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방치 을지재단 의료부지, 작년 '주거지 변경 추진안' 대두
특혜의혹 불식 주민의견조사·차익 환원문제 등 선과제 많은 탓
▲ 영통동 961-11 의료부지 지도 캡처./사진제공=네이버 지도
▲ 영통동 961-11 의료부지 지도 캡처./사진제공=네이버 지도

수원지역 '노른자 땅'인 영통구 의료부지를 공공주택 등의 용도로 변경해 개발하는 방안을 놓고 시와 토지소유자 간 협상이 표류하고 있다. 개발 차익을 공공에 환원하는 문제 등 우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23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영통동 961-11 의료부지(면적 약 3만1300㎡)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관련, 토지를 소유한 을지재단에 감정평가 방식 등이 담긴 의견조회 공문을 보냈다.

이는 개발이익에 대한 공공기여를 명확하게 추진하려는 의도가 포함돼있다. 토지 여건, 지역 환경, 아파트 분양가 등 각종 가치평가를 통해 이익을 산정해야 한다는 게 시 방침이다.

해당 의료부지는 2007년 을지재단이 종합병원(1000병상 규모) 건립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매입했다. 인근 지하철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초역세권이고, 주변으로 공공주택·학교·대형마트·공원 등이 들어서 있어 가치가 상당한 땅으로 평가받는다.

재단 측은 재정적 어려움, 사업성 등을 문제로 병원을 짓지 않아 15년째 나대지로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 한 사업시행자가 이 땅의 용도를 변경한 뒤 공공주택용지(72.7%), 업무시설용지(23.4%), 도로(3.9%) 등의 내용으로 개발하는 지구단위계획 제안서를 시에 제출했다. 을지재단도 앞서 사업시행자의 개발 제안에 동의, 처분 계획을 수립했다.

의료시설만 가능했던 용도에서 주거지로 바뀌면 토지 시세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 이에 시는 지역주민들이 종합병원 건립을 기다려온 점 등을 고려해 '사전협상제'를 도입했다.

시가 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필요한 기부채납 공공시설이나 원하는 개발 방향, 사회환원 방식 등을 확인하고 사업시행자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사업시행자 쪽이 요구를 수용하면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가 진행되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은 결렬돼 없던 일이 된다.

이런 과정은 특혜의혹을 불식시키는 목적도 있다. 실제 아파트 개발계획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는 민간사업자가 땅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보게 된다며 시의 행정을 비판한 바 있다.

미개발 부지를 개발해달라는 민원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용도변경 사업 실행의 핵심인 공공기여는 재단 측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시와 재단의 본격 협의는 정리해야 할 세부적인 업무조정 등을 감안해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

을지재단 관계자는 “수익용 기본재산의 매각은 감독관청의 허가사항으로, 행위제한의 완화에 따른 토지가치 상승분의 한도 내에서 공공기여를 긍정 검토 중”이라며 “부지 매각과 관련해 여러 기관의 자문을 통해 검토 중이고, 빠른 시일 회신 공문을 발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시는 2차 의견조사를 고민하고 있다. 사전협상제 도입 이후 공고를 내고 각 동을 순회하면서 주민 의견을 파악했으나, 약 70명만 참여해 전반적인 의견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을지재단은 학교법인이라 교육부 협의도 거쳐야 하고, 의견 회신이 와도 시에서 다시 진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공공기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동시에 설문 조사, 설명회 등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