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전문가 꿈터' 내실 튼튼…“취업·진학 걱정 없어요”

'우수인재 육성' 선순환직업교육 목표
안전관리·전기·기계·설비 학과 설치
정규 과정 외 전문학습동아리 운영도
졸업 후 공무원시험에 바로 응시 가능

지난해 인천 도화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개편해 새로운 출발을 알린 인천소방고등학교가 수도권 유일 소방 전문인력 양성 특성화고로서 확고한 기틀을 다져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방안전관리과와 소방전기과, 소방기계과, 소방설비과 등 총 4개 소방 관련 학과로 전면 개편하고 올해 첫 신입생을 받은 인천소방고는 재구조화 사업을 통해 최신 실습장을 갖춰 나가고 있으며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과정을 편성·운영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쓰고 있다.

 

▲ 인천소방고등학교 전경과 인천소방고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하단 좌측부터) 소방설비공사실 수업 사진, 소방전기안전체험실 수업 사진, 소방기초실 수업 사진./사진제공=인천소방고등학교

▲수도권 유일 소방 학과 운영

국내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중 학교명에 '소방'이 들어가는 학교는 강원도 영월에 있는 한국소방마이스터고와 인천소방고 두 곳뿐이다. 일부 직업계고가 기존 학과에 소방 관련 학과를 추가해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 학과가 소방 학과로만 운영되는 곳은 이들 학교 밖에 없다.

인천소방고는 소방안전관리과 2학급, 소방전기과 2학급, 소방기계과 3학급, 소방설비과 3학급으로 총 4개 학과 10학급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소방안전관리과는 소방시설 설계와 시공, 감리와 점검 능력을 갖춘 소방 전문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소방안전관리자가 되거나 소방 전문기업이나 소방 관련 업체에 취업할 수 있다.

소방전기과는 소방전기 분야 시설 시공, 감리와 안전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인재를 양성하며 소방전기 시공업체나 발전소 등 전기 관련 업체에 취업할 수 있다. 소방기계과는 소방기계 분야 설계와 제작, 소방시설 설계와 시공, 감리가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고 소방드론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소방기계과도 소방공무원이나 소방안전관리자가 될 수 있고 소방 관련 기업이나 일반기계 관련 기업에도 취업 가능하다.

소방설비과는 소방설비 설계와 시공, 감리, 점검, 유지 관리 실무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방공무원이나 소방안전관리자가 될 수 있고 소방설비나 일반설비 분야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

또한 전국에 소방 관련 학과를 운영 중인 대학이 100여개에 이르는 만큼 졸업한 학생들은 취업뿐 아니라 같은 계열 대학으로 진학이 용이하다.

김신제 인천소방고 교장은 “모든 학과가 공통적으로 소방공무원 임용시험 과목인 소방학개론, 소방 법규와 행정법을 이수하도록 해 학교 졸업 후 학생들이 소방공무원 경력 경쟁 채용시험에 바로 응시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 소방공무원반 학생들이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제공=인천소방고등학교

▲선순환 직업 교육 모델 구축 목표

지역사회와 협업해 지역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선순환 직업 교육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하는 인천소방고는 지난달 26일 송도 센트럴파크호텔에서 산·학·관 업무 협약식을 갖고 관계자들 간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협약식에는 인천시교육청, 인천소방본부를 비롯해 지역 내 소방서 관계자와 소방시설협회, 소방관리협회, 소방기기 제조 기업 등 약 100여명이 참가했다. 향후 지역 기관과 산업체 수요 등에 부응하는 소방 전문 인재 양성 학교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배경이다.

또한 이들은 우수한 소방 인력을 육성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 개발을 비롯해 관련 법률적, 행정적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올 초 소방청이 발간한 '2021년 소방산업 통계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2020년 12월 말 기준 소방산업 관련 기업체는 총 8940개사로, 이 중 인천에는 545개 기업체에 1만2140명이 종사하고 있다. 지역 매출액은 1조577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인천소방고는 정규 교육 과정 외 추가적인 교육을 통해 미래 소방공무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소방전문학습동아리 '소꿈디'도 운영하고 있다. 소꿈디 활동을 위해 최신 시설을 갖춘 스터디룸을 설치하고 평일과 주말, 방학 기간에 관계없이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현재 소방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인터넷 강의 등 각종 학습 자료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소방공무원 임용령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는 소방공무원 임용시험 응시 자격이 20세에서 18세로 낮춰지는 만큼 수많은 소방고 1학년 학생들은 학교 졸업 후 소방공무원이 되는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인천소방고로 개편된 후 올해 첫 입학한 1학년 학생은 인천소방고 1기라는 자부심이 크다. 유정수·진영지(17)군은 “인천소방고는 각자가 원하는 바에 따라 졸업 후 소방공무원 등 관련 분야 취업이나 대학 진학 모두 체계적으로 잘 준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소방전문가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


 

김신제 인천소방고등학교 교장 “소방학교 기틀 다지기 온힘”

내년부터 여자 입학생 모집.소방안전체험관 등 계획

▲ 김신제 인천소방고등학교 교장./사진제공=인천소방고등학교

“우리나라에 소방산업 관련 업체가 1만 개에 이르는 데다, 소방 관련 학과를 설치한 대학도 전국적으로 100개가 넘어 우리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취업이나 진학 문제는 전혀 걱정이 없습니다.”

지난 24일 만난 김신제 인천소방고등학교 교장은 갈수록 안전의 중요성이 강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소방산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화재 예방 및 소방시설 설치·유지 등 각종 재난·재해로부터 안전관리에 관한 생산이나 관련 서비스 등을 일컫는 소방산업은 실제 매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 초 소방청이 발간한 '2021년 소방산업 통계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2020년 12월 말 기준 소방산업에 해당되는 시·도별 기업체 수는 8940개사이며, 소방산업 종사자 수는 18만3673명, 매출액은 17조3797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5년 12월 말 기준 관련 기업체 수가 8136개였고, 종사자 수와 매출액은 각각 14만9048명, 13조236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소방산업은 방송 또는 게임·데이터산업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김 교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2020년 9월 소방시설법 개정을 통해 소방시설 분리 발주 제도가 도입되면서 소방산업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978년 운산기계공업고등학교로 시작해 40년 이상 기계공업고등학교로 이어온 학교를 완전히 다른 성격의 소방 전문인력 양성 특성화고로 바꾸기까진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터. 김 교장에게 이에 대해 묻자, “특성화고는 산업 구조 변화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만큼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며 “교사는 자기가 가르쳐온 전공 과목이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에 대해 불만이나 저항이 하나도 없을 수 없다. 그럼에도 새 교육 과정과 내용을 익히기 위해 방학 기간 내내 연수를 받는 등 교사들이 정말 많이 수고한 덕분에 학교 개편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장은 인천소방고로 개편한 후 여학생과 학부모 등으로부터 입학 여부를 묻는 전화가 많이 왔었다며 내년부터는 남녀 모두 모집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학교 실습동에 소방안전체험관을 만들어 학생들이 화재 안전 분야와 소방안전 교육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지난해 9월 부임한 김 교장은 인천소방고로 개편한 후 들어온 1기 학생들의 졸업을 보지 못하고 내년 8월 정년을 맞아 학교를 떠나게 된다. 이에 대해 아쉬움은 없는지 묻자, “지난해 인천소방고로 개편하고 성공적으로 첫발을 뗀 만큼 앞으로 정상적인 궤도에 정착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닦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가 되면 교장은 아니지만, 졸업식은 학교에 와서 지켜볼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웃어 보였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