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미래지향적 창작무대…눈맛·입맛 즐겁다

서구 가좌동산단 상징 '코스모화학 건물' 개조
카페·베이커리 갖춘 '복합문화공간' 새탄생
전시·공연·참여형 체험 등 예술콘텐츠 다양
성훈식 대표 “올해 아트마켓·밴드공연 기획”
▲ 코스모40 전경./사진제공=코스모40

인천 서구 가좌동 가좌IC 옆으로 '코스모40'이라는 이름을 단 건물이 서 있다. 이 건물은 주위의 회색 공장단지와 잘 섞여 얼핏 공장인가 싶지만 내부는 그렇지 않다. 대규모 문화예술 공간이다. 이곳은 원래 서구 산업단지의 상징인 '코스모화학' 건물이었다. 40년간 인천의 제조업체로 가좌동에 자리 잡고 있던 코스모화학이 2016년 울산으로 이전을 결정하자 그중 일부 건물이 코스모40으로 거듭난 것이다.

 

▲ 코스모40 내부 모습. 코스모40은 코스모화학 공장 건물 기존의 골조와 사용하던 기능 일부를 그대로 둔채 새로운 형태의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사진제공=코스모40

▲코스모화학 40동이 코스모40으로

가좌동 산업단지의 상징이던 코스모화학이 울산으로 공장을 이전키로 결정한 건 2016년이었다. 약 2만3000평인 7만6000㎡ 규모인 공장들이 빠르게 철거되기 시작했다.

성훈식 지금의 코스모40 대표는 공장이 사라지는 현장을 눈여겨봤다. 인근에서 커피 로스팅 공장을 운영하던 그는 이전이 진행 중이던 공장에 들어가 봤다. 건물 구조물이 수직의 공간을 넓게 활용하도록 건설된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45개동 건물 가운데 하나인 '40동'을 활용키로 하고 매입했다. 함께 철거 예정이던 40동 건물은 사용한 황산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정제하는 '리커버리 플랜트' 작업을 하던 곳이었다.

성 대표는 40동을 재생한 데서 이름을 '코스모40'이라고 지었다.

 

▲ 코스모40 라운지./
▲ 코스모40 라운지./사진제공=코스모40
▲ 베이커리 카페를 갖춘 모습./
▲ 베이커리 카페를 갖춘 모습./사진제공=코스모40

▲본디 기능 유지한 최소한의 개조

코스모화학 40동은 공연, 전시, 퍼포먼스 등이 대규모로 일어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목표로 바뀌었다. 여기에 카페와 베이커리를 갖췄다.

이 과정에서 성훈식 대표는 기존 골조와 주요 시설 등 매력을 그대로 둔 채 실험적인 예술적 시도가 가능한 미래형 공간을 한데 섞는 데 완벽히 성공했다. 공장의 원형에 새로운 건축물을 덧대듯이 얹어 전혀 다르지만 여전히 같은 공간을 탄생시켰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메인 홀, 3층과 4층을 아우르는 '호이스트 홀'을 최소한의 변형과 정비를 거쳐 만들었다.

1∼2층 500여평에 달하는 천고 8m의 대공간은 전시와 공연, 마켓, 행사, 촬영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 가능하고 예전 전기실로 사용되던 공간은 독립된 별도 공간으로 쓰게 했다. 조명과 카메라를 설치하는 보조공간, 1층과 분리된 단독공간 등 갖가지 성격에 맞는 활용을 할 수 있게 조성했다.

코스모40은 기존 공장의 구관과 신관을 분리하고 고리모양의 박스를 삽입해 증축하면서도 병치를 이룬 점 등이 높게 평가돼 2019년 인천시 건축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 참여형 예술 워크 '우리들은 자란다' 개최 모습./사진제공=코스모40

▲일상의 영감과 감각을 자극하는 공간

코스모40은 지금까지 전시와 공연, 참여형 체험 등을 활발히 기획하며 지역의 거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복합 문화예술을 누리고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이곳에 인천뿐 아니라 서울과 전국 곳곳의 인파들이 명소로 찾는 중이다.

지역 예술가를 포함한 전국 아티스트들이 실험적인 창작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돼 주고 도시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고민하는 공공성의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월 코스모40이 기획한 참여형 예술 워크 '우리들은 자란다'라는 제목으로 어린이와 어른을 동시에 위한 가구, 전시, 워크숍, 간식 메뉴, 북 큐레이션을 진행했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신체와 정신, 생각이 하루하루 성장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재해석하고 어린이 전용 공간 혹은 노키즈 존과 같이 어린이와 어른 사이에 경계를 두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존재가 공존하며 문화와 예술을 주체적으로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우리들 세상'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지난해 겨울 추진한 류필립, 박종영, 원더러스트에이앤씨의 전시도 주목을 받았다. 사운드·미디어 아티스트 류필립, 키네틱 아티스트 박종영과 축제, 음악, 전시 등 다방면으로 기획을 펼치는 원더러스트에이앤씨가 각각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지역의 예술인들과 창작 결과물을 나누며 다채로운 예술을 공유했다고 평가됐다.

▲ 코스모40 내부 시설물 모습./사진제공=코스모40
▲ 코스모40 내부 시설물 모습./사진제공=코스모40

인류가 처음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춤과 기도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었다. 코스모40은 지난해 8월 새로운 형식의 전시 '비록 춤 일지라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인배와 박광수, 염지혜, 우한나, 윤자영, 이은새, 마리아나 발렌시아(+오헬렌), 매그 스튜어트, 블랙 파워 냅스, 타말 에툰 작가가 대거 참여했다. 형체 없이 흐물거리지만 느슨하고 느리게 다가가는 여러 갈래의 사소한 움직임들을 '춤'이라는 장치를 통하여 살펴본 전시였다. 공동의 가치나 연대를 표방하는 집단의 목소리에 내재한 폭력과 억압의 의미를 되짚고 각각의 사소한 일상이 품은 가치를 회복하려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꾸물거리는 하찮은 움직임에 주목했다. 이어 집단적 행동의 강요와 위력으로 상실되고 위축됐던 개인의 몸짓을 회복하고 지켜낼 수 있는 희망을 제시한 전시였다.

코스모40은 지난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기획을 여럿 진행한 데 이어 올해 역시 지역 예술인의 훌륭한 창작 무대가 되기 위해 고민 중이다. 성훈식 대표는 “올해도 아트마켓이나 밴드 공연 등 다양하고 우수한 문화예술 소재를 기획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인천일보·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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