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보복'·'양극화'가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
정당, 국민 전체 아우르기 보다 극렬지지층 중심
정치 개선하려면 유권자의 '지속적 목소리' 필요
▲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결의 정치, 보복의 정치, 양극화의 정치가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입니다”고 말했다. /인천일보DB

“대결의 정치, 보복의 정치, 양극화의 정치가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입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주한 미 대사관이었던 그레고리 핸더슨은 한국 정치를 '회오리 정치'라고 표현했는데 현재는 그 이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선거·정당·의회·정치제도·민주화 등 비교정치학을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다. 2015년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우리나라 정치를 진단하며 정계 안팎에서 자문 역할을 하는 대표적 인물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부터 현재까지 정치를 살펴보면 대화도 없고 양보도 없다. 오로지 반대를 위한 반대 문화만이 강해지고 있다”며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달아 치러지면서 이러한 행태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대선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선거 과정에서 '지방자치'나 '지방 분권'을 찾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지방선거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지방정부 구성에 초점을 두고 선거가 치러진 것이 전혀 아니었다”며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양극단의 선거가 치러졌다. 이 때문에 중도는 없는, 제3당은 없게 된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지방자치 시대 흐름을 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선거가 끝난 이후인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임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을 무작정 뒤집으며 혼선을 빚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지자체장이 연임을 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지자체장은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거나 보완하기보다 보복을 위해 뒤집곤 한다. 과거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비롯해 남경필 지사 등 대부분의 지자체장이 그랬다”며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결, 보복의 정치 문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이러한 문화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최근 일본의 아베 전 총리 사태가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당의 책임이 크다고 봤다. 권력 투쟁에만 몰두해 갈등을 조장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 교수는 “정치가 권력을 잡고 집권하는 것이 목표이긴 한데 정당이 국민 전체를 아우르기보다 절반을 조금 넘도록, 극렬 지지층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며 “여기에 정당이 너무 휘둘리면서 본연의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피해는 다수의 유권자가 보게 된다. 어떤 현안에 대한 정당의 정책과 입장을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다”며 “선거 이후에도 정치인들이 공약을 파기하거나 후퇴한다면 그 역시 유권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이 대화하고 타협하고 양보하는 정치를 보여야 유권자가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해결책이 수도 없이 제시됐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긴 하지만 제도를 바꾸기가 국회 상황상 쉽지가 않다. 의원들이 움직이질 않는다. 이전에 어찌 됐든 선거제도도 바꿔봤으나 달라진 게 크게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이 교수는 유권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당이든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확실히 할 수 있는 건 유권자뿐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대의민주주의상 유권자는 문제를 일으킨 정치인을 대상으로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투표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며 “정치 문화를 개선하려면, 우리나라 정치에 대화·타협·양보 문화를 좀 더 만들려면 정치인들에게 혹은 정당에 유권자가 이렇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나아가 정부나 국회가 위법에 해당하는 관행들이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유권자들이 투표뿐만이 아니라 지속해서 목소리를 낸다면 우리나라 정치는 빠르게 진일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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