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철회 2주 지났지만,
적재량 많은데다 기름값 부담
배차 실패 50배 쑥 '출고 한계'
빗길 운전 꺼리는 기사 많아
7월 중순까지 정상화 힘들 듯
지난 7일,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 앞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지난 7일,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 앞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안성시 미양면 제2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음료 제조공장에 비상이 걸렸다. 2만3140.495㎡(7000평) 가까운 창고에 음료수 박스가 가득 쌓여 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 80% 이하를 유지하던 창고 적재율은 95%까지 올랐다. 창고에 쌓아둔 양만 해도 1만9000 파렛트, 4500만 병 가까이 된다.

지입차량 40대 중 39대가 지난 14일까지 화물연대 총파업에 참여했다. 파업 종료이후 물류 반출 차량 수요가 많아져 출고량을 늘리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외곽 지역으로 나가는 차량은 전용 어플 등에서 용차(외부차량)를 수급해야 하는데 배차도 어렵다. 500건 중 한두 건 있던 배차 실패는 파업 종료 후 10건 중 한두 건으로 늘었다.

공장 관계자는 “그나마 조금 안정돼가던 화물 차량 수급이 장마가 시작되며 더 어려워졌다”며 “빗길에는 장거리 운행 등을 꺼리는 기사들이 많아 장마가 끝날 7월 중순까진 정상화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을 철회하고 2주가 지났지만 후유증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물류 이동이 집중되며 화물 차량 예약 및 배차가 어려운 데다 기존에 쌓여있던 적재량이 워낙 많아 출고가 쉽지 않아서다.

여기에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는 유가에 화물차량 운영 부담이 커진 동시에, 일부 기업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 배상을 주장하며 소송전에 나서 일상 회복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8일 해양수산부 평택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종료된 후 평택·당진항 컨테이너터미널의 장치율(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 비율)은 15일 70.6%에서 16일 71.1%, 17일·20일 72.0%, 21일 74.1%, 22일 71.9%, 23일 72.9%, 24일 71.4%, 27일 73.2%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평균 장치율 57.6%에 비하면 최대 15.6%p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파업으로 인해 적재량이 많아진 상태에서 입고는 계속되고, 물류 이송 장비에는 제한이 있어 운영사에서 최대한 빠르게 반·출입을 처리해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리터당 2000원을 넘은 고유가도 화물차주의 부담을 키워 화물차량 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천에서 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 모(35)씨는 “최근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올라 거래처를 늘리는 데 소극적이게 된다”며 “운행을 해도 남는 게 없는데 장마까지 겹쳐 운행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평균 휘발유는 리터당 2158.24원, 경유는 2165.11원이다.

상황이 이렇자,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해운협회는 파업 기간 동안 화물 적치로 피해를 본 기업에게 화물 체화료 및 지체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일부 기업은 파업 참여자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갈등 봉합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화물연대 파업 종료 후에도 개별적으로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에 대해 17일 1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새 운송사와 계약으로 제품 출고율은 80% 이상 정상화 돼 가고 있다”며 “추가적인 회사의 손해 내용에 대해 취합을 하고 있는 중으로, 적극 가담자 등에 대해 법적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