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에 경계석 붕괴…복구 시급
산사태·매몰 우려 불안감 가중
남동구 '위험지역' 지정 추진 중
구 “국·시비 받아 근본적 보수”
“비가 많이 오면 옆 동에 사는 아는 언니네는 딸네로 가버려요. 무서우니까.”
열대지역에서나 볼 수 있었던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면서 산을 끼고 사는 주민들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1일 찾은 인천 남동구 간석동 만월산 아래 10개 동 80가구가 살고 있는 빌라촌. 10개 동 중 4개 동 32가구가 옹벽 하나를 두고 산과 마주하고 있다.
빌라촌을 둘러친 80m 길이 옹벽은 30년이 넘어 곳곳이 갈라졌다. 옹벽 위로 벽돌을 쌓아 시멘트를 바른 경계석은 허물어진 상태다. 이달 초 국지성 호우가 내릴 때 무너져 내린 것이다.
빌라 주민 A씨는 “항상 위험해서 신고도 했기 때문에 공무원들도 종종 왔는데, 이번 비로 완전히 무너졌다”며 “어르신들이 밖에 자주 앉아 계시는데 무너질 때도 밖에 계셔서 엄청 놀라셨다더라. 다행히 다치진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옹벽 높이는 3m이고 경사는 90도다. 옹벽과 빌라 사이 거리는 2m도 되지 않는다. 폭우로 토사가 흘러내리면 지반보다 낮은 빌라 1층 반지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매몰될 위험도 있다.
이달 초 폭우로 파손된 옹벽과 경계석, 철망 등은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주민 B씨도 “30년간 여기서 살았지만 이렇게 무너지고 토사가 쓸려 내려온 건 처음 봤다”며 “보수 작업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구청에서는 흘러내린 돌만 치우고 갔다. 그냥 비만 와도 다 쓸려 내려올 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관할 지자체인 남동구 역시 해당 옹벽 구간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이 일대를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붕괴위험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붕괴위험지역이란 붕괴·낙석 등으로 국민 생명과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급경사지와 그 주변 토지를 뜻한다.
유재구 구 안전총괄과장은 “몇 년간 비가 안 오다가 이번 해빙기 때 (옹벽이) 조금 누웠는데 그러면서 비가 많이 오니까 무너진 것 같다”며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자문단과 현장을 방문해 응급조치를 했지만 사유 재산이라 구에서 직접 보수할 수 없고, 붕괴위험지역 지정 후 시비나 국비를 지원받아 근본적인 보수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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