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브국립대 교수.
▲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브국립대 교수.

아직도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지만 대학의 6월은 시험 기간이다. 2월24일 전쟁 이후 3월 한 달은 휴교령이 내려져 수업이 없었고 4, 5월은 줌(ZOOM)을 통해서 전시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는데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학생이 많았지만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 인접국뿐만 아니라 핀란드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각국으로 피난간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왔다. 수업 중간중간 시와 소설을 읽으며 학생들과 함께 울기도 했고 학생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 농담도 했고, 다치지 말고 다음 학기에는 대학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종강을 했다.

우리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유럽의 부랑자가 되어 유럽 전역을 떠돌고 있다.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 국내 남 서부 지역으로 피나간 사람들이 약 800만, 외국으로 떠난 사람들이 700만 정도 된다니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 4200만 중 35% 이상의 사람들이 자기 집이나 고향을 떠나 피난 생활을 하는 것이다. 전쟁을 피해 키이브에 집을 두고 떠나온 필자도 난민이다.

2월24일 전쟁이 시작되며 모든 공항이 폐쇄되어 기차나 버스를 타고 나갔고 자가용 차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외국으로 나간 사람도 많다. 18세부터 60세까지 남성들은 징집대상이라 외국으로 나갈 수가 없어 피난민은 여자와 아이들 그리고 나이 드신 노인이 대부분이었다. 우크라이나 인접국이 난민들에게 호의적이었고 이전에 소련의 핍박을 받았던 나라들이 난민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다.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많이 지원할 뿐만 아니라 군사 무기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내심 우크라이나 다음은 인접국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특히 이웃 폴란드에는 300만 이상의 난민이 들어갔는데 폴란드 대통령은 관저를 내주며 “이들은 난민이 아니고 이웃이다”라고 이야기해 감동을 주었다. 유럽 여러 나라는 나라 마다 차이는 있지만 난민으로 등록된 사람들에게 보통 1인 당 하루 10유로(1만3500원)의 주거비와 4유로(5500원)의 식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나라 마다 난민 지원사항은 다르지만 어린이나 대학생의 교육, 숙소, 직업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까다로운 거주지 등록을 완화하여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 전역에는 30개국 이상 나라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고 있어 유럽의 웬만한 도시에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있으며 파란, 노란 색의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다니거나 우크라이나 차량을 표시하는 UA 번호판 차량이 보인다.

이제 전선이 동부 돈바사지역으로 옮기며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서서히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연일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가는 기차는 만원이고 루마니아와 헝가리 슬로바키아 쪽에서 자동차나 버스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집보다 편하고 좋은 곳이 어디 있으랴. 한편으로는 전쟁이라는 정치적 지각 변동 속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나오기 힘든 서유럽에 정착하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현재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헤르손 지방과 포격을 받고 있는 미콜라이브 지방에는 2000여 명의 고려인이 거주하는 곳이다. 헤르손은 땅이 비옥하여 고려인들은 수박 농사를 많이 짓는데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헤르손 수박은 명품 수박의 상징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약 400여명의 고려인이 외부의 지원으로 한국땅에 도착하여 광주와 안산의 고려인 마을에 정착했다는 보도를 접하며 안도의 숨을 쉬지만 현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 마음이 무겁다.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브국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