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경기비상행동이 김동연 당선인 측에 발끈하고 나섰다. 비상행동은 21일부터 1인시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도지사 선거전 당시 김 후보는 비상행동과 정책협약을 맺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 40% 감축, 임기 내 재생에너지 비율 25% 달성' 등 그 약속을 지키려면 초기부터 강력한 추진 의지를 안팎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는 기후 전문가가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았다. 더구나 인수위와 비상행동 간 소통창구조차 마련되지 않아 정책협약이 논의 안건에 오르지도 않았다고 한다.

당선인 측은 인수위원회 인원 제한 때문이었다고 변명하지만 군색하다. 기후위기 대응은 이 시대에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한국정치 판에서도 기후위기가 최대 쟁점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김동연 리더십'이 시대를 앞서가지는 못할망정 기왕의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모습을 노출하면 실망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개혁은 정략적 행보가 아닌 가치 지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김 당선인은 비상행동 외에도 보건의료노조와 의료 공공성에 관한 정책협약을 맺었고, 인권과 장애인, 돌봄과 사회복지, 일자리·경제, 사회혁신, 평화·통일, 문화 등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고심 끝에 정리한 정책에 대해 협약식을 맺고 적극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들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 정책들은 해당 분야의 공익과 공공성을 높이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표를 얻기 위해 남발된 공약과는 차원이 다르다. 분야별 전문가를 인수위원에 앉힐 수는 없다 하더라도, 시민사회단체와 소통·협력하는 통로는 분명하게 해 두었어야 한다.

김 당선인은 6월 들어 '광폭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인수위원 두 자리를 상대 당에 내주기로 약속했고, 당이 다른 서울과 인천 시장 당선인을 만나 협력을 다짐했다. 충청도에도 다녀왔다. 본인은 절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이른바 '잠룡'으로서 행보를 시작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치적 외연을 넓히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하는 게 훨씬 시급하다고 본다. 이제라도 약속 이행 방안을 공표해 주기 바란다. 거대 양당의 '공동통치'보다는 시민사회 거버넌스 확립이 진정한 '협치' 개념에 한결 가까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