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야 아프지 마”…채식하고 텃밭 가꾸는 아이들

인천시교육청, 기후생태환경교육 강화
탄소중립학교 지정·함께그린스쿨 운영
온실가스 원인 음식물 낭비 습관도 교정
“실현 가능한 생태전환 실천 방법 가르쳐”

월 2회 채식급식으로 육류 섭취 줄여
현장 적합도·만족도 조사 75% '호평'
텃밭 교육, 협동·수확의 기쁨 알려줘”
“자연 사랑하는 마음 갖게 돼 효과적”

 

학교, 아이들 환경 교육 놀이터 되다

▲ 신선초등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상자 텃밭을 가꾸고 있다./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br>
▲ 신선초등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상자 텃밭을 가꾸고 있다./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기후위기시대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학습하는 공간인 학교가 기후 위기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환경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학교 운동장에는 상추, 토마토가 자라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급식실에서는 잔반 제로 캠페인이 펼쳐진다. 아이들이 식판에는 탄소 배출이 적은 제품들이 등장했다. 교실에서 분리배출은 당연한 것이 됐고, 게시판 곳곳은 환경교육 활동들로 전시된다.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교육 환경 변화 움직임은 몇 년 전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020년 교육부와 환경부, 17개 시도교육청의 '기후위기·환경재난 시대, 교육의 대전환을 위한 비상선언'이 첫 단추다. 정부는 지난해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생태전환교육을 반영하는 등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교육기본법 개정은 학교 환경교육 영역에서 이뤄진 큰 변화 중 하나다.

지난해 해당 법 제22조2항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하여 생태전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는 기후변화 환경교육 조항이 새로 포함됐다.

이는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해 국가가 모두를 위한 생태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끔 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생태 교육은 새로운 교육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생각의 전환을 요구한다.

편리함과 간편함을 위해 당연히 수용해왔던 삶의 방법을 의심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생각과 행동양식의 변화를 추구한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생태전환 삶을 위해 학교 전체가 움직이는 분위기”라며 “교과마다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일선 학교에서 부단히 노력 중이다. 교육청도 기존 교육과정에 탄소중립 연계 방안을 연구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석남초등학교 급식실에 붙어있는 학생들의 환경교육 활동물.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br>
▲ 석남초등학교 급식실에 붙어있는 학생들의 환경교육 활동물.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지구야 너를 위해 싫어하는 당근을 조금씩 먹어보려고 노력할게. 힘내! 사랑해!”

인천 석남초등학교 전예서(9)양이 포스트잇에 서툴지만 진심을 꾹꾹 담아 쓴 당찬 포부다.

전양에게 당근을 먹는 일은 쉽지 않지만 지구를 위해 과감한 결심을 했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 기후위기를 극복하는데 보탬이 된다. 기후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음식물 쓰레기가 꼽힌다. 음식물 쓰레기가 부패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방출되기 때문이다. 이때 나오는 메탄은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 2021'에서 세계적으로 해마다 10억t의 음식물이 낭비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1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전양은 처음부터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실천했던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환경 수업을 받으면서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대응하게 된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생태적 전환을 실천하는 지구생태시민 양성을 위해 인천형 기후생태환경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탄소중립학교 지정과 학교텃밭 조성, 채식선택급식제, 기후생태환경교육 학생동아리, 함께그린스쿨 운영 등이 그 일환 중 하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환경 관련 수업에 흥미를 느끼며 참여하고 있다”며 “생태전환을 위해서는 인지뿐 아니라 실천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각 학교에서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법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지구를 위한 채식급식

▲ 석남초등학교 신소윤양이 채식급식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다. 이날 급식은 버섯약고추장이 들어간 비빔밥과 우렁된장찌개, 깐쇼새우, 웨지감자오븐구이, 백김치, 콘샐러드로 이뤄졌다./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 석남초등학교 신소윤양이 채식급식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다. 이날 급식은 버섯약고추장이 들어간 비빔밥과 우렁된장찌개, 깐쇼새우, 웨지감자오븐구이, 백김치, 콘샐러드로 이뤄졌다./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인천 지역에 채식급식이 자리 잡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특수학교를 제외한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채식급식제를 운영하고 있다. 월 2회 학생들에게 채식 식단 제공, 매일 별도의 채식 식단 제공, 기존 식단에서 채소 반찬을 추가하는 세 가지 방식 중 학교가 한 가지를 선택해 제공한다.

지나친 육식 위주 식습관이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만큼 육식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 실천을 위해 마련됐다.

지난달 채식급식 배식이 한창인 석남초에 들어서니 고소한 밥 냄새가 풍겼다. 급식을 받은 학생들 식판에는 콩나물, 버섯약고추장 등이 들어간 비빔밥과 두부가 들어간 우렁된장찌개 등이 담겨 있었다. 급식에 흔히 나오는 육류 반찬이 없었지만 학생들은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신소윤(12)양은 “채식급식 날은 자연을 생각하는 날이어서 밥을 먹고 나면 뿌듯해진다”라며 “당근, 버섯 등의 채소를 싫어했지만 이젠 아니다. 지구를 아끼기 위해서 다양한 환경 수업들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환경 수업이 요즘 가장 기대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학교는 여러 종류의 채식 중에서도 계란·유제품·어류 섭취를 허용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 식단을 짜고 있다. 고기 대신 두부·생선류·바지락살 등으로 단백질을 대체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과일·곡식·견과류만 섭취하는 프루테리언, 모든육식을 거부하고 과일·채소만 먹는 비건, 채소와 계란만 먹는 오보 베지테리언, 어패류를 먹지 않고 유제품·계란·과일을 먹는 락토오보베지테리언 등의 채식 종류가 있다.

▲ 석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채식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아이들의 채소 편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학부모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학부모 장모(44)씨는 “아이가 채소 편식을 했었는데 요즘은 곧잘 먹는다”며 “학교에서 운영하는 채식으로 요리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채소에 대한 친밀감이 높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지난해 시교육청이 채식선택급식의 학교 현장 적합도 및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긍정 평가가 75.3%로 조사됐다. 2020년 채식급식 사업 시작 전 시행한 실태조사에서 긍정 평가가 38%에 그친 것과 비교해 크게 높아졌다.

홍상임 석남초 교장은 “단순히 채식급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당사자이자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을 위해 교육을 통해 환경 감수성을 높이려고 한다”며 “이것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실천이며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한 기본적인 교육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가 채식선택급식학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놀이터가 된 학교 텃밭

▲ 신선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세미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 신선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세미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황토색 모래가 가득했던 운동장에 푸른색이 입혀지고 있다. 축구 골대만 덩그러니 있어 삭막했던 운동장에 텃밭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텃밭을 운영하는 학교는 125곳으로 지난해 99곳보다 늘었다.

텃밭 가꾸기는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 해마다 도입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는 게 교육청 관계자 설명이다.

공간의 변화는 아이들의 생태 감수성을 높였다.

지난달 찾은 중구 신선초등학교 학생들은 상자 텃밭에 채소 심기에 한창이었다.

이날은 3학년 학생들이 수세미를 심는 날이었다. 수세미는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말리면 생활용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제로웨이스트 물품으로 천연수세미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영롱한 빛을 띠는 수세미 씨앗을 흙에 묻고, 물을 줬다. 아이들은 40분 동안 구슬땀을 흘렸지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신선초등학교 정루하군이 학교 텃밭에 심을 수세미 씨앗을 들고 지구가 건강하기를 소망하고 있다./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정루하(10)군은 “여기 텃밭은 저희 반 친구들이 함께 씨를 뿌리고 물을 줬다”며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상추는 다 크면 재배해서 집에 가져가 부모님과 함께 나눠 먹는다. 오늘 심은 수세미도 잘 자라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텃밭 교육은 학생들에게 탄소 중립 실천을 가르쳐 주는 계기가 됐다. 학생들은 자신의 손으로 심은 씨앗이 자라서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

지소윤(10)양은 “지구가 많이 아프다고 들었다”며 “우리가 심는 씨앗들이 잘 커서 아픈 지구를 치유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다양한 식물들을 키워서 건강한 지구 만들기에 함께하고 싶다”고 전했다.

신선초는 올해 탄소중립 프로그램 운영학교로 지정돼 텃밭 조성 외에도 다양한 환경 수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기후위기대응 학생동아리 운영, 학교 생태지도 제작, 인천 멸종위기종 보호활동, 중고마켓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새롬 신선초 환경교육담당교사는 “생태시민 육성을 위해 학생들이 다양한 환경 수업을 접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며 “특히 텃밭 교육은 여럿이 함께 협동하는 즐거움과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이 식물과 벌레 등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돼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다음 세대에 큰 짐 지워선 안돼”…현세대 향한 따끔한 일침

지구의 날 기념 인천 청소년 기후행동 연설대회
시스템 전환·탄소중립 실천 일상화 등 '목소리'

▲ 탄소중립 생활 실천 안내서, 학교편 부록/이미지출처=환경부

미래의 어른, 청소년들이 현재의 어른들에게 기후위기에 관한 일침을 가했다.

최근 지구의 날을 맞아 열린 인천 청소년 기후행동 연설대회에서 학생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한 어른들의 실천을 요구했다.

미래세대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과 지속 가능한 미래 보장을 위해서다.

대회에서 초은고등학교 김가은(17)학생, 박문중학교 손태빈(15)학생, 부평서초등학교 장진원(13)학생이 각각 인천시장상을 받았다.

김가은양은 “우리는 지구의 변화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다음 세대에게 감당할 수도 없을 만큼 너무 큰 짐을 지워줘서도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세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갖고 정부와 국제사회에 강력한 탄소중립 대책을 요청해야 한다”며 “우리에겐 그것을 요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거대한 사회 시스템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 실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태빈양은 “거대한 시스템은 개인이 모여 가족이 되고 마을이 모여 도시가 되는 것과 같이 하나의 사회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며 “결국 이것은 개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체계이고, 그 말은 개인이 행동하면 분명히 시스템도 바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은 상호작용을 하며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에 한 명이 나서면 나머지 사람들도 영향을 받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돼 모두가 행동하게 된다”며 “그 대표적 사례가 그레타 툰베리의 1인 시위다. 우리는 충분히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홍보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환경보호 실천 다짐이 꾸준히 이어지기 위해서 홍보 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장진원군은 “사람들은 지키기 어려운 것들이 아닌데도 실천하는 것을 잊어버린다”며 “그 원인을 생각해 봤는데 바로 문제를 인식하는 계기가 필요한 것 같다. 그 계기는 홍보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처음에 우리에게 마스크를 쓰는 게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 당연해졌다”며 “이처럼 탄소중립 실천도 꾸준히 해나간다면 익숙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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