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시 300원 보증금' 준비기간 2년, 현장부담 여전]

라벨 스티커·컵 처리 지원금 등
음료 한 잔 당 '17원씩' 더 들고

사이즈별 라벨·입금계좌 달라
주문 헷갈림 등 '문의 6~7만건'

1000개 이상 모여야 수거 원칙
컵 보관공간·위생·냄새도 걱정

재정 지원·무인회수기 설치 등
남은 반년내 시스템 갖춘다지만
충분한 현장 검증과 개선 필요
▲ 지난 5월6일 오후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직원이 일회용 컵에 보증금 반환 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컵 보증금제) 시행을 약 3주 앞둔 지난 20일, 환경부는 돌연 오는 12월1일까지 시행을 유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시작일은 다음 달 10일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6개월 유예 결정을 내렸다.

약 2년의 준비 기간에도 가맹점주들의 금전·업무적 부담은 여전했고, 이로 인한 업계의 강한 반발은 제도 시행유예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그간 시행을 위한 정부 대응이 부족했다는 비판과 함께 가맹점 등 현장에서 떠안아야 할 피해에 대한 대책 없이는 제도가 연착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준비 기간 2년인데…업무·비용 부담 등 현장 부담 여전해

컵 보증금제는 일회용 컵에 음료를 테이크아웃(Takeout·식당 내에서 음식물을 먹지 않고 포장하여 가지고 가는 일)할 때 300원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구매한 매장이나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에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는 제도다.

컵 보증금제는 약 2년 전부터 예고됐다. 지난 2020년 6월 '자연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일회용 컵 회수를 통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올해 6월로 시행이 미뤄졌다.

앞서 유예 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프랜차이즈 업계 등 현장에서는 여러 우려 의견이 쏟아졌다. 컵에 부착하는 재활용 바코드 라벨 스티커 구매 비용, 업무 부담 등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현장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 때문이다.

제도 시행유예 전 가맹점주는 컵에 부착할 재활용 라벨 스티커를 개당 6.99원에 구매해야 하고 컵 처리 지원금(표준 4원·비표준 10원)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음료 한 잔을 판매할 때 11∼17원가량의 비용이 더 붙는 것이다.

인천 연수구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이 모(22)씨는 “이 주변에 카페만 18개가 있다”며 “우리는 커피 한 잔에 1500∼2000원인 저가 커피 브랜드인데 주변 개인 카페들은 컵 보증금제 시행 대상이 아닌 만큼 우리 매장이(컵 보증금제 시행으로) 가격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잃어 매출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남동구 논현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모씨(40대)는 “컵 주문하는 방식 자체가 너무 어려워 40대 중반인 저도 헷갈리는데 50대 넘어가시는 분들은 더 어려울 것”이라며 “컵 사이즈마다 라벨이 다 다르고 라벨에 따라 입력해야 하는 계좌가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어서 너무 헷갈린다”고 털어놨다.

가맹점주 등 제도 시행의 최전선에서는 정부의 '소통 부재'를 꼬집었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2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환경부는 제도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상인 단체, 가맹점주들과 소통하지 않았다”며 “일회용 컵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관계자는 “현재 주문 시스템 오류가 많다. 가입 절차가 어려워서 입력을 잘못하거나 주문을 잘못하는 등 6∼7만 건 정도의 문의를 받았다”며 “프렌차이즈 본사와 논의를 통해 가맹점주분들이 원활하게 보증금제를 시행할 수 있게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 인천 한 버스정류장 인근 쓰레기통에 음료가 담긴 일회용 컵들이 쌓여있다. 전국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컵은 연간 28억개다. /이나라 수습기자 nara@incheonilbo.com

▲컵 수거 어쩌나…'무인' 대신 '유인' 회수기

제도 시행을 통해 일회용 컵을 회수하게 되는 만큼 컵 보관 문제와 위생, 회수 방식 등을 둘러싼 과제도 여전하다.

유예 전 제도 시행에 앞서 컵을 회수할 업체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30일 기준,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센터에 안내된 인천 내 일회용 컵 수집·운반 관련 적격 사업자는 총 8곳이다. 인천 내 컵 보증금제 시행 대상 사업자가 2055곳인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다.

컵 보증금제 시행 대상 사업자들은 컵 보관 공간과 위생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남동구 구월동 한 프렌차이즈 카페 사장 김 모(50대)씨는 “보증금제 대상자는 3만8000개가 되는데 수거 업체는 100개밖에 안 되는 데다, 컵은 1000개 이상 모여야 수거한다는데 그 정도면 2~3일 모아야 한다”며 “달달한 소스 한 방울 떨어져도 날파리가 모여드는데 여름이면 매장이 벌레 집합소가 될 것 같아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화, 옹진 등 도서 산간 지역에 대한 지원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한 인천지역 수거 업체 관계자는 “폐기물은 운반비 싸움인데 요즘은 경윳값도 올라서 2, 3만개가 모여도 갈까 말까인 상황에서 강화·옹진은 누가 가겠나”라며 “산간지역에 몇만 원 벌자고 갈 업체는 없을 거다”라고 전했다.

이에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관계자는 “한 개 수집 운반 사업자는 30~40개의 매장을 운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지금은 대상업체 수보다 수거 업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따로 수거 업체를 지정해서 늘릴 권한은 없고, 폐기물 업체들이 보증금 대상제품 일회용 컵 수집·운반 사업자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하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관련 인허가 사항 등의 신청자격을 확인해 충족하는지를 확인, 적정 업체를 공지하는 역할만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도시는 수거 업체가 서로 하려고 하는데 산간지역은 서로 안 가려고 하니 강제 지정으로 해야 하지만 업체 선정 권한도 없고 제도적 한계가 있어서 모순 상태”라며 “인센티브 지급, 인근 지자체 연계 등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게 남은 6개월 동안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인력 문제와 회수율 제고를 위한 무인회수기 설치도 효과적 대안이 될지 의문이다. '무인'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무인보다는 '유인회수기'인 격인 데다 아직 시행평가를 통과한 제품도 없기 때문이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관계자는 “지금은 말만 무인회수기지 유인회수기에 가깝다. 사람 없이 관리하기는 어렵다”며 “원활한 컵 회수를 위해 기계가 독립적으로 뚜껑과 빨대가 없는지 확인하고 컵에 음료가 남아 있으면 '컵을 비워주세요'와 같은 공지를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아직 이런 기능 가진 기계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 “6개월 충분할까”…정부 “시스템 갖출 것”

업계에서는 향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제도 시행을 위해 충분할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제도 보완은 물론 현장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업계 관계자는 “세종시에서는 (컵 보증금제) 시범운영을 했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더라”며 “6개월 동안 현실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제도 시행 전 충분히 시뮬레이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원활한 운영을 위해 최소한 1년의 시간은 필요하다”며 “6개월간은 특정 지역에서 현재 마련된 제도대로 시행해 보고 다음 6개월간엔 프랜차이즈 직영점에서만 운영해 본 뒤 보완점을 개선하여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곳을 포함해 모든 매장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이번 사태를 '환경부의 정책 실패'라고 꼬집으며 제도의 무력화를 우려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 연구소장은 “6월이 코앞이었는데 (무인 회수기 설치 등) 결정된 게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보증금제,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 단속 등 민감한 사안을 12월에 모아놔서 컵 보증금제도 무력화될 위기”라고 지적했다.

환경부와 관계부처 등은 프랜차이즈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컵이 약 28억개로 추산되는 가운데 대부분이 소각, 매립되는 만큼 컵 보증금제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유예기간 동안 가맹점주들과 논의해 경제·제도적으로 부담을 최소화할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우려하는 비용문제에 대해 재정적 지원 방안을 고려할 예정이며 인력 부담을 덜고 컵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 중 공공장소에 시범적으로 무인회수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혜리 기자·이나라 수습기자 hy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