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청년의료인회 39명, 십시일반 시작
1989년 작은의원 설립…2013년 조합 전환
현재 의원·한의원·치과·검진센터 등 운영
3200가구 조합원, 병원 운영비 모두 충당

코로나19 백신 접종·신속 검사 등 서비스
어르신 가정 방문…의료 사각지대 돌봄

우리건물 갖기 출·증자 캠페인 7억원 모아
11월 더 쾌적한 공간으로 이전·개소 추진
▲ 인천평화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건강검진센터./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코로나19를 계기로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의료 사회적협동조합'이 주민 건강 증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에서는 '인천평화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이 감염병 대응부터 치료, 건강 검진, 예방 교육 등을 진행하며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고 건강권을 촘촘히 지키기 위한 활동들을 펼쳐 나가고 있다. 감염병 위기 상황이 일상화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의료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면서 '건강한 마을을 스스로 만든다'는 새로운 의료 체계가 지역 곳곳에서 자리 잡아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인천평화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의원.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인천평화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의원.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주민 스스로 만드는 건강한 마을

부평구 부개동에 자리 잡은 인천평화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인천평화의료사협)은 3년에 걸친 코로나19 유행 때 공공의료와 지역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건강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의료 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 주민이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진료뿐 아니라 소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단체로 병원 운영비는 조합원이 모은 돈으로 충당한다.

조합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예방 접종부터 신속 항원 검사, 비대면 및 대면 진료 등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의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방문 의료 서비스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접촉이 줄어 영양 결핍이 우려되는 어르신들을 위해 매주 밑반찬과 영양 간식을 챙겨 어르신 가정을 방문하는 노인 돌봄 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인천평화의료사협 활동은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인천뿐 아니라 전국에서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하던 상황에서 조합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민들 건강을 지켰다.

주민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인천평화의료사협 시작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인천평화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부개역 인근 치과.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당시 취약계층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근로자를 위한 병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기독청년의료인회 39명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작은 의원을 설립했다. 이후 의원을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을 하다 주민과 의료인이 함께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2013년 의료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전환을 시도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현재 인천평화의료사협은 3200가구 조합원과 함께 의원·한의원·치과·검진센터·노인복지센터·가정 간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원숙 인천평화의료사협 전무이사는 “의료 사회적협동조합이 기존 병원과 구별되는 점은 과잉 진료를 지양하고 질병 예방과 조기 치료에 힘쓴다는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건강 관련 정보를 얻고 관리를 하려면 병원 문턱을 낮춰야 하고, 운영에도 주민들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인천평화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우리건물 갖기를 위한 출자·증자 현황판.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인천평화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우리건물 갖기를 위한 출자·증자 현황판.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건물 이전으로 더 나은 서비스 제공

인천평화의료사협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플 때는 병원에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천평화의료사협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속 진료뿐 아니라 건강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활동을 추진하고, 조합원들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체조 및 평화 노래교실 등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건강 관련 소모임도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형태로 진행되며 질병 예방에 힘썼다.

또한 조합원들의 건강 증진 활동과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장애인, 노인을 대상으로 건강 상담 등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올해 11월 노인주간보호센터 사업을 통해 건강 돌봄 사업도 확대할 구상이다.

인천평화의료사협은 지속 가능한 성장도 꿈꾸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보다 깨끗한 의료 환경을 제공하고 통합 운영을 통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 건물 갖기' 출자 증자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필요 예산 40억원 중 7억원가량을 조합원들 출자를 통해 확보했고, 올해 11월 인근 일신동으로 건물을 이전·개소할 예정이다.

박양희 인천평화의료사협 이사장은 “해마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을 때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고 시설이 낡아 앞으로는 주차장이 포함된 쾌적한 시설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사회 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자산화가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져 건물 이전·개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1월 쾌적한 진료 환경과 공간을 확보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회진 기자·이나라 수습기자 hijung@incheonilbo.com


 

[인터뷰] 박양희 인천평화의료사협 이사장

“공공·민간의료기관 협력, 건강 취약층 혜택”

인천의료원과 협약 사업 논의…방문 진료도

▲ 박양희 이사장./정회진 기자·이나라 수습기자 hijung@incheonilbo.com

“지역사회에서 돌봄 사업을 진행하는 공공·민간의료기관 간 협력 체계가 갖춰지면 결과적으로 지역 주민, 특히 건강 취약계층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박양희 인천평화의료사협 이사장은 최근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공공·민간의료기관 간 협력 체계가 이뤄질 때 빈틈없는 방역과 의료 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의료와 안전, 돌봄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공공보건의료가 확대돼야 하고, 의료기관 간 효율적 협력 체계도 갖춰져야 한다”며 “공공의료기관 수도 많아지고 만성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건강생활지원센터 등이 추가로 설치돼 지역 주민을 더 밀착 관리하는 공공의료 체계가 구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인천평화의료사협은 인천의료원과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연결 체계를 논의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박 이사장은 “인천의료원과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공동 사업은 없지만 긴급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거나 방문 진료가 필요한 경우 인천의료원에 의뢰해서 의료적 지원이 이뤄졌던 경우가 있었다”며 “인천의료원과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그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돌봄 서비스를 받던 한 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 그 이후에 그의 며느리가 '감사하다'며 조합에서 봉사를 시작했던 사례가 있었다”며 “지역마다 건강생활지원센터 등이 있긴 하지만 더 많이 생겨서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기 쉬운 공공의료 체계가 갖춰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회진 기자·이나라 수습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