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법제화 없이 권고 수준
대다수 일회용품 사용 여전해
상주 “불편” 다회용품 비선호
중소업체는 매점과 갈등 우려
시 “장례식장·시민 동참 독려”
▲ 인천 남동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다회용기.

지난 8일 오후 3시 인천 남동구 한 장례식장 빈소. 탁자 위는 음식을 담은 일회용 접시와 컵으로 가득했다.

누군가 음식을 다 먹어 텅 빈 일회용 접시 위에 또 다른 음식이 놓인 일회용 접시가 포개져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해당 장례식장 관계자는 “상주들이 '다회용기'를 낯설어하고 사용에도 불편함을 느껴 결국 일회용품을 사용하려고 한다”며 “일회용품 사용 금지가 법제화되지 않는다면 장례식장 내 일회용품 감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인천시가 일회용품 없는 장례 문화 조성을 위해 다회용기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인 데다 상주들의 선호도가 떨어져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시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은 대표 업종인 장례식장부터 쓰레기를 줄이고 다회용기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작년 5월부터 최근까지 지역 내 대학병원·민간 장례식장 10곳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다회용기와 세척비용을 지원하고, 장례식장은 상주 등 이용자에게 다회용기 사용을 우선 권장하며 홍보하는 방식으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실제로 장례식장 내 다회용기 사용으로 쓰레기 감소 효과를 얻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인천의료원 장례식장은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다회용기를 사용해 약 16만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인천일보 취재 결과, 여전히 대다수 장례식장에서는 일회용품 없는 장례 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시와 업무 협약을 맺은 장례식장들은 일회용품을 판매하진 않았지만 유족이 가져온 일회용품을 막아설 법적 근거가 미비해 장례식장에는 대량의 일회용품이 사용되고 있었다.

또 다른 장례식장 관계자는 “상주들이 직장으로부터 지원받아 가져온 일회용품마저 강제로 사용을 금지할 법적 규제는 없다”며 “다회용기 사용 안내를 전달하면 상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상조 직원들 역시 일회용품보다 무거운 다회용기를 꺼려 한다”고 말했다.

일부 중소형 민간 장례식장에선 일회용품이 장례식장에 임차인으로 들어선 매점의 주요 수입원이어서 매점과의 갈등을 우려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인천지역 민간 장례식장 33곳에 다회용기 등을 무상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했지만 협약에 동참해 달라고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며 “시민들이 환경 보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회용기 사용률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정회진 기자·변성원 수습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