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철거 속도…갈등 극단화
계약서 없는 주민 거리 내몰려
“협상 없이 땅·재산 잃어” 절규
“용역직원 폭력적 행동” 주장

시행사 “정확히 보상” 반박
“주민들 무리한 요구로 생떼”
▲ 인천 계양구 효성도시개발구역에 강제 철거가 이뤄지면서 시행사와 주민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철거당한 뒤 갈 곳이 없어 텐트 생활을 하고 있는 한 주민의 모습.
▲ 인천 계양구 효성도시개발구역에 강제 철거가 이뤄지면서 시행사와 주민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철거당한 뒤 갈 곳이 없어 텐트 생활을 하고 있는 한 주민의 모습.

지난달 30일 새벽 5시 인천 계양구 효성도시개발구역에 사는 A(66·여)씨는 집을 철거하러 온 용역업체 직원들 인기척에 잠에서 깼다. 사다리를 타고 망루에 오른 A씨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실신했다. 정신이 든 A씨는 길바닥에 눕혀져 있었고, 용역업체 직원들이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짓눌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이웃집에 얹혀살고 있다.

A씨는 “1960~70년대에 있을 법한 폭력적 개발사업이 여기서 이뤄지고 있다”며 “시행사와 협상 한 번 없이 내 땅과 내 재산이 넘어갔다. 기절한 사람을 짓누르면서까지 집행을 하는 이곳에 인권이란 게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계양구 효성구역 도시개발 사업을 위해 시행사가 강제 철거에 속도를 내면서 주민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29일 찾은 효성도시개발 현장. 45년간 이곳에서 터 잡고 살아온 70대 B할머니는 올 4월 말 세상을 떠난 남편 생각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 노부부는 초등생 두 외손주를 키우는 조손 가정이었다.

B할머니는 “밤이고 낮이고 까마구(용역)들이 와서 문을 차고 다닌다”며 “남편이 원래 몸이 안 좋았는데 이런 일 겪고 속에 화가 들어차 갑자기 돌아가셨다”며 눈물을 흘렸다.

효성지구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노부부는 임대차 계약서 같은 증빙자료가 없어 세입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행사는 이 집을 강제 철거하려다 실패했다.

효성구역 곳곳에는 야외 취침용 텐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갈 곳 없이 철거당한 주민들 임시 거처다. C(65·여)씨는 “집 사서 32년 살았는데, 무허가에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쫓겨났다”고 하소연했다.

텐트에서 생활 중인 D(60·여)씨 역시 “등기돼 있던 내 집을 시행사가 불법 건축물로 취급해 보상가를 매기더니, 그걸 근거로 법원에 공탁을 걸고 집을 허물었다”며 “버려진 남자 속옷을 주워 입고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백 보 양보해 증명할 게 아무것도 없더라도 관련법상 주거 이전비와 이사비는 줘야 하는데 시행사는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우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효성도시개발은 효성동 100 일원 43만5000여㎡ 부지에 3900여 세대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450가구가 살던 이곳에는 현재 80가구가 남아 있다.

JK도시개발 관계자는 “법적 기준에 부합하는 분들은 정확하게 보상을 했다. 요건이 안 되는 분들이 강경하게 버티고 있다”며 “시행사가 보상도 없이 쫓아내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반박했다.

/글·사진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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