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민 탐사보도부 차장<br>
▲ 이순민 탐사보도부 차장.

'국민 유격수' 박진만과 '100승 투수' 김수경의 모교인 인천 서화초 야구부원은 14명이다. 9명인 6학년생이 졸업하면 야구부 앞날도 장담할 수 없다. 서림초 야구부는 학생 수가 모자라 최근 해체했다. 리틀·유소년 야구단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해도 구도(球都)의 뿌리는 분명 심상찮다.

야구 꿈나무들이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는 길은 피라미드 구조다. 야구를 할 수 있는 학교가 부족해 진학 문은 좁아진다. 지난해 덕적고 야구부가 창단했는데도 인천에 고교 야구부는 4개뿐이다. 인천 연고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야구인들은 한결같이 아마야구의 위기를 걱정한다.

인천일보는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을 맞아 다음달부터 '구도 인천'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인천 프로야구 40년 올스타를 선정하고, 잊지 못할 경기들을 되짚는다. 환희와 눈물의 순간을 안겨줬던 야구인들도 만난다. 그리고 구도 인천을 지탱하는 아마야구를 들여다 본다. 인천 야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져야 구도의 명맥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탐사보도로 파고들 현안이 산적한데 뜬금없이 '야구 타령'이냐고 묻는다면, 인천SSG랜더스필드로 눈길을 돌려보라고 답하고 싶다. 단언컨대 매일 저녁 1만명의 시민을 모을 수 있는 이벤트는 오늘도 야구밖에 없다. 먹고사는 문제로도 골치 아픈데 '그깟 공놀이'가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라이트가 켜진 학교 운동장을 쳐다보라고 답하고 싶다. 수백명의 학생들은 오늘도 흙바닥에서 밤늦게까지 땀방울을 흘린다.

100여년 전 인천 학생들로 구성된 야구팀인 '한용단'은 지금의 제물포고 자리인 '웃터골'에서 일본인들과 맞붙었다. 한일전이 열릴 때면 시내가 조용할 정도로 운동장에 관중이 몰렸고, 일본인 심판 오심으로 장외 충돌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야구 때문이었다. 인천은 원래 이런 도시다.

/이순민 탐사보도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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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오늘의 운세 며칠 전 기사를 쓰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기획 기사를 준비하며 2년 가까이 인터뷰를 이어온 취재원이었다. 그는 본인 얘기를 기사화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대로 초고를 덮었다. 마감이 끝난 저녁과 휴일 틈틈이 정리했던 기록은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기획안부터 다시 써야 했다.취재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뒤따른다. 발제부터 보도까지 밑그림대로 흘러가는 경우는 드물다. 예기치 못한 변수에 맞닥뜨리고, 그때마다 기사는 널뛰기를 거듭한다. 일간지 기자들에겐 으레 매일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