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끌고 태양광 밀고…친환경 항만 꿈 '성큼'

2013년 첫 번째 LNG 추진선 '에코누리' 운항
황산화물·질소산화물·이산화탄소·분진 적어
DH조선 '송도호' 이어 '골드캐슬호' 건조 중

IPA, 2050년까지 연도별 '탄소중립 프로세스'
갑문 도수로 설치 해양태양광 연간 400㎾ 생산
민간기업들, 친환경 기계·설비 운용으로 호응

 

'LNG 추진 선박' 건조 활발 

▲ 인천항 일대 전경. /인천일보 DB
▲ 인천항 일대 전경. /인천일보 DB

'미세먼지를 내뿜는 선박, 먼지 풀풀 날리는 화물.'

벙커C유를 연료로 한 화물선이 항만을 드나들고, 디젤을 사용하는 연안여객선이 화물과 사람을 싣고 섬을 오간다. 여기에 석탄 연료를 이용한 대형화물차가 쉴 새 없이 드나든다.

탄소연료에 의지하고 있는 화물·컨테이너선, 연안여객선, 대형트럭 등을 둘러싸고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인천항에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2013년 아시아 최초 LNG선인 인천항만공사(IPA) 홍보선 에코누리호가 인천항에서 운항을 시작한 이후 인천항은 LNG추진 선박 건조가 활발해 지고 있다.

화물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육상전원공급설비(AMP)도 지난 2016년 IPA와 한국전력이 인천항 여객터미널에 국내 최초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올해 5월 기준 모두 71개로 늘었다.

▲ 2050 해양수산 탄소 네거티브 자료./자료제공=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 주도로 인천항을 포함한 전국 항만은 현재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수부는 2050년 인천항을 포함한 전국항만 온실가스 배출목표를 42.3만t으로 설정, 2018년 대비 90% 감축을 선언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IPA가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제시, 단계적 대책 수립에 나서는 한편 올해까지 관련 용역을 진행하기로 하며 정책에 대한 내실을 꾀하고 있다.

민간업계도 탄소중립을 향해 친환경장비 교체 및 도입을 위한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위한 민간 노력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기술개발, 자금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라며 “항만 탄소중립은 관련인프라가 업계 개인노력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 산업 재편과 맞물려 있는 만큼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필수”라고 밝혔다.

/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 인천 동구 디에이치조선에서 건조 중인 LNG추진 예선 '골드캐슬호'./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 인천 동구 디에이치조선에서 건조 중인 LNG추진 예선 '골드캐슬호'./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인천 동구 화수부두에서 LNG추진 선박 역사가 쓰이고 있다. 이른 아침 찾은 작은 부두에서는 LNG예선 건조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 선박은 바로 '골드캐슬호'. LNG를 연료로 하는 국내 예선 2호다. 오는 7월 중 진수가 예정돼 있다.

인천 업체 디에치조선이 LNG를 활용한 선박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1호 LNG추진 예선 '송도호'를 건조한 이후 '골드캐슬호'가 두번째다.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이 주목하는 LNG추진 선박 건조 메카로 인천이 주목받고 있다.

 

LNG추진선 메카, 인천항

▲ 월미산 부근에 정박한 인천항 홍보선 '에코누리호' 사진./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인천항에서는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한국가스해운㈜ 소속 예선 '송도호'가 운항을 시작했다. 길이 37.3m, 너비 10m, 깊이 5.3m, 5058마력 규모다.

국비보조금 14억원과 IPA 지원금 3억원, 자부담 74억8000만원 등 총 91억8000만원이 투입돼 2년간의 사업을 거쳤다.

국내 1호 LNG연료 활용이라는 타이틀의 '송도호'는 디에이치조선이 국산엔진, 방재기능 탑재 등 80% 수준으로 국내 기자재를 사용해 건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인천항에서 LNG연료 선박의 역사는 한두 해가 아니다. 무려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항만공사(IPA)는 2013년 7월 인천항 홍보선 에코누리호 운항에 들어갔다.

아시아 처음으로 LNG추진 선박 건조를 추진했던 IPA는 지난 2011년 9월 사업을 시작해 2013년 4월 에코누리호 건조를 마무리했다.

200t급인 '에코누리호'는 길이 38m, 폭 8m 규모로 항해 속력은 15노트(시속 27.78㎞), 승선 인원은 57명이다.

당시 LNG추진 선박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환경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물론 제주, 부산, 일본 등에서 '에코누리호'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디젤·벙커C유를 사용하는 기존 선박과 달리 LNG연료 추진 선박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분진 등의 발생이 적다.

이후 디에이치조선이 LNG연료 추진 선박 '송도호'를 국내 최초로 지난해 선보이면서 인천에서 관련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디에이치조선은 '골드캐슬호'와 함께 추가 LNG예선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2월 사업을 추진해 설계를 검토 중으로 2023년 10월 진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유일 LNG추진 선박을 건조하는 디에이치조선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국산기술 적용 비율이 '송도호'의 경우 80%에서 '골드캐슬호'는 90%, 내년 건조가 마무리되는 신규 선박에는 95%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임에도 현대중공업, 동화엔텍 등 굴지의 기업들과 다각적으로 협력하며 주요 부품에 대한 국산화 비율을 향상시킨 결과다.

특히 디에이치조선에 LNG추진 예선 2척을 의뢰한 인천항 예선업체 흥해의 과감한 도전도 한몫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흥해는 탄소중립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판단, LNG추진 예선 '골드캐슬호'에 이어 추가 선박 건조까지 발주했기 때문이다.

디에이치조선 관계자는 “내년이 되면 인천항에서는 국내 모든 LNG추진 예선을 건조하게 돼 명실상부 친환경 선박을 주도하는 항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선박 대비 향후 투입되는 관리비용이 효율적인 LNG추진 선박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50년, 친환경 항만의 탄생

▲ 인천항 2050탄소중립 프로세스. /자료제공=IPA

인천항 2050 탄소중립 프로세스가 가동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IPA)가 연도별 탄소중립 주요 추진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에 들어간다.

2030년 항만공사 자체 탄소중립, 2040년 인천항 항내 하역기능 부분 탄소중립, 2045년 인천항만배후부지 탄소중립, 2050년 해상·육송수상 연계 탄소중립 등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대형 화물선과 하역장비 등이 대거 활용되는 항만 특성을 반영해 관련 산업에 대한 기술 개발에 발맞춘 단계적 변화를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구체적으로 2040년까지는 하역장비 내구연한 및 기술안정화를 고려한 저탄소 하역장비 도입, 부두 내 신재생에너지원 활용기반 구축 및 탄소배출권 연계방안 검토, 전기·수소 등 저탄소 하역장비 활용에 따른 인프라 설치 등이 진행된다.

2045년까지는 신규 조성되는 항만배후물류단지의 저탄소 인프라 배치계획 수립 및 탄소중립 인프라 구축, 태양광·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원 활용성 최적화 확보방안 마련과 물류단지 내 탈탄소화가 시도된다.

2050년까지는 선박 및 육송트럭 등의 체류시간 최소화를 통한 항만구역 내 온실가스 배출 저감 유도, 정부 정책과 연계해 예도선 및 급수·유선 등에 대한 친환경 항만운영선 도입, 육송화물 운송의 철송 도입을 통한 모달 시프트(Modal Shift) 달성 등이다.

IPA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올 2월부터 12월까지 인천항 2050 탄소중립 세부로드맵 수립 용역을 진행한다.

인천항 기후변화 분석을 시작으로 국·내외 항만 탄소중립 동향 분석, 인천항 온실가스 배출 현황 및 전망, 인천항 에너지원 현황 파악 및 신재생에너지 전환 전망,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이행 로드맵 수립, 온실가스 감축 이행관리 방안 제시 등이 주요 내용이다.

▲ 인천항만공사가 내항 갑문 도수로에 설치한 '해상태양광'. /사진제공=IPA
▲ 인천항만공사가 내항 갑문 도수로에 설치한 '해상태양광'. /사진제공=IPA

다양한 탄소중립 프로세스는 이미 실행됐다. 지난해 4월 인천항에는 해상태양광이 설치됐다. 갑문 도수로에 길이 170m, 폭 30m, 900여개 패널이 연간 전력 400㎾를 생산할 수 있다. IPA는 지난 2013년부터 인천항 유휴시설 활용 태양광 발전사업을 통해 북항 3개소, 내항 3개소 등 모두 6개소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왔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인천항 사용 전력 중 5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각오다.

IPA와 함께 탄소중립을 위한 민간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A물류업체는 야드트랙터를 경유에서 전기차로 전환해 2년째 운영 중이다. 전기야드트렉터의 경우 기존 대비 예산이 3배가량이 소요된다.

인천 최초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인 송도신항의 경우 설계 당시부터 육상전기공급시설이 설치됐고, 빗물 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설계를 적용해 대비해 왔다.

또 곡물저장탱크 사일로도 전기로 운용하며 신규 인프라 도입 시 신재생 에너지 활용 장비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인천항을 이용하는 선사들 역시 항만 진입 시 벙커C유가 아닌 벙커A유로 전환해 항만 대기오염 발생 최소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사실 항만업계 탄소중립은 초보적인 단계”라며 “인센티브 제공 등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대대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재생에너지 기술·비용·인프라 문제 해결돼야

LNG추진선 연안여객선 활용엔 '탱크 소형화' 필요
석탄연료보다 전기료 비싸 화물선 AMP 이용 꺼려
연료 공급 시스템 없어 LNG추진 예선 평택항 투입

▲ 인천항 친환경 자립 전력망 구상도. /자료제공=IPA

'기술과 돈 그리고 인프라'.

항만 탄소중립은 기술과 돈이 핵심이다.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항만 인프라 도입은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속도와 성과에 따라 실현 가능 여부가 달려 있다.

선박, 항만 운용장비, 화물차 등의 재생에너지 활용 상용화가 선결과제인 셈이다.

지난해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031년까지 한국형 친환경선박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친환경연료를 활용하는 저탄소·무탄소 선박 및 전기·하이브리드 선박 등 친환경선박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육·해상 실증, 법제도 마련 및 국제 표준화 등을 거쳐 미래 친환경선박 기술 선점 및 글로벌 신시장 선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선박만 해도 기존 석탄연료가 아닌 새로운 에너지를 활용한 선박 기술이 개발돼야 민간이 도입 여부를 검토라도 할 수 있다.

이미 실현 중인 LNG추진 선박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 탱크 규모가 커 화물과 여객의 적정 규모 운송이 현재 어려워 연안여객선으로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추가 기술 개발 및 상용화가 절실하다.

첨단기술 개발에 이어 상용화에 성공한다 해도 민간이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도 숙제다.

기존 석탄연료 대비 신재생에너지 활용 장비의 경우 현재 기존 대비 3배까지 가격이 높아 별도 자금 지원 없이 민간이 100%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석탄연료가 아닌 전기를 사용하는 야드트렉터의 경우 정부의 자금 지원은 현재 요원하다. 미국의 경우 정부, 지자체 등이 함께 친환경 장비 도입 전체 예산 중 3분의 2를 직접 지원해 민간 도입을 격려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이다.

육상전원공급장치(AMP)도 석탄연료 대비 전기료가 비싼 것도 대형 화물선의 이용을 꺼리는 주요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어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사업자가 3배까지 자금을 투입해 신재생에너지 활용 장비를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탄소중립만 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금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자 지원 등 민간에 부담을 주는 소극적 대책으로는 적극적인 민간참여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확보도 인천항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 인천 동구 디에이치조선에서 건조 중인 LNG추진 예선 '골드캐슬호'./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인천항이 LNG추진 선박 건조 선두에 있지만 관련 인프라는 열악하기만 하다. 선박을 위한 LNG 벙커링 즉 연료 LNG를 공급받는 시스템이 전무하다.

한국가스공사 기지가 인천에 있다 해도 선박 LNG 벙커링은 지역과 떨어져 있는 평택항 관련 부두에서만 가능하다. LNG를 실은 평택 차량이 인천으로 들어와 LNG를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인천 업체 흥해가 발주한 LNG추진 예선이 인천이 아닌 평택에 투입되는 것도 인프라 부재에서 비롯됐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화두로 LNG추진 선박이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인천항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항만업계는 경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NG추진 선박 활성화에 맞춘 LNG벙커링산업 육성 프로젝트는 일찌감치 유럽에서 시작된 데다 최근에는 중국 역시 비상한 관심을 갖고 발맞추고 있다”라며 “대형상선도 LNG로 전환되고 있어 이들 선박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LNG벙커링 인프라 구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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