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26일에서야 '국회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회'가 겨우 짜졌다. 국내 첫 환자(중국인) 발생 39일이 지나서였다. 벌써 세상은 신종 감염병의 공포에 짓눌린 참이었다. 신규 확진자 16만6209명(누적 확진자 283만1283명), 사망자 112명(누적 사망자 7895명). 코끝에 걸린 일상의 재채기조차 눈총에 걸려 목청 너머로 삭혔다. '밤새 안녕'에 가슴도 쓸어내렸다. 생사의 혼돈 속에서도 생명은 삶을 향해 아우성쳤다.
허나 그해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건강'과 '안전'이라는 시민의 언어가 없었다. 여야는 특위 구성의 때를 놓친 채 감염병 이름에 '우한'을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언어의 줄다리기에 매달렸다. 중국인 입국 허용의 잘잘못을 총선 판의 득실로 잇대려는 노림수였다.
같은 해 6월16일 정부는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공적 마스크 제도개선안을 내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발표에서 '침방울' 대신 '비말 차단용 마스크'라고 표현했다. 국립국어원의 새말모임(그해 2월24~27일)에서 재난 보도에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꿔 쓰자는 제안으로 '침방울'이 어렵사리 자리를 잡아가던 때였다. 주무부처장의 한마디에 '침방울'은 '비말'의 기세에 눌렸다. 시민의 언어는 침방울이 코로나19를 옮긴다는 사실에 있지, '침방울=비말'이라는 권위에 찬 비슷한 말 찾기가 아닌데 말이다.
코로나19의 언어는 재난에 무르기 마련인 낮은 자의 편이 아니었다. 코호트격리(동일집단격리), 진단키트(도구), 에페데믹(유행), 팬데믹(대유행), 드라이브스루(승차진료)… 누군가에는 익숙하지만 누구에게나 쉬운 말이 아니었다. 어려운 말에 소외되고, 그래서 재난에 비켜날 수 없는 언어의 벽에 갇힌 이들을 보듬지 못했다.
제몸을 던져 공간을 나누고 차이를 두되 이쪽과 저쪽을 갈라 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소사나무 방풍림 처럼 시민의 언어로 소통을 여는 일, 인천일보의 길이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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