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지혜 사회부 차장.<br>
▲ 장지혜 문화부장.

인천 중구 신포로 중구청 밑으로 인천 아트플랫폼에 닿기까지 골목골목에 흥미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실험적이면서도 제대로 된 미술관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우선 개항박물관 맞은편 기존에 있던 도든아트하우스 기점으로 참살이미술관과 이 거리에서 골목 하나를 지나 100m 떨어진 곳에 최근 갤러리 벨라가 생겼다. 인근 차(茶) 스튜디오와 임시공간, 관동갤러리까지 갤러리들이 점을 이어 벨트가 형성된다.

원래 자리 잡고 있던 미술관에 더해져 신생 갤러리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이 현상은 무슨 세력이 작용하기라도 한 듯 아니면 정책에 따른 계획 사업이기라도 하듯 확실한 바람이다.

그러나 실제 갤러리에 다녀보니 저마다의 사연과 의미를 가지고 자생했을 뿐이었다. 최근 문을 열고 개관 전시회를 한 갤러리 벨라는 서양화가 이춘자씨가 대중과 예술작품을 나누고 싶어 건물을 물색했다. 그저 신포동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 했고 그러다가 매물로 나온 가정집을 갤러리로 만들었다.

인천 작가들에게 창작 활동의 장을 열어주고자 한 예술가가 나선 사례도 있다. 차(茶) 스튜디오는 박기원 작가가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채 버려진 건물을 사들여 예술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오래전에 중국 차(茶) 관련 제품을 팔던 곳을 개조했다 해서 '차(茶) 스튜디오'라고 명명하고 수준 높은 전시회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참살이미술관은 올해 3월 1층에 중국음식점이 있는 건물 위층에 개관하더니 지금까지 김정열 작가 개인 초대전을 시작으로 강선기, 오현주, 신은섭, 이현주, 최원숙, 최주석, 한윤기, 김현기, 서정철, 김형기, 명노선, 박재만, 류흥렬, 이순자수산나 작가 등 한국화와 서양화 인천 향토 작가들의 초대전을 이미 마쳤다. 여기에 디지털 전시장을 갖춰 휴대폰 앱으로 이들 작가의 전시품을 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자와 예술가들의 가교 구실도 도전 하고 있다.

이런 식의 개인적 배경이 신포동에 동시 다발적으로 형성된 건 우연이겠으나 결과만 놓고 보면 무브먼트의 요건을 갖췄다 할 만큼 집단적이다.

자연스럽게 서울 인사동이 그려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모인 거리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이 집약되고 창작과 소비가 활발히 일어나는 인사동과 같은 모습이다.

게다가 신포동은 개항장의 정취와 차이나타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이색 박물관들이 즐비한 곳이다. 문화예술의 복합 콘텐츠를 누리기에 손색없는 기본기를 충분히 갖췄다. 언제부턴가 유행처럼 갖다 붙이는 'OO문화의 거리'가 여기에만은 딱 맞는 말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6·1 지방선거 제2호 공약으로 문화예술 예산 확대를 꼽으면서 '문화와 예술이 일상이 되는 도시 인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화예술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K-콘텐츠 월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 예산 비율을 1%대에서 3%대로 높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문화예술 예산을 단계적으로 증액해 임기 내에 3%대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공언한 이 예산은 하드웨어를 조성하고 새로운 정책을 고안하고 기존의 문화예술 활동을 한 단계 도약하는데 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이렇게 민간 영역에서 파도가 일렁이듯 당연한 이치로 만들어진 '자연산'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일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도 중요하지만 기왕에 만들어진 유형의 움직임에 공적 자금을 투입해 저변을 확대하는 것만큼 효과적일까.

문화예술 분야만큼은 척박하다는 인천의 오래된 불명예가 인사동을 능가하는 가능성으로 사라지기를, 인천 신포동 거리에서 기대해 본다.

/장지혜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