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마츠 켄의 대표작 <러브히나>(한국판 제목 <러브 인 러브> 1권 표지

일본의 제26회 참의원 선거가 지난 7월10일 진행되었다. 결과를 보면 집권 여당이었던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이 전체의 과반을 넘는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이 선거에서 단연 오덕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소식이 있다면, 바로 '만화가가 참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되었다'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아카마츠 켄. <러브히나> <마법선생 네기마> 등 한국에도 작품 대부분이 번역되어 소개된 유명 작가다. 일본만화가협회의 이사로서 활동하며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표현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어 왔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 받는 문제로는 일본이 댈 바 못 되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만화계 인사들 사이에서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이 돌곤 했다. 만화 탄압이 일상이었던 시기의 난맥상을 해결해 보고자 하는 만화계의 열망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일본이 그 꿈을 먼저 현실화한 셈이지만 안쪽을 들여다 보면 마냥 좋아 보이질 않는다.

일단 구성원들의 기저에 깔린 발상이 표현의 자유와 맞질 않는다. 아카마츠 켄과 표현의 자유라는 화두에서 동지 격이라 할 같은 당의 야마다 타로조차 막상 일본의 전쟁범죄라 할 일본군 '위안부'를 형상화한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전시 <표현의 부자유전> 관련해서 되레 '표현이 마음에 안 든다'는 목소리를 낸 전적이 있을 지경이고, 이 전시를 훼방 놓은 사람도 자민당 출신인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다. 그뿐이랴? 악명 높은 만화 규제 조치인 도쿄도 조례를 내어놓았던 소설가 출신 망언 제조기 고 이시하라 신타로도 자민당이었다.

물론 실질적인 힘을 얻기 위해 방향이 다른 당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아카마츠 켄이 내어놓는 표현의 자유는 실제로는 일본 사회가 불편해하는 작품을 '가리려는' 종류의 압력을 향하기보다 '캐릭터를 성적으로 표현할 자유'를 향해 있으며, 그 자신도 심지어 비판자들을 향해 '지나친 젠더론' 같은 소리를 뱉고 있다.

즉 '아카마츠 켄 의원'은 정말로 표현의 자유가 적용되어야 할 지점에선 지극히 자민당식 극우 노선에 편승한 채 가상 캐릭터를 성적으로 표현할 자유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포인트가 적잖게 엇나가 있는 셈이라 난감하지만, 심지어 그 정도 주장조차 과연 전쟁 가능한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개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자민당 내에서 비레 초선이 얼마나 우선순위를 부여받을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그러니 그의 당선은 그다지 부러울 게 못 된다. 좀 더 나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입지에 한계가 큰 비례 초선을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재선 이상 국회의원 대상 입법 로비와 진흥기관의 건강한 행정적 지원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전 업계인 단위의 관심 속에 펼쳐야 한다. 따라서 기왕 제정한 상태인 만화진흥법의 개정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국내 유일 만화 전문 진흥 기관을 정상화하는 데에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