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확장·이전…더 멀어져
선용품 산업도 부산 주도권
경제 활성화 보탬 힘든 실정

제주 부산 속초 여수 대부분
관광 콘셉트 전반 지역 상권
인천 단독 관광 상품 1개 뿐
▲ 코스타세레나호가 입항한 인천항 크루즈터미널 모습. /인천일보 DB

해양수산부 크루즈 기항지 관광객 입항 현황을 보면 2016년 195만3777명이던 국내 크루즈 관광객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을 거치며 2018년 20만1589명으로 89.7% 쪼그라든다.

같은 기간 제주는 120만9327명에서 2만1703명으로 2년 새 무려 98.2% 줄고, 인천 역시 16만5088명에서 2만2150명으로 86.6% 감소했다.

그도 그럴 게 사드 사태 전까지 우리나라를 찾는 크루즈 관광객 중 9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인천은 2016년 한 해 크루즈 관광객 중 92%가 중국인이었을 정도다.

인천은 물론이고 제주, 부산, 속초, 여수까지 크루즈 관광객 감소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사드 사태 3년 차인 2019년, 인천을 제외하고 다른 크루즈터미널들은 전년보다 소폭이라도 관광객 유치를 늘린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리적 이점과 풍부한 원도심 관광 자원을 활용해 중국 대신 일본, 대만 시장 등을 공략한 타지역 전략이 인천에서도 대입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인천항 크루즈 터미널.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인천항 크루즈 터미널.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크루즈 관광에서 인천 색이 약하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던 청와대가 지난달 10일 일반 시민에게 전면 개방됐다. 크루즈에서 갑자기 청와대 얘기냐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청와대 개방은 앞으로 인천을 찾을 선사들이 관광 코스를 짜는 데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인천 크루즈 관광에서 청와대는 개방 전부터 인기 코스 중 하나였다.

2015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작성한 '방한 크루즈 관광의 질적 제고 방안'에 따르면 당시 주요 선사들의 인천 기항지 관광상품은 크게 12개다. 이 중 청와대 관람을 포함한 상품이 3개나 된다. 시민 출입이 허락되지 않던 시절에도 크루즈에서 내린 외국인 관광객들이 청와대를 찾았으니 이번 개방으로 크루즈 업계에서 서울 관광 입지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인천 기항지 관광상품 12개에서 인천 단독 상품은 달랑 1개가 전부다. 월미도-차이나타운-자유공원-면세점 코스다. 인천 관광은 일반적으로 기존 내항에 위치한 인천국제여객터미널 근처 원도심 주변의 관광 자원들(월미공원,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인천개항박물관, 신포시장 등)로 기항지 관광 프로그램이 구성됐던 것이다.

2019년 인천 크루즈터미널이 송도로 이전하면서 해당 코스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접근성에서 조금 힘이 빠진 측면이 있다. 크루즈 선박들이 인천을 찾아 보통 7~8시간 체류하는 점을 감안하면 접근성 문제는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제주와 부산, 속초, 여수 크루즈 관광 상품은 대부분 지역 내에서 이뤄진다. 이들 크루즈터미널이 원도심 중심부에 있다 보니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가 인천보다 유기적이다.

우선, 부산 경우 관광 컨셉이 '시내관광', '역사문화관광', '쇼핑관광', '유네스코 경주 관광'으로 크게 4개인데 경주 관광은 일부분이고 대개 태종대, 남포동, 자갈치시장 등 원도심 상권으로 구성됐다.

볼 거 많은 제주 역시 '민속관광', '가족관광', '세계자연유산관광', '쇼핑관광' 항목으로 구성되면서 지역 전반적 상권을 아우르고 있다.

인천에서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2019년 10월 이후 크루즈 기항이 중단됐지만, 오는 10월 미국 오세아니아의 3만t급 크루즈 '레가타(MS Regatta)'호가 인천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또 내년 3∼10월에는 미국 노르웨지안 크루즈라인의 5만5000t급 '세븐 시즈 익스플로러', 독일 하팍로이드의 4만2000t급 '유로파' 등 7척의 크루즈가 인천항 기항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약 3년 만에 크루즈 입항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해당 관광객들이 예전처럼 인천에서 내리자마자 서울과 경기로 이동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는 사실상 크게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크루즈 항만 경제 핵심 선용품, 이마저도 부산 주도권

인천 크루즈터미널 존재 가치가 수도권 접근성에 맞춰지면서 관광 산업 수혜를 서울과 경기에 뺏기고 있어도, 선용품 등 연관 항만 산업이 인천 바닷가에 많으면 그나마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인천항 입항 선박 대부분이 부산지역 선용품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2018년 상반기 기준 인천, 부산, 제주 3개 지역 세관에 신고된 크루즈 국내선용품은 모두 128억원이다. 이 가운데 부산이 96.2%를 차지하고 다음으로 인천 2.5%, 제주 1.3% 순이다. 지역별 선용품 등록 업체 수가 2019년 부산이 1413개, 인천이 176개로 전반적 규모 자체가 부산이 월등해 관련 산업 주도권을 가져오기 어려운 구조다.

항만 업계 관계자는 “인천지역 선용품 업체에 주문하더라도 부산이나 수도권 지역에서 선용품을 구입한 뒤 직접 운송해 공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크루즈 주도권이 부산에 있으면서 인천엔 연관 산업 인프라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은 진정한 의미의 크루즈선 모항이 인천에서 진행되면 국산 선용품이나 승무원 고용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15년 당시 해양수산부는 국민 50만명이 국적 크루즈선을 이용할 경우 운임 등 1인당 지출액을 150만원으로 잡으면 모항인 곳에 7500억원의 경제적 낙수 효과가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인천 남항에 크루즈터미널을 확대 이전한 것도 크루즈 모항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크루즈 내에 필요한 다양한 물품들이 인천지역을 통해 공급돼 잠시 인천항에 머무는 기항지와는 존재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대와 달리 인천항 모항 실적은 2018년 1차례, 2019년 2차례가 전부다.

/김원진 기자·이나라 수습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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