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칭우 논설실장.
▲ 김칭우 논설실장.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컨벤션센터에서 제57차 ICAO 아시아·태평양지역 항공청장 회의가 시작됐다. 8일까지 국토교통부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회의는 매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41개국의 항공청장과 국제기구 대표 등이 모여 항공 관련 이슈를 논의하는 행사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열리지 못했다. 한국으로서는 2001년 이후 21년만에 열리는 국제적인 행사다.

'항공 네트워크 회복을 위한 지역협력 강화'를 주제로 열리는 올해 회의에는 아태지역 항공청장과 ICAO 고위급 인사들은 물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국제공항협의회(ACI) 등 국제항공기구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걸맞는 항공운송의 회복과 복구, 뉴 노멀 및 신기술 대응을 위한 정책, 탈탄소화 및 지속가능한 항공 생태계 등을 주제로 한 항공운송, 안전·보안, 환경, UAM 등 분야에 대해 논의한다.

올해 회의 총괄 의장은 국토부 김용석 항공정책실장이 맡았다. 한국의 총괄 의장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국토부는 강조했다. 총괄 의장은 항공 안전, 항행, 보안, 운송 등 상설의제뿐 아니라 항공 회복을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한 회의를 주재하고 아태지역의 항공 정책 수립과 관련한 회원국과 국제기구의 입장을 조율하는 자리다.

국토부가 한국이 총괄 의장직을 맡았다고 자랑했지만 사실 '아쉽다'.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항공청장이 맡아야 할 자리이기 때문이다. ICAO 36개 이사국은 대부분 정부 조직에서 '항공청' 등 별도의 독립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0개 나라가 독립된 항공청을 설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정부 시절 '항공안전본부'라는 임시 기구를 거쳐 현재 국토교통부 2차관 산하에 '항공정책실'로 운영되고 있다. 항공청은 여러 정부 기관에 흩어진 항공업무를 하나로 모아 집행의 체계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독립기관으로써 기능을 하게 된다. 지난 1997년 괌 항공기 추락사고 직후 미국이 한국 항공 안전 등급을 2등급으로 하향하면서 항공안전 강화를 위한 이른바 항공청 설립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아직까지도 독립된 조직으로 승격 또는 분리되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ICAO 이사회에서 한 단계 도약을 계획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 항공 강국임에도 저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국격에 맞는 전담 항공 조직이 없다는 점이 거론된다. 특히 도심항공교통(UAM) 및 드론 등 급격한 변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항공 정책을 전담할 수 있는 독립된 전문부처 신설이 시급해 보인다.

/김칭우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