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강화군 화도면에 있는 마니산(摩尼山·472.1m)은 인천을 통틀어 가장 높은 산이다. 강화도 주민들은 마리산으로 즐겨 부른다. 마리산은 머리(頭)를 가리키는 옛말 '마리'에서 유래한 듯싶다. 1990년대 시민단체가 나서 지역 주민들이 부르는 대로 마리산으로 바꾸려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바뀌지 않았다. 지도를 바꾸는 등의 작업이 번거로워서라고 한다. 산세가 아기자기하고 주변에 문화유적지가 수두룩해 많은 관광객과 등산객이 찾는다. 1977년엔 국민관광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마니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대개 돌계단을 통한 코스와 정수사(淨水寺)로부터 가는 코스 등으로 나뉜다. 산 꼭대기에서 황해와 섬들을 보노라면 가슴이 시원해진다. 마니산이 있는 화도면도 본디 강화도 본도와 바다로 단절된 '고가도(古加島)'란 섬이었다. 그런데 바다 한가운데 솟아 있던 마니산과 화도면은 조선 숙종 때(1706년) 간척사업으로 본도와 하나로 합쳐졌다.

마니산은 제천의식을 벌일 만큼 명산으로 꼽힌다. 산 정상엔 단군성조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려고 마련했다는 참성단(塹城壇·사적 136)이 있다. 마니산에 제단을 만든 것은 한반도의 배꼽으로 하늘과 연결돼 있어서라고 전해진다. 자연석으로 둥글게 쌓은 하단은 하늘을 상징하고, 네모 반듯하게 올린 상단은 땅을 상징한다. 여기선 지금도 개천절이면 제례를 올리고, 전국체육대회 성화를 채화한다. 산 북동쪽 정족산(鼎足山) 기슭엔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三郞城·사적 130)이, 그 안엔 유명한 전등사(傳燈寺)가 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재미난 얘기도 마니산과 관련돼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에 나무꾼이 나무를 하려고 마니산 중턱에 올랐을 때, 숲 속에서 노인들이 바둑을 두고 있음을 본다. 나무꾼은 노인들이 건넨 술을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둑 구경을 하다가 날이 저물자 산을 내려와 마을로 갔다. 그런데 자기가 살던 동네에선 300년이나 흘러 사람들이 모두 죽고 없었다. 나무꾼은 그제서야 노인들이 신선이었으며, 그들이 권해 마신 술이 바로 불로주(不老酒)였음을 알았다고 한다.

강화군이 '마니산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해설사와 함께 산길을 걸으며 마니산에 얽힌 이야기·역사를 듣고, 시설 체험 등을 하는 내용이다. 프로그램은 매주 주말 오전 10시, 오후 1시에 시작된다. 참여하고자 하는 시민·단체는 강화도체험학습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마니산 입장료를 제외한 모든 체험비는 무료다.

마니산에서 '치유'를 한번 경험해 보는 일은 어떨까. 옛부터 하늘에 제사를 올릴 정도로 기(氣)가 풍성한 곳이라면 안성맞춤일 듯하다. 여기에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 강화도의 관광은 덤이다. 마니산과 더불어 강화도의 매력에 흠뻑 빠질 터이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