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2030년 태양광 발전량 57만2000㎽h까지 늘릴 계획
시민참여형 발전 사업 늘리고 공유재산 활용 적극 추진해야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6.22%...2030년까지 35.7% 달성 목표
날씨에 따른 변동성 대비 과제...중앙 집중형 전력망 개편 필요
기후위기 대응하려면 신재생에너지 늘려야
지난해 12월 정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7억2760만t에서 2030년 4억3660만t으로 40% 줄인다는 약속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장 많이 줄여야 하는 에너지 전환 분야는 석탄발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뼈대를 이룬다.
석탄발전 비중은 2018년 41.9%에서 21.8%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같은 기간 6.2%에서 30.2%로 끌어올려야 한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모두 2018년 인천에 모인 세계 각국의 약속에서 비롯됐다. 그해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총회를 열어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승인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줄여야 하는 2030년까지는 불과 8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중 절반을 차지하는 4년은 6·1 지방선거로 출범하는 지방정부, 그리고 지방의회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구를 살리는 약속은 지역이 실천해야 이룰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인천시장 후보들은 모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공약을 내놨다. 각론에선 차이가 있지만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은 일치했다. 기후위기 인천비상행동이 지난달 26일 공개한 기후공약 답변서에서도 후보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기후위기 인천비상행동은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기후위기는 10년, 30년 안에 해결하면 충분할 만한 과제가 아닌, 당장 대비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햇볕이 내리쬐던 학교 운동장 계단식 관람석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84m 길이의 관람석 위로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지붕처럼 줄을 이어 들어섰다. 인천 만수여자중학교 태양광 발전 시설은 지난 3월부터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연간 발전량은 10만㎾h로, 37가구의 전력소비량에 해당된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44t으로 추산된다. 30년생 소나무 6600여 그루가 흡수하는 탄소와 맞먹는다.
신설 학교는 의무적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되지만 기존 학교의 유휴 공간, 특히 운동장 스탠드에서 발전 설비가 가동되는 건 인천에서 만수여중이 첫 번째 사례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면서 학교는 사용료 수익을 통해 교육 재정도 확보할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재생에너지 중요성을 알리고, 환경·에너지 교육을 할 수 있는 체험 학습 공간이 생긴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량, 2030년까지 4.3배로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와 달리 고갈되지 않는다.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뿐 아니라 오염물질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수력이 대부분이었던 재생에너지 발전은 태양광·풍력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성장세가 가파르다. 태양광 발전은 햇빛을 받는 공간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설비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 옥상에 치중됐던 태양광 발전 보급은 학교 운동장 스탠드처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인천시는 지난 4월27일 남동경기장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소를 가동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5650㎡ 면적의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그늘막처럼 놓는 방식이다. 민간 자본 16억3000만원을 투입해 4인 가구 기준 400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든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지난해 8월부터 청라국제도시 간선급행버스(BRT) 통합 차고지에서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해마다 1400만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정체되는 국면에서도 태양광은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인천연구원이 발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우선순위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인천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수력·바이오·폐기물) 발전량은 2016년 85만3899㎿h에서 2019년 50만8665㎿h로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태양광 발전량은 5만8627㎿h에서 13만3965㎿h로 유일하게 늘어났다. 신에너지인 연료전지를 포함한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가운데 12.5%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시는 지난 1월 발표한 '태양광 발전 보급 확대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태양광에너지 발전용량을 57만2000㎿h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민간 지원과 공공기관 설치, 산업단지 연계 등을 통해 발전량을 2019년보다 4.3배 늘린다는 구상이다.
한준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태양광은 지속적인 경제성 상승으로 현재 신재생에너지 중에서 가장 저렴하고, 시장 잠재량 대비 발전량도 아직 크지 않아 보급 확산 노력이 필요하다”며 “미니 태양광 설치비용 지원처럼 시민참여형 태양광 발전 사업을 늘리고, 공유재산을 활용해서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여전히 6% 수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까지, 즉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서 흡수량을 늘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기까지 전력소비량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대통령 소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50년 전력 수요가 2018년보다 221.7~230.7%로 크게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전력소비량을 고려하면 현재 석탄발전이 4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이다. 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탄소중립 시대의 주력 에너지원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이며, 특히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과 풍력이 중심이 된다”며 “산업·수송·냉난방을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도 가능한 한 전기로 대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나왔지만, 발전 부문의 에너지 전환은 갈 길이 멀다.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는 화력발전의 대안으로는 재생에너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최대 70.8%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앞날을 가정하고 있다. 연료전지를 합친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6.2%(2018년 기준)에 그친다.
인천 신재생에너지 보급률도 지난해 6.22% 수준이었다. 이는 인천 소비 전력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수치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2018년 3.0%, 2019년 4.41%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5월 시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계획'을 수립하면서 제시한 올해 보급 목표율 11.2%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25년 17.7%, 2030년 35.7%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밝힌 상태다. 시 에너지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본격 가동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목표치인 11.2%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성은 약점, 계통 유연성 '뒷받침'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또는 변동성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전력 수급에도 차질이 생긴다. 전력 계통의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재생에너지로 탄소중립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전력계통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전원은 더욱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라면서도 “전력 계통은 향후 확대될 재생에너지를 수용하기에는 많은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력 계통 혁신은 지역별 분산, 전력망 안정화로 압축된다. 전력망 안정화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는 전력 저장 장치, 변동성을 줄이는 실시간 전력시장 운영 체계, 에너지원 다양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앙 집중형 전력망을 분산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전력망은 대규모 발전소가 특정 지역에 밀집하면서 장거리로 전력 계통을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전력 공급 지역과 수요 지역이 일치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갈등도 뒤따랐다.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는 인천 전력자립률(전력자급률)은 241.7%(2020년 기준)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인천에 전력 공급을 의존하는 수도권은 분산형 재생에너지로 전력 자립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중앙 집중형 전력망에서 벗어나 소규모로 발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을 통해 “대규모 생산·전달·소비에서 전력 사용지역 인근에 위치하는 소규모 분산 에너지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구상을 내놓은 동시에 “분산 에너지 설치 의무를 부과하고,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순민·이아진 기자 smlee@incheonilbo.com
인천의 또 다른 재생에너지 자원…해상풍력·수소연료전지
지역경제와의 '상생 모델' 필요
주민 '안전성 우려' 불식시켜야
인천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좌우할 열쇠는 해상풍력이다. 해상풍력을 언급하면 흔히 해안가를 따라 바람개비와 같은 발전기가 늘어선 제주도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인천 앞바다는 사정이 다르다. 인천 해상풍력은 해변이 아닌 먼바다가 입지로 논의되고 있다. 유준호 인천시 에너지정책과장은 “해상풍력의 조건은 강하면서도 일정한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인천은 먼바다에서 풍황 자원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해상풍력 발전단지로 적합한 바다는 어장과도 겹친다. 특히 민간 주도로 사업이 이뤄지면서 어민 반발도 떠오르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에 앞서 풍황 계측기를 설치한 4개 업체 사업 규모를 합치면 19조원에 이른다. 2030년 인천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목표치는 35.7%인데,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개발되면 보급률은 5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해상풍력은 에너지 전환뿐 아니라 신산업과도 직결된다.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조성되면 30년 이상 유지 보수가 필요하다. 19조원으로 추산되는 민간 투자 사업비의 절반은 유지 보수에 해당되는 비용이다. 해상풍력으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비롯해 지역경제 파급 효과를 높이는 전략도 구상되고 있다. 시는 최근 '인천 해상풍력 배후항만 조성 및 지역산업 연계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한준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상풍력의 경우 지역 수산업이나 관광산업 등 지역경제와 공존할 수 있는 상생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며 “향후 인천항이 해상풍력단지 건설과 운영을 위한 지원 항만으로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풍력산업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신재생에너지에서 태양광·풍력보다 더욱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발전원은 연료전지다. 시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계획'을 보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원별 비중 가운데 연료전지는 68.3%에 이른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생성하는 장치다. 고효율·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안전성을 둘러싼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연수구는 최근 송도 연료전지 발전사업에 대해 “주민 수용성 없는 사업 강행은 부적절하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대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 연구위원은 “연료전지의 경우,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주민과의 의사소통을 충분히 하면서 시와 구 차원에서 갈등을 중재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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