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제조 불리한 코냑·아르마냑,
명품 증류주 생산지로 '전화위복'
▲ 각종 코냑.

위스키를 이야기하면서 브랜디를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닐지? 맥주를 증류한 것이 위스키라면 와인을 증류한 것이 브랜디(Brandy)이다. 그러한 브랜디의 유형은 가장 널리 알려진 포도 브랜디와 과일 브랜디, 퍼미스 브랜디(Pomace brandy)로 나눈다.

그리고 포도 브랜디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코냑이다. 브랜디를 술의 제왕이라하면 코냑은 술의 제왕 가운데서도 더욱 우뚝 선 존재이다.

이런 코냑도 아팠던 과거가 있다. 코냑은 프랑스 와인의 명산지 보르도 지방의 훨씬 북쪽에 위치해 있어 포도의 작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조건이었다. 기후가 너무 추워 그로 인해 생산되는 와인의 품질은 별로였으며 당도가 낮고 산도가 높아서 맛도 없었다. 그래서 와인으로 마시기보다는 이를 증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와인 속에 있는 신맛의 산이 함께 증류되어 나오면서 도수 높은 알코올과 함께 섞였고 이것이 향의 원료가 되는 에스터로 형성되면서 증류주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다.

포도 작황에 부적합한 기후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최고의 브랜디가 나오는 기반이 된 것이다. 거기다가 또 하나의 우연이 더해진다. 우연에 우연이 더해지면 그것은 필연이라고 하지 않을지….

1666년 루이 14세 시대 재무장관이었던 콜베르(Jean Baptiste Colbert)가 코냑 지방의 로슈포르에 해군기지와 조선소를 건설하고는 배를 만드는 원료가 되는 목재인 오크나무 즉 코냑의 동쪽에 거대한 오크나무 숲을 조성하면서부터다. 이 숲의 이름이 리무진(Limousin)이었다.

이후 이곳 지방의 사람들은 와인의 세금부과 방식이 오크통 단위로 바뀌자 와인의 양을 줄이고자 증류를 시작했다. 부피가 줄어든 술은 자연히 세금을 적게 내게 되었고 오랜 항해에도 술이 상하는 일이 없어서 일거양득이었다.

오크통에 담겨진 증류와인은 숙성과정에서 오크통의 성분들이 증류와인 속에 녹아들면서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술로 탈바꿈된다. 더군다나 콜베르 장관의 원대한(?)계획으로 인해 조성된 리무진 오크는 나뭇결 간격이 넓고 타닌 함량이 많았기에 비교적 짧은 기간에 코냑을 멋지게 숙성시켜 원숙한 향과 최고의 맛을 내게 되었다.

그런데 프랑스에는 코냑에 못지않은 명품 브랜디의 생산지가 한 곳 더 있다. 바로 아르마냑이다.

아르마냑 브랜디가 나오는 아르마냑 지방은 석회질 토양으로 모래가 많이 섞여 있는 땅이다.

우리는 술을 빚을 때 물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단물과 센물로 나누어 경도가 낮은 단물로 술을 빚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왔으며 센물은 경도가 높아 술 빚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석회질이 많은 모래질 토양은 당연히 경도가 높은 센물이고 아르마냑 지방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센물로 술을 빚을 수 밖에… 또한 이곳에 심는 포도의 품질도 토양에 적합한 바코나 우니블랑 등을 골라 심었다.

게다가 오크통도 코냑과는 다른 블랙오크통을 사용하여 숙성시켰다. 새 통에서 2년을 그리고 오래된 오크통에서 나머지 숙성을 마친 아르마냑은 코냑에 비해 남성적이고 야성적이며 신선한 살구 향을 품은 매력 만점의 독특한 브랜디로 났다.

프랑스 브랜디만을 거론하여 미안하긴 하지만 브랜디에서 코냑과 아르마냑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치 크다. 하지만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도 훌륭한 브랜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라파'라고 부르는 이탈리안 브랜디와 셰리 와인을 만들 때 넣는 스페인산 브랜디도 있으며 포도가 아닌 사과와인(시더러, 사이다)을 증류하여 사과 브랜디로 불리는 '칼바도스'도 있다.

▲ 유진용 ㈔인천전통발효진흥원 원장·배다리전통주학교 교장.
▲ 유진용 ㈔인천전통발효진흥원 원장·배다리전통주학교 교장.

/유진용 ㈔인천전통발효진흥원 원장·배다리전통주학교 교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