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납품 수주 '입김'…선거전 '후끈'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3일 임원진 선출 임시총회
두 후보 측 1시간 세 대결
충돌 대비해 경찰도 출동

철거·자재 등 선정 영향력
브로커 사기 사건 터지기도
▲ 7월3일 조합장 등 새 임원진 선출을 앞둔 가운데 진영이 나뉜 출마 후보들이 지난 28일 오후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정문 앞에서 선거운동 세대결을 하고 있다./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
▲ 7월3일 조합장 등 새 임원진 선출을 앞둔 가운데 진영이 나뉜 출마 후보들이 지난 28일 오후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정문 앞에서 선거운동 세대결을 하고 있다./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이 재개발·재건축이다.

안양지역 대다수 사업현장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일지만 유독 입방아에 자주 오르는 곳이 관양 현대아파트다.

올 초 광주광역시 화정동에서 대형사고를 친 HDC현대산업개발이 예상을 뒤엎고 현대아파트 재건축 시공자로 선정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곳이다.

직무대행 체제를 끝내고 오는 7월3일 새 임원진을 선출하는 이 아파트에선 현재 조합장 자리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는 3명…양태는 정치판 못잖아

지난 28일 오후 5시 안양 동안구 관양동 관악산 자락에 있는 현대아파트 정문 앞.

조합장과 감사, 이사 등 임원진을 새로 뽑기 위해 '임시총회 개최'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아파트 진입로를 따라 이번 임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마치 조직 세 대결을 하듯 열을 맞춰 늘어섰다.

한편에는 흰색 셔츠에 녹색 어깨띠를 두른 기호 1번 A조합장 후보와 그의 러닝메이트인 이사 후보들이 퇴근길 주민들에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에 질세라 맞은 편에선 파란색 폴로 티를 맞춰 입은 기호 3번 C조합장 후보와 뜻을 함께하는 이사 후보들이 주민들에 지지를 당부했다.

이들은 아파트를 오가는 차량을 향해서도 인사를 했다.

A조합장 후보 측은 상대를 향해 “정치인 출신의 지분 1% 조합장, 연륜과 전문성 없는 이사 후보들에게 1조 사업을 맡길 수 없다”고 날을 세웠고, C조합장 후보 측은 '우리 조합 말아먹냐, 정체가 무엇이냐, 관양현대 원클럽'이란 문구가 적힌 피켓 등을 들고 맞불을 놨다.

양 측의 이날 퇴근길 세 대결은 1시간 동안 이어졌고,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경찰까지 출동했다.

반면, 이런 선거전에 염증을 느낀 기호 2번 B조합장 후보는 “우리 아파트가 선거로 정치판이 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과감하게 대면 선거운동 대신 유튜브 채널과 인쇄물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있다.

 

▲조합장이 되면 좋은 게 많다?

최근 안양의 한 주택재개발 사업에서 창호 공사를 따주겠다고 사기를 쳐 거금을 가로챈 브로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 브로커는 2020년 “(해당 재개발조합) 조합장 선거에서 친한 후배가 당선될 예정이다. 돈을 빌려주면 재개발 공사 중 창호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속이는 등 한 업체로부터 총 27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지난 1월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브로커는 애초부터 피해 회사에 창호 공사를 수주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쉽게 드러나진 않지만, 정비업계 안팎에선 조합장이 철거부터 창호, 변기 등 내부 자재에 이르기까지 용역이나 납품업체를 선정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보마다 가까운 건설사가 있다?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이익이 많이 남고, 사업 수주를 위한 건설사 간 경쟁도 심하다.

이를 의식해서 인지 최근 10년 새 안양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여러 건설사가 묶인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익을 쪼개더라도 출혈 경쟁은 피하려는 셈법이란 분석을 낳았다.

실제 '호원초교 주변지구' 재개발(3850가구)은 포스코, 현대, SK, 대우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인근의 '융창아파트 주변지구' 재개발(2417가구)은 현대와 SK건설, 코오롱글로벌이 짝을 이뤘다.

'덕현지구' 재개발(2886가구) 또한 DL이앤씨와 코오롱글로벌이 함께 시공하고 있다.

반면 '현대아파트지구' 재건축(1000여 가구)은 사업 규모가 작은 탓인지 컨소시엄 방식의 입찰이 이뤄지지 않았다.

초반에 관심을 보인 현대건설이 발을 빼면서 최종 입찰은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경찰 수사…조합에 미칠 영향은?

경찰은 현대아파트 재건축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 등을 제공한 혐의(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로 현산의 외주홍보업체를 수사하고 있다.

안양동안경찰서는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업체 사무실을 수색하고 업체 대표 등의 휴대전화를 압수,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통해 관련 증거를 복원, 분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의 관건은 현산이 불법 홍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는지다.

현산은 '홍보 OS(아웃소싱)요원 관련 수사는 당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경찰 수사가 윗선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현행 도시주거정비법은 금품이 오가는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건설업자에게도 홍보용역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양=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



관련기사
안양 관양 현대A 재건축…일부 조합원 로열동, 로열층 배정이 가능? 시공자 선정을 놓고 조합원 간 갈등을 겪은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지난 3일 임시총회를 열고 A조합장 등 새 임원진을 선출했다.새 임원진은 시공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공사 가계약을 진행하고 건축심의 및 사업시행인가 등 제반 업무를 수행한다.하지만 이번 조합 임원선거 과정에서도 조합원끼리 반목하는 모습이 재연됐다.선거를 앞두고 현산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A조합장 후보가 관계된 사조직 ‘원클럽’ 초기 참여자들에게 ‘아파트 로열동, 로열층이 배정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선거판에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