 접안한다.
▲ 대청도 어민들은 해수면 상승을 고려해 선창과 떨어진 곳에 배를 접안한다.

#목격자3. 아슬아슬 선착장, “배가 기울어진다”

'바닷물이 많이 들어오는 날이면 영흥대교 아래에 물 웅덩이가 생긴다. 그럴 때면 선주들은 낚싯배를 선착장에 바짝 대지 않고 바다에 묶는다. 선착장과 수위가 같아져 배가 옆으로 쓰러지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영흥도 선주들이 최근 들어 해수면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 과거에는 생기지 않았던 물 웅덩이가 만들어지고, 바닷물이 금방이라도 선착장으로 넘어올 모양새다. 오랫동안 바다를 지켜오던 나이가 지긋한 어민들은 10년에 1m씩 수위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증언했다.

영흥 선주 강모(42)씨는 “40년을 이곳에서 살고 있는데 과거와 달리 지금 바닷물이 들어오는 게 확연히 달라졌다”며 “해마다 조금씩 오르는 걸 체감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정확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저 해수면 상승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를 선착장에 가까이 대지 않는 등 경험적 대비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끔 기사들을 보면 몇 년 후 육지가 잠길 수 있다는데 연안 지역, 특히 섬 지역은 그 피해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으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은 영흥도뿐 아니라 다른 섬에서도 흔한 풍경이 되고 있다. 대청도 어민들도 해수면 상승을 고려해 선창과 떨어진 곳에 배를 접안한다. 배가 바다에 떠밀려가지 않도록 육지와 밧줄로 연결한다.

범람으로 최근 선착장을 높이는 공사를 진행했지만 바닷물이 높은 상태가 꾸준히 이어져 어민들의 걱정은 크다.

주영철 대청도 어촌계장은 “배를 선창 가까이 접안한 상태에서 수위가 높아지면 배가 고꾸라질 수 있어서 멀리 접안한 상태”라며 “선착장을 높이는 공사를 진행해 이전처럼 물이 넘치지는 않지만 수위가 간당간당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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