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포부 접고 회사원 생활
사업하다 시민배우 프로젝트 참여
'막차 탄 동기동창'으로 무대 올라
“꿈 접은 남성 역할…자연스레 몰입”
▲ 이면구 시민배우가 돌체 소극장에서 '막차 탄 동기동창' 연기 연습을 하고 있다./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 이면구 시민배우가 돌체 소극장에서 '막차 탄 동기동창' 연기  연습을 하고 있다./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그렇게 먼저 가버리면 어떡하라고, 왜 거기서 죽어!”

한 사내가 연극무대 위에서 오열한다. 무대 위 동선을 맞춰보고 혼신을 다해 연기를 펼치는 그는 인천의 한 중소기업 사장이다.

작은극장 돌체가 시민배우 프로젝트를 추진한 건 올해로 15년째다. 연극배우가 돼 보고 싶은 시민이 매회 모여 한 작품을 끈기있게 연습하고 전문배우 같은 일정을 소화하며 스스로 무대를 만드는 작업이다.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돌체 극장에서 선보이는 시민참여 연극은 '막차 탄 동기동창'이다.

주인공 세 명 가운데 동창생 역을 맡은 이면구씨를 만나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사연을 들어봤다.

 

▲ 이면구 시민배우가 돌체 소극장에서 '막차 탄 동기동창' 연기 연습을 하고 있다./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낮에는 기업 대표, 밤에는 연극배우

어릴 적부터 연기에 관심이 많던 그는 인천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당시 서라벌예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영화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는 그 시절 현실적인 문제로 이루지 못하고 인천의 기업 ㈜선광에 몸담게 된다.

“심명구 선대 회장님과의 인연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죠. 여러 가지 일을 도맡으며 성과도 내고 제 일처럼 열심히 몸을 바쳤던 시절이었습니다.”

회사를 퇴직하고 개인사업을 차리며 어엿한 사장님이 되었으나 연기의 꿈만은 미완의 노래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어느 날 무턱대고 돌체 극장을 찾아갔죠. '나 연극 하고 싶소'라고 말하면서요.”

그렇게 이번 시민참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그는 회사 업무를 마치고 난 시간을 연습에 매진한다.

 

▲ 이면구 시민배우가 돌체 소극장에서 '막차 탄 동기동창' 연기 연습을 하고 있다./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 이면구 시민배우가 돌체 소극장에서 '막차 탄 동기동창' 연기 연습을 하고 있다./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인생에 실패했다고 생각할 때 빛이 되어줄 수 있는 것

서로 다른 환경과 가치관을 갖고 살아온 60대의 두 초등학교 동창생. 55년 만에 상봉한 이들이 어쩌다 동거 생활을 시작하며 성격 차이와 충돌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웃에 사는 무당을 둘러싸고 파문이 일어난다는 내용이 '막차 탄 동기동창'이다.

“제가 맡은 역할이 바로 인생에 순응하느라 꿈을 접은 한 남성이죠. 어쩌면 제 얘기일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역할에 몰입이 돼요.”

65년 넘게 세상을 살면서 그에게도 여러 가지 넘어야 할 굽이가 있었다. 스스로 세상을 등지려는 생각도 할 정도였다. 시민 배우에 참여한 그는 지금 자신이 호랑이 같다고 느낀다.

“비록 동물원에 있을지라도 호랑이에게 야생의 피가 흐르듯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무언가를 알게 됐습니다. 이제 제 인생은 완벽히 달라졌어요.”

그는 관객들에게 이번 연극 출연자들과 공동으로 한 작업을 선보이는 날만 기다리며 또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고 있다.

이근삼 작가가 대본을 쓰고 박상숙 돌체 대표가 연출한 이번 공연에 이면구 시민 배우 이외에도 손민목·조은숙씨가 출연한다.

공연 기간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엔 오후 4시30분 관람할 수 있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 관람료 무료.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