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욱 사회부 기자
▲ 이창욱 사회부 기자.

우리 사회는 느리지만 항상 진보해 왔다. 신분제가 폐지되면서 평등한 사회로 한 걸음 내딛었고, 독재를 끌어내리고 민주화 시대를 열었다. 여전히 불평등과 보이지 않는 신분제 속에 살고 있는 오늘날이지만 우리 사회는 묵묵하게 진보를 향해 뚜벅 뚜벅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계가 마치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징후들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지난 26일 인천 이마트연수점에 한 무리 노동자들이 모였다. 피켓을 든 이들은 인천과 부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를 온라인 국민투표에 올린 것에 반발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이들이다.

2011년 관련 법 개정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24시간 업무를 제한하고 월 2회 빨간날 강제로 쉬도록 하는 제도다. 의무휴업일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도 있지만 기계처럼 일하던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보호하자는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우리 사회 진보의 징표 중 하나다. 결국 의무휴업일 폐지는 시계를 약 10년 전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경찰 조직도 뒤숭숭하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1991년 외청으로 독립한 경찰 조직을 행정안전부 품 안으로 넣으려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내무부 품 안에서 정권에 위협이 됐던 인물들을 미행·감시하고 고문하던 시절 경찰 조직의 외형이다. 시계를 30년 전으로 돌리지 않기 위해 인천 경찰을 포함한 전국의 경찰관들이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나아가려는 힘과 되돌아가려는 힘, 권력의 균형추가 무너질 때 때론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기도 하지만 언제나 우리 사회는 그 중간 어느 지점에서 현명한 결과물을 찾아냈다.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이 지금 그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나 위기였다. 그래도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이창욱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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