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사나무처럼 든든한 버팀목 되겠습니다 인천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 소사나무 숲. 소사나무는 키가 작고 휘어진 몸통 탓에 목재로는 못 쓰고 주로 땔감으로 사용했다. 구불구불 제멋대로 크는 소사나무는 섬사람들에게 고마운 존재였다.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겨울에는 모래 바닷바람을 막아준다. 150년 전 섬사람들의 수고로 다져진 이 인공의 소사나무 숲은 공간을 구획하고 차별화하되, 분절시키거나 제거하지 않는다. 얼기설기 자라는 소사나무는 분열을 화합으로, 충돌을 화해로 승화시킨다. 그래서 소통의 기능을 완성한다. 오랜 세월 묵묵히 한자리를 지켜온 소사나무 방풍 숲처럼 인천·경기 사람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2020년 2월26일에서야 '국회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회'가 겨우 짜졌다. 국내 첫 환자(중국인) 발생 39일이 지나서였다. 벌써 세상은 신종 감염병의 공포에 짓눌린 참이었다. 신규 확진자 16만6209명(누적 확진자 283만1283명), 사망자 112명(누적 사망자 7895명). 코끝에 걸린 일상의 재채기조차 눈총에 걸려 목청 너머로 삭혔다. '밤새 안녕'에 가슴도 쓸어내렸다. 생사의 혼돈 속에서도 생명은 삶을 향해 아우성쳤다.

허나 그해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건강'과 '안전'이라는 시민의 언어가 없었다. 여야는 특위 구성의 때를 놓친 채 감염병 이름에 '우한'을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언어의 줄다리기에 매달렸다. 중국인 입국 허용의 잘잘못을 총선 판의 득실로 잇대려는 노림수였다.

같은 해 6월16일 정부는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공적 마스크 제도개선안을 내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발표에서 '침방울' 대신 '비말 차단용 마스크'라고 표현했다. 국립국어원의 새말모임(그해 2월24~27일)에서 재난 보도에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꿔 쓰자는 제안으로 '침방울'이 어렵사리 자리를 잡아가던 때였다. 주무부처장의 한마디에 '침방울'은 '비말'의 기세에 눌렸다. 시민의 언어는 침방울이 코로나19를 옮긴다는 사실에 있지, '침방울=비말'이라는 권위에 찬 비슷한 말 찾기가 아닌데 말이다.

코로나19의 언어는 재난에 무르기 마련인 낮은 자의 편이 아니었다. 코호트격리(동일집단격리), 진단키트(도구), 에페데믹(유행), 팬데믹(대유행), 드라이브스루(승차진료)… 누군가에는 익숙하지만 누구에게나 쉬운 말이 아니었다. 어려운 말에 소외되고, 그래서 재난에 비켜날 수 없는 언어의 벽에 갇힌 이들을 보듬지 못했다.

제몸을 던져 공간을 나누고 차이를 두되 이쪽과 저쪽을 갈라 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소사나무 방풍림 처럼 시민의 언어로 소통을 여는 일, 인천일보의 길이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