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 경찰을 떠올렸을 때 드는 느낌이다. 누군가 숨어 있을 것 같은 어두컴컴한 골목길도 제복을 입은 경찰관 2명이 지나가면 평온을 찾게 된다. 경찰법(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 '경찰의 임무' 맨 위에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실제 인천에서는 고 정옥성 경감이 2013년 3월1일 강화군 외포리선착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물에 뛰어든 40대 남성을 구하려 바다에 몸을 던지는 살신성인 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경찰이 우리의 안전과 행복한 삶을 위해 치안 현장의 최일선에서 매 순간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자랑스러운 경찰이, 정확히는 14만명 경찰관들이 요즘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문제 때문이다. 행안부는 경찰국 신설 이유에 대해 민정수석과 치안비서관 폐지로 경찰을 지휘·감독할 최소한의 조직을 신설해 경찰에 관한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려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파출소 막내 순경부터 경찰서장인 총경까지 경찰국을 '경찰 통제기구'로 바라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행안부가 경찰의 각종 권한을 관리·감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예산권 문제다. 경찰이 새 경찰서를 짓기 위해선 가장 먼저 행안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경찰서 신설 계획은 행안부를 통과하더라도 기획재정부와 국회 심의를 거쳐야 최종 확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행안부가 원활한 치안행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장 직급이 차관급에 불과한 점도 경찰국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경찰국장이 경찰청장보다 지위가 높은 행안부 장관 비호 아래 경찰의 모든 정책과 예산, 인사 등에 간섭하고 개입할 여지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경찰은 검찰의 수사권 일부를 넘겨받은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다. 새롭게 바뀐 체질을 안정화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과연 경찰국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오히려 수사권을 쥔 경찰을 입맛에 맞게 통제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경찰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경찰국 신설 추진을 두고 '합리적 명분이 없다', '졸속 추진이다', '경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첫 전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 문제에 14만 경찰과 국민의 70%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전국 경찰서장들이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기 위해 이달 23일 한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그러자 정부는 총경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국기 문란'이라고 질타했고, 강력한 압박감에 짓눌린 경찰들은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경찰들이 더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힘이라도 합치면 큰 힘이 됨을 이르는 '적우침주(積羽沈舟)'처럼 14만 경찰이 하나가 돼 '경찰 독립'을 외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945년 경찰 창설 이래 8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정부 통제에서 벗어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고 독립성과 중립성을 더 강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현정권은 명분이 없는 데다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한 경찰국 신설보다 윤 대통령의 경찰 지위 격상 및 독립성 강화 공약부터 이행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

 

/박범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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