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쌀'은 어떤 존재일까? 시대가 급격히 변했고 실물경제는 냉정하다. 농업이 우리경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줄어든 것처럼 '쌀'의 위상도 동반추락했다.

30~40여년 전 의례 인사가 “아침 드셨습니까?”였다. 쌀이 귀해 아침 식사를 거르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밥은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문제중 하나였고 특히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모두의 소망이었다. 정부는 원조를 받는 가운데서도 쌀 자급을 위해 총력을 다했고 개량품종인 '통일벼'는 보릿고개를 넘어 쌀 자급 100%를 이루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9㎏으로 30년 전 127.7㎏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나홀로족(族)'이 전체 가구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현대인들은 쉽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을 원하게 됐다. 음식문화의 변화 속, 다양한 레시피로 소비자를 공략한 것은 수입 밀가루다. 밀가루는 연간 200만t 정도 소비되는 반면 가공용 쌀 소비량은 40만t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간 '쌀=밥'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소비자의 변화에, 쌀 소비처의 다변화 전략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처럼 유독 쌀만 남아돌고 스태그플레이션 속 가격이 추가하락한다면 수천억 원의 세금과 쌀 재배 농업인들에 대한 대책이 어느새 국가적 문제로 대두된다. 몇해 전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쌀 자조금제도 도입을 위한 설문조사'를 전국 쌀 전업농회원 농가 1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바 있다. 이들에게 쌀 풍년에 따른 쌀 수급불균형의 원인에 대해 질의한 결과 응답자의 89.7%는 쌀 소비 감소가 쌀 수급불균형이 원인이라고 대답했다. 쌀값 하락의 원인으로 쌀 소비의 감소에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는 모든 사물에 대해 경제학적 가치(價値)를 매긴다. 가치는 의사결정의 근거이며 예측 가능성의 바탕이 된다. 미국 금융 경영가인 마이클 마이넬리는 그의 저서 '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가?'에서 “사람들이 정확한 가치를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싶은 사람은 그 가치를 인식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다가가고 소비처를 함께 다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과거 소비자 니즈는 저렴한 가격과 재배지 등을 살피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고품질 쌀과 소포장 쌀, 재배지 등 품질과 기능성은 물론 가루로 만든 가공식품과 간편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부와 관련기관들도 농가들이 쌀 소비를 염두에 두고 생산할 수 있도록 종자 등 농자재산업, 유통, 쌀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R&D 기술투자와 자금 등 정책적 지원은 물론 6차산업인 식품기업들의 소비처 다변화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연간 소비되는 밀가루 200만t 중 10%인 20만t만 쌀가루로 대체해도 심각한 쌀수급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코로나19 3차 격리설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 쌀 산업이 소비방법 다양화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고 다시금 민족의 생명선인 쌀을 지키면서 농가소득, 국민건강까지 지키는 1석3조 효과를 기대해 본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