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화숙 인천 부평구 청천2동 주민자치지원관.
▲ 고화숙 인천 부평구 청천2동 주민자치지원관.

미군기지였던 부평 캠프마켓이 시민들 품으로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9년 일본이 군수공장인 조병창을 만들고 그 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무려 81년 동안이나 차가운 철조망과 삭막한 콘크리트 담벼락으로 굳게 닫혔던 가슴 시린 금단의 땅 그곳. 한때 존재했으나 삶의 전부를 닫힌 세계만 보고 간 사람들이 무수했을 법한 세월 81년. 그렇게 담장 안과 밖은 이차와 저차의 세계처럼 영원히 바깥세상의 온기를 허락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 공간이 2021년 10월14일 산산이 부서졌고 먼저 간 사람들의 영혼들도 함께 보란 듯이 활짝 열렸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느꼈던 낯설고 불편했던 감정.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의 설움처럼 내 땅인 듯 내 땅 아닌 내 땅 같은 남의 땅이 열리던 날, 격렬한 격세지감에 감격적 감개무량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캠프마켓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잠시 숨 고르기를 하다 지난 6월12일 단오제 행사를 치르며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삶의 많은 것들로부터 지쳐있던 시민들이 실로 오랜만에 그 공간에서 서로의 에너지를 느끼며 한껏 즐겼다. 풀장 속 시원한 물을 닮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섬섬옥수 손길이 닿은 꽃장식 포토존, 부평의 곳곳을 한 컷에 담아 근사하게 펼쳐놓은 사진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별별 부스들, 이 모든 것들이 시민들의 웃음과 어우러져 넉넉히 만끽되었다.

특히 코로나로 비감한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예술인들이 그동안 갈고 닦아온 끼를 모처럼 마음껏 펼쳐냈다. 사방은 후끈 달아오른 양질의 에너지가 한여름 햇살처럼 쏟아졌다. 그곳이 열리기까지 애썼던 수많은 피방울과 땀방울들도 함께 기뻐하며 웃고 즐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멋진 공원이 제대로 시민들 품에 안기려면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 6월1일 민선 8기 단체장 선거가 끝났다. 부평구에 새로 열릴 공간 3보급단과 캠프마켓 활용을 둘러싸고 부평구청장 선거에 나선 두 후보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부평구민들은 녹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공간의 역사적 가치를 살려 역사와 문화를 품은 시민 공원 조성을 약속했던 후보를 선택했다. 부평에 있으나 부평 땅이 아닌 그곳. 해서 인천시 정부와의 협치가 매우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를 '희소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 정의했다.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으니 정치가 책임을 지고 희소가치가 있는 공간에 대해 권위적 배분을 하게 될 것이다.

유독 정치에서 좋은 협치 모델을 볼 수 없었던 경험은 자꾸 우려를 앞에 세운다. 섧디 설은 역사와 찬연한 녹색을 품고 조금씩 사람들 속으로 돌아오고 있는 부평의 미래가 담긴 멋진 공간. 부디 지혜롭고 현명하게 협치의 강을 잘 건너서 그곳 전부가 온전히 시민 품에 안길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고화숙 인천 부평구 청천2동 주민자치지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