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훈도 논설위원.
▲ 양훈도 논설위원.

경기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지역활성화 사업 가운데 '보이는 마을'이라는 게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안 보이게 된' 마을을 문화적으로 되살려, 제대로 보이게끔 하자는 사업이라고 짐작된다. '투명마을' 취급을 당해서야 재생이고 뭐고 없을 테니, 소박하고 단순하지만 작명 센스를 높이 쳐줄만 하다. 시이불견(視而不見)이면 아무 소용없다. 일단 눈에 들어와야 미래도 보인다.

포천시 관인면은 경기도의 북서쪽 끄트머리에 있다. 동쪽으로 연천군, 북쪽으로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서쪽으로 철원군 갈말읍이다. 관인면 시가지인 탄동리와 초과리에서 포천시내로 가는 것보다 동송·갈말까지 거리가 가깝다. 관인면의 서쪽 경계를 따라 세계지질공원인 한탄강이 흐른다.

관인면의 드넓은 논은 한탄강의 선물이다. 철원평야가 그러하듯 풍화된 화산 용암 토질이 비옥해 예로부터 벼농사가 잘 되기로 소문 자자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도둑처럼 찾아온 광복과 동시에 마른벼락 같은 38선이 그어졌을 때 관인면은 38이북에 속했다. 남한에서 연천군이라는 행정구역이 사라졌고, 연천군 관할이었던 관인면도 함께 없어졌다가 전쟁으로 '수복지구'가 되었다.

관인면은 수복지구치고는 상당히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미군 보병 40사단이 부대 상징 마크인 선버스트(sunburst)를 본뜬 방사형 거리를 조성하고, 학교(관인중학교)와 관공서 등을 지어준 덕이 크다. 농사 잘 되고, 시가지 골격을 갖춘 관인면 중심지는 1960~70년대까지 인구 1만 명이 넘는 마을로 꽤 흥성였다.

하지만 1980년대 농촌을 떠나는 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면세가 기울었다. 2022년 5월 현재 관인면 인구는 2700명 수준이다. 전쟁 직후 형성된 거리는 마치 박제라도 한 듯 예전 모습 그대로 '동결'되고 말았다. 탄동리와 초과리는 경기도 북서쪽 변방의 안 보이는 마을, 잊혀진 마을이 되어갔다.

최근 들어 관인면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반갑다. 관인면이 '도시재생 인정사업'과 '관광 테마 골목길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70억원이 넘는 국·도비를 지원받게 되었다고 한다. 5~6년 전부터 관인면을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를 주민과 예술가들이 머리 맞대고 궁리하고 노력해서 얻은 값진 성과다.

2019년부터 관인면사무소에서 1.5㎞ 구간으로 '해바라기 길'로 명명하고, '타임캡슐'에서 건진 볼거리와 음식문화 그리고 기억의 스토리텔링이 주효한 듯하다. 관인면의 미래를 당기고 있는 주민동동체 '관인문화재생연구회'에 박수를 보낸다.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