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보급 발맞춰 충전시설 확충 서둘러야

지난해 말 인천 등록 전기차 1만2820대
충전기 급속 521기·완속 3269기에 불과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수송 부문 13.5%
정부, 2050년까지 90% 이상 감축할 계획
“무공해차 빠른 보급엔 충전소 뒷받침돼야”

차량·연료 생산 과정 화석연료 의존 한계
대중교통 이용 늘리고 모빌리티 혁신해야

 

인천 시내버스, 2030년까지 모두 수소차 전환 청사진

수소 경제 활성화·탄소 저감 기대감
트럭·광역버스·청소차로 확대 계획

▲ 지난 3월30일 인천시청에 전시된 수소버스와 수소화물차. /사진제공=인천시

지난 3월30일 인천시청에 버스와 대형 트럭, 청소차가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겉모습은 기존 버스·화물차와 다를 바 없었지만, 이들 차량에는 'Fuel Cell(연료전지)'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인천시와 환경부를 포함한 6개 기관·기업은 이날 '수소 대중교통 선도도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으로 2030년까지 인천 시내버스가 모두 수소버스로 전환된다. 인천 시내버스는 지난해 7월 기준 2184대로 전기버스는 75대뿐이고, 수소버스는 없다.

시내버스의 수소차 전환은 수소경제뿐 아니라 탄소 저감으로 이어진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차량 1대당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은 승용차 2.08t, 화물차 44.61t, 버스 62.38t이다. 환경부는 “모든 시내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자체는 인천시가 유일하다”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인천시와 협의해 시내버스 외에도 대형 트럭과 광역버스, 청소차 등 다양한 상용차의 수소차 전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항만과 공항을 품고 있는 인천은 대규모 산업단지들도 위치해 다른 도시보다 경유 화물차 운행량이 많다. 친환경차 보급도 승용차에 치우치고 있다.

인천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 기준, 인천에 등록된 전기차 가운데 승용차가 84.0%를 차지한다. 화물차는 13.98%, 승합차는 0.98%에 그친다.

무공해차 운행 시나리오가 담긴 탄소중립을 이행하려면 전기차는 승용차, 수소차는 대형 상용차 위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소충전소는 접근성이나 공간 분포보다 주민 수용성을 고려해 설치되면서 이용자 편의성이 낮다. 차량기지를 중심으로 운행하는 시내버스와 대형 트럭은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석종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천에서 운행하는 화물차량과 버스를 친환경차로 전환하면 다른 도시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많이 줄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수소차는 충전소 용지를 확보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시내버스와 화물차 위주로 보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 1t 전기트럭으로 화물 운송업을 하는 정기옥(71)씨가 지난달 초 중구 배송 현장에서 손수 붙인 전기차 스티커를 가리키고 있다. /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 1t 전기트럭으로 화물 운송업을 하는 정기옥(71)씨가 지난달 초 중구 배송 현장에서 손수 붙인 전기차 스티커를 가리키고 있다. /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인천에서 화물 운송업을 하는 정기옥(71)씨는 지난해 3월 1t 전기트럭을 샀다. 화물차를 15년째 운행하고 있는 정씨가 전기트럭에 눈길을 돌린 까닭은 경유차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정씨는 “기름값이 너무 많이 들고 소리도 요란했다. 환경업체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환경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기트럭을 몰면서 전기차에 대한 호감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도 피할 수 있었다. 전기차를 홍보하려고 손수 제작한 전기차 표시 스티커도 차에 붙였다. 지난달 초 중구 배송 현장에서 만난 정씨는 “경유차는 하루 연료비가 4만∼5만원이었는데, 전기트럭으로 바꾸고 1만5000원 수준으로 줄었다”며 “전기차 스티커로 홍보하고 다녔더니 친구도 전기트럭으로 바꿨다”고 웃었다.

전기트럭을 몰면서 요소수 대란에 이은 기름값 폭등도 비껴간 정씨에게도 불편함은 남아 있다. 바로 전기차 충전 문제다.

 

5년 만에 전기차 61.9배 늘었지만

▲ 지난해 11월 인천 중구 신흥동에서 운영을 시작한 인천그린수소충전소. /사진제공=인천시
▲ 지난해 11월 인천 중구 신흥동에서 운영을 시작한 인천그린수소충전소. /사진제공=인천시

15일 인천시 자료를 보면 인천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급속 521기, 완속 3269기 등 총 3790기다. 지난해 말 기준 인천 등록 전기차는 1만2820대였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전기차 3.38대당 1기의 충전시설이 보급된 셈이지만,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기차 충전기가 공공시설이나 신축 건물에 몰린 탓이다.

특히 생활 공간에서 전기차 충전시설을 찾기 어려운 지역은 '충전사각지대'나 마찬가지다. 지역 특성이나 수요보다도 용지 확보 측면에서 충전기가 우선 보급되면서다. 전기트럭을 운행하는 정씨는 아예 사비를 털어 충전기를 설치했다. 그는 “충전시설이 부족해 원거리 화물은 엄두도 못 낸다”며 “집 근처에 들어선 다세대주택 주차장에 사비 180만원을 들여 충전설비와 계량기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전기차 지원 정책은 크게 보급 측면에서 민간 구매 보조금과 공공 구매, 그리고 충전 인프라 확충으로 나뉜다. 올해 인천시는 총 1263억400만원(국비 842억4800만원, 시비 420억5600만원)을 들여 1만1112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원한다. 지난해 5775대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차량당 최대 보조금은 전기승용차 1060만원, 소형화물차 2000만원, 전기버스 8000만원이다. 전기차 보급 예산은 지난해 829억9200만원에서 대폭 상승했다.

해마다 확대되는 보급 정책으로 전기차 등록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천에서 전기차 신규 등록은 7454대로 집계됐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2016년 말 207대에 머물렀던 인천 전기차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2820대까지 늘면서 5년 만에 61.9배로 치솟았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시설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은 더딘 편이다. 충전시설 설치 기준을 확대하기 위해 개정한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촉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는 지난 4월21일 시행됐다. 조례 개정을 통해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 의무 설치 대상은 공공건물·공중이용시설·공영주차장의 경우 총 주차대수 50면 이상으로, 아파트는 100세대 이상으로 확대됐다. 시민 접근성이 높은 공영주차장은 충전시설의 20% 이상을 급속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석종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 분포와 이용 행태를 바탕으로 충전소를 공급하고, 장소별 수요를 고려해 적합한 충전기 형태를 설치해서 이용자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며 “인천시의 전기차 보급 전략을 구매 보조금 지급 정책에서 충전기 설치 확대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규제 가속화, 내연기관차 퇴출 눈앞

▲ 친환경차 종류 및 범위./자료제공=대통령 소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2050년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30년 안에 사실상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하는 과제다. 수송 측면에선 내연기관차의 퇴출을 의미한다. 탄소중립에 앞서 자동차 관련 환경 규제는 각국에서 이미 가속화하고 있다. 2025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2030년 영국·스웨덴·인도·네덜란드, 2035년 일본·태국, 2040년 프랑스·캐나다·싱가포르 등지에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금지된다.

▲ 국내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자료제공=인천연구원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수송 부문은 13.5%(2018년 기준)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 1990년보다 2.8배 늘어난 규모다. 수송 부문은 도로·철도·해운·항공으로 나뉘는데, 이들 운송 수단 모두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특히 철도를 제외하면 석유 의존도가 높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야별로 보면 수송 부문은 발전에 해당되는 전환(37.0%)이나 산업(35.8%) 부문에 견줘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지 않다. 다만 다른 부문보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 전환 속도가 빠른 편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계획으로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측면에서 수송 부문의 중요성이 떠오르는 배경이다. 해외에서도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수송, 특히 자동차 배출 규제를 우선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보면 수송 부문은 수명이 남은 최소한의 내연기관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량을 무공해차로 전환하는 A안, 전기차·수소차 비중을 높이면서도 내연기관차를 일부 남기고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B안을 가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50년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보다 97.1%(A안) 또는 90.6%(B안)가 감축된다. 산업(80.4%), 건물(88.1%), 농축수산(37.7%) 등 다른 부문과 비교하면 감축 비율이 높다.

대통령 소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수송 부문 에너지 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내연기관차를 운행 단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차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무공해차의 빠른 보급을 위해선 기술 개발과 적재적소의 충전소 설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 지름길은 대중교통 이용

▲ 국내 친환경차 보급 계획./자료제공=인천연구원
▲ 국내 친환경차 보급 계획./자료제공=인천연구원
▲ 국내 전체 차량 중 친환경차 비중 목표./자료제공=인천연구원

전기차뿐 아니라 수소차도 2019년 224대, 2020년 488대, 지난해 1021대로 해마다 신규 등록이 2배씩 늘고 있지만 친환경차 비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그친다. 지난해 인천에서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를 합친 친환경차 누적 등록 현황은 10만887대로 집계됐다. 전체 등록 자동차 167만5405대의 6.02% 수준이다. 친환경차가 늘어나는 동시에 탄소를 내뿜는 내연기관차도 증가하는 까닭이다. 지난해에만 인천에서 신규 등록된 차량은 18만5093대에 이른다. 인천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12년 100만대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지만, 전기차와 수소차의 보급 또한 궁극적으로 자동차를 늘리는 정책이다. 전기차도 전력 생산 체계가 재생에너지로 전환되지 않으면 화석연료에 기댈 수밖에 없다. 수소차 또한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행 중에는 온실가스는 배출되지 않더라도 자동차 생산이나 에너지 공급 측면에선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게 현실이다.

차량 통행을 줄이는 지름길은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공유차·자율주행차·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모빌리티 혁신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대중교통과 자전거·킥보드 등 개인 모빌리티의 이용 확대, 공유차량 등으로 2050년 승용차 통행량은 2018년보다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고품질의 대중교통수단 확대·다양화, 편리한 환승·연계 등으로 자가용보다 편리한 대중교통 체계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이은경·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저무는 내연차 시장…'정의로운 전환' 절실

인천 제조업 중 자동차 산업 부가가치 14.9%
전기차 전환 고용 악영향…'연착륙' 지원해야

▲ 한국지엠(한국GM) /사진출처= 인천일보DB
▲ 한국지엠(한국GM)./인천일보DB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전기차·수소차 등 자동차의 앞날을 주목했다. 미래차 산업 관련 공약들도 잇따라 제시됐다. 한국지엠 생산 공장이 위치한 부평뿐 아니라 인천 지역경제가 자동차 산업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2018년 발간한 '인천지역 자동차부품 산업 현황, 구조적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자동차 부품 업체는 200개가 넘는다. 보고서는 “인천 지역경제는 산업화 초기부터 자동차를 중심으로 산업이 발달했다”며 “완성차 업체인 한국지엠을 포함한 역내 자동차 산업 비중은 제조업 전체의 고용 13.3%, 부가가치 14.9%로 명실상부한 제1의 주력 산업”이라고 짚었다.

자동차 산업 비중이 높은 지역경제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특히 한국지엠이 부평2공장에서 올 11월까지만 차량을 생산한다고 예고하면서 불안감도 떠오른다. GM 본사는 2025년까지 전기차 30여종을 내놓고,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부평공장 활용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탄소중립에서 피할 수 없는 길인 전기차로의 전환은 내연기관 부품 수요의 감소로 이어진다.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전환에 대비하는 연구개발 투자, 온실가스를 줄이는 생산설비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탄소중립 연착륙을 위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한 것이다. 인천 자동차 산업은 저부가가치·영세 업체 중심이라는 한계도 안고 있다.

전기차는 부품과 공정이 내연기관차보다 적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사업 전환이나 다각화 등 혁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 없이는 탄소중립으로 자동차 산업 기반이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시장 의존도가 80%에 이르는 국내 자동차 업계도 성장 잠재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9월 발간한 '자동차 산업 탄소중립 추진 동향과 과제' 보고서에서 “탄소중립으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가 상향하면서 자동차 산업 구조와 경쟁 요소 등이 더욱 빠르게 재편되는 등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전기동력차로 안정적으로 전환되기 위해 친환경차 공급망 재구성을 위한 자금 조달과 기술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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