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은 어느 공간이든 안전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급식 조리실에서 폐암 발생이 계속 늘고 있다. 올해 근로복지공단 학교급식 노동자 폐암 산재 신청이 64건이고, 승인된 경우가 34건이다. 2018년 무렵부터 해마다 학교급식 조리실무사가 폐암으로 숨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폐암의 원인은 조리흄(cooking hume)이다. 튀김이나 볶음 요리를 할 때 다량 배출되는 조리흄은 국제암연구소가 공인한 폐암 위험 요인이다. 조리실무사들은 급식 조리 과정에서 조리흄을 흡입할 수밖에 없다. 조리기구 위로 캐노피형 배기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하더라도 연기가 위로 올라가는 구조 상 실무사들이 계속 들이마시게 된다. 더구나 조리실의 전체 환기 방식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경기도 학교비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5월 경기도교육청에서 무책임한 대응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2018년 수원의 한 중학교 조리실무사가 폐암으로 숨진 이래 도교육청의 급식 조리실 전수조사와 환기 시설 강화를 요구했으나 번번이 묵살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학교급식 조리실 환기 설비 설치 가이드'를 시·도 교육청에 전달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는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이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교육청도 학비노조의 집회 이후 학교급식 시설 점검과 개·보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으나 급식종사자들이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조리실과 급식실에 공기정화기와 살균기를 갖출 경우 발암물질이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이 6분의 1가량 줄어들고, 미세먼지도 4분의 1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마다 형편이 상이할 터이지만, 도교육청에서 서둘러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미비한 시설의 설치와 교체를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조리실무사 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사, 교직원의 건강이 걸린 문제다.

조리실무사들은 폐암 발생 위험이 일반 노동자보다 월등히 높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조리업무를 해온 종사자는 퇴직자까지 포함해서 연령이나 경력 여부에 관계없이 무료 검진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표방해온 경기도교육청이 솔선수범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