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없는 주민 거리 내몰려
“협상 없이 땅·재산 잃어” 절규
“용역직원 폭력적 행동” 주장
시행사 “정확히 보상” 반박
“주민들 무리한 요구로 생떼”
지난달 30일 새벽 5시 인천 계양구 효성도시개발구역에 사는 A(66·여)씨는 집을 철거하러 온 용역업체 직원들 인기척에 잠에서 깼다. 사다리를 타고 망루에 오른 A씨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실신했다. 정신이 든 A씨는 길바닥에 눕혀져 있었고, 용역업체 직원들이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짓눌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이웃집에 얹혀살고 있다.
A씨는 “1960~70년대에 있을 법한 폭력적 개발사업이 여기서 이뤄지고 있다”며 “시행사와 협상 한 번 없이 내 땅과 내 재산이 넘어갔다. 기절한 사람을 짓누르면서까지 집행을 하는 이곳에 인권이란 게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계양구 효성구역 도시개발 사업을 위해 시행사가 강제 철거에 속도를 내면서 주민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29일 찾은 효성도시개발 현장. 45년간 이곳에서 터 잡고 살아온 70대 B할머니는 올 4월 말 세상을 떠난 남편 생각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 노부부는 초등생 두 외손주를 키우는 조손 가정이었다.
B할머니는 “밤이고 낮이고 까마구(용역)들이 와서 문을 차고 다닌다”며 “남편이 원래 몸이 안 좋았는데 이런 일 겪고 속에 화가 들어차 갑자기 돌아가셨다”며 눈물을 흘렸다.
효성지구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노부부는 임대차 계약서 같은 증빙자료가 없어 세입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행사는 이 집을 강제 철거하려다 실패했다.
효성구역 곳곳에는 야외 취침용 텐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갈 곳 없이 철거당한 주민들 임시 거처다. C(65·여)씨는 “집 사서 32년 살았는데, 무허가에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쫓겨났다”고 하소연했다.
텐트에서 생활 중인 D(60·여)씨 역시 “등기돼 있던 내 집을 시행사가 불법 건축물로 취급해 보상가를 매기더니, 그걸 근거로 법원에 공탁을 걸고 집을 허물었다”며 “버려진 남자 속옷을 주워 입고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백 보 양보해 증명할 게 아무것도 없더라도 관련법상 주거 이전비와 이사비는 줘야 하는데 시행사는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우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효성도시개발은 효성동 100 일원 43만5000여㎡ 부지에 3900여 세대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450가구가 살던 이곳에는 현재 80가구가 남아 있다.
JK도시개발 관계자는 “법적 기준에 부합하는 분들은 정확하게 보상을 했다. 요건이 안 되는 분들이 강경하게 버티고 있다”며 “시행사가 보상도 없이 쫓아내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반박했다.
/글·사진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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