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자 선정을 놓고 조합원 간 갈등을 겪은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지난 3일 임시총회를 열고 A조합장 등 새 임원진을 선출했다.
새 임원진은 시공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공사 가계약을 진행하고 건축심의 및 사업시행인가 등 제반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이번 조합 임원선거 과정에서도 조합원끼리 반목하는 모습이 재연됐다.
선거를 앞두고 현산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A조합장 후보가 관계된 사조직 ‘원클럽’ 초기 참여자들에게 ‘아파트 로열동, 로열층이 배정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선거판에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이 A조합장 후보 측에 해명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 관련기사 : 인천일보 7월1일자 1면<[뉴스 인사이드] 재건축 조합장이 뭐길래>
조합원 B씨는 4일 “아파트 로열동 및 층 배정은 수고한 임원들을 위해 시공사가 보답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타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도 종종 있었던 사례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로열동, 로열층?
실제 이런 조합원 로열 동∙호수 배정이 가능한 것일까?
지난 3일 오후 5시30분 안양 관양 현대아파트 임원선거 총회가 열린 한 웨딩홀 앞.
한 무리의 조합원들이 ‘원클럽 회원들만을 위한 합법을 가장한 부당행위, 로열동 및 층 배정’, ‘밀실야합 나눠 먹기, 조합원들은 분노한다’ 등의 팻말을 들고 섰다.
다른 한편에선 “허위사실 유포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맞대응을 했다.
조합원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 원클럽의 정체와 로열 동∙호수 배정 여부를 놓고 총회 당일까지 진실 공방을 벌였다.
로열동과 로열층을 한마디로 정의할 순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전망이나 일조권이 확보되고 도로 소음이 적은 동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며, 같은 동이라도 중간층부터 중상층까지의 선호도가 큰 편이다.
최근 들어선 층간소음 문제로 탑층에 대한 선호도 높아졌다고 한다.
현대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저층과 로열층의 가격 차이를 묻는 물음에 “37년 된 현대아파트도 몇 천(만원) 차이가 난다. 신축이라면 5000(만원) 이상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동∙호수 배정은 한국부동산원 의뢰 가능
재건축 등 정비사업조합이 조합원 동∙호수 배정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한국부동산원에 의뢰하면 사전검토를 거쳐 전산 프로그램에 따라 추첨을 통해 진행된다.
이날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조합이 의뢰를 할 경우, 관리처분인가 또는 사업시행인가 승인 단계에서 동∙호수 추첨이 이뤄진다.
추첨 당일 조합장 등을 포함한 참관인 입회하에 추첨이 진행되며, 결과는 한국부동산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조합원 동∙호수 추첨은 무작위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특정인에게 로열동∙층을 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 또한 “조합원들을 한꺼번에 몇동부터 몇층까지 리스트해서 컴퓨터로 추첨하는데 어떻게 편법이나 불법을 쓰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 통에 넣어 추첨할 때나 (편법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하기 때문에 (로열 동∙호수 배정은)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렇다 보니 이번 논란을 두고 지난 2월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한 조합원 간 불협화음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친현산파와 반현산파로 갈린 조합 내홍이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현대아파트 재건축을 둘러싼 논란들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안양=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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