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소래염전은 197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천일염을 생산했다. 주안염전이 공단조성과 주변 환경변화로 폐쇄되면서 뒤를 이었다. 주안염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1907년)로 방대한 갯벌을 메워 천일염을 만든 곳으로 유명했다. 그 전엔 민간 업자들이 바닷물을 가마솥에 넣고 끓여서 소금을 제조하는 게 고작이었다. 사람에게 꼭 필요한 소금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들어 일본은 우리 물자 수탈을 노골화했다. 그 중엔 천일염도 포함됐다. 인천∼수원을 잇는 수인선 개통(1937년)은 바로 소금을 강제로 빼앗아 가기 위한 수단이었다. 일제는 서해안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수송하려고 협궤용 증기기관차를 들여왔다. 이때 소래철교도 건설됐고, 해방 후 1970년대까지 소래염전은 나라 안에서 가장 활발하게 천일염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1995년 12월 수인선이 폐선된 뒤 1996년까지 소금을 생산했지만, 이듬해부터는 그마저 중단되면서 폐염전으로 남았다.

소래엔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밀려들며 갯벌을 이룬다. 그래서 인적이 드문 폐염전을 중심으론 다양한 염생식물과 철새·양서류 등이 서식한다. 인천시가 이렇게 좋은 생태환경을 놓칠 리 없다. 시는 이를 주목해 소래포구 상류 갯벌과 폐염전 등에 공원조성 사업을 벌였다. 먼저 1999년 6월 폐염전 일대에 염전창고를 개조한 생태전시관을 열었다. 여기선 염생식물과 천일염 생산 시설물 등 관련 자료를 보여준다. 이어 2001년 4월부터는 생물 벽화관·자연에너지 체험관·공원 안내관 등을 조성해 생태학습장 기능을 확대했다. 전시관 근처엔 자연학습장을 꾸려 생태공원 습지에 사는 각종 동·식물을 탐구하고, 염전의 작업과정 등을 담은 영상을 제공한다. 폐염전을 복구한 염전학습장은 천일염 생산 현장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관람객들이 수차(물레방아)를 돌려 바닷물을 끌어 올리며 소금을 채취하는 체험학습을 병행한다.

인천시가 최근 소래습지생태공원 해양 친수공간 조성 공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착공 후 39억원을 들여 남동구 소래습지 전시관부터 시흥시와의 경계인 신천 갯골까지 648m 구간에 만남의 광장·갯벌 체험광장·전망대 등 다채롭게 꾸몄다. 소래습지 남측 산책로엔 해안데크길을 추가로 설치해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를 분리함으로써 방문객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해안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시흥 갯골 생태공원부터 용현 갯골 유수지까지 18㎞에 이르는 쾌적한 보행축을 마련한 셈이다.

소래에 가면 천일염과 포구는 물론 수도권 유일의 습지생태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소중한 자산을 아끼고 보존하는 일은 시민들의 몫이다. 아무쪼록 소래습지가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