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미군기지로 고립…오지로 불려
미군과 동거·반세기 넘게 자리 지킨 주민들
미군 부대 통과하거나 먼 산길 돌아가야

63가구 105명 거주…등산·MTB 코스 각광
행복학습관 어르신들 사물놀이 소문 자자
해발 350m 걸산분교, 이제는 터만 남아

서울서 30㎞ 거리에도 오지마을 오명
맞춤형 버스 1월 개통…교통 불모지 벗어나
▲ 걸산마을 입구.
▲ 걸산마을 입구.

“동두천에 섬마을이 있다.”

소요산 자락에 있는 걸산동은 미군 부대를 건너다녀야 하는 '육지 속의 섬'이다. 미 2사단 기지가 들어서는 바람에 시내와 통하는 길이 막혀 소요산 계곡마을, 걸산동은 육지 속의 '섬 아닌 섬'이 됐다.

걸산동은 한국전쟁과 미군기지 건립으로 인해 육지 속의 섬으로 고립되어 경기도에서도 오지마을로 불린다. 마을을 진입하는 인근에 캠프 케이시와 호미 캠프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현재 63가구 105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미군 부대 않을 통과 하거나 산길을 멀리 돌아 출입하고 있다. 산길로 들어가는 길은 광암동 LNG 복합화력발전소 부근에 있으며 마을까지는 약 4㎞ 정도는 가야 한다.

마을은 오래된 주택과 전원주택이 자리 잡고 있으며 임도 길은 등산과 함께 MTB 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가는 길은 마치 차마고도 같다. 평지로부터 산허리를 오르는 좁은 길이 굽이굽이 이어져 차가 다닐 만큼 넓고 중간중간 콘크리트 포장도 되어있지만 길 왼편으로 험준한 산길 낭떠러지가 있어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주의를 해야 한다.

임도 길은 산림경영, 관리 기반 확충과 재해예방이 목적이지만 주민들은 마을 출입이 자유로워져 훨씬 편리해졌다. 걸산동 주민들은 그동안 미2사단 정문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해야 하는 불편에서 벗어나게 됐다.

 

▲ 행복학습관.
▲ 걸산마을 행복학습관.
▲ 걸산마을의 어르신들이 사물놀이를 연습하고 있다.

▲걸산동 행복학습관 경로당 및 마을회관 이용

마을 입구를 지나면 '걸산마을 행복학습관'이 있다. 건물은 걸산동 경로당, 걸산동 마을회관과 학습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본 건물은 2019년 시에서 건립했으며 평생교육원에서 사물놀이, 어르신 스마트폰 등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사물놀이다. 10여년간 익힌 어르신들의 '삼도 농악 가락'은 인근 지역까지 소문이 자자하다.

동 주민자치프로그램 발표회, 한미우호의 밤 행사, 대한노인회 동두천시지회 노인의 날, 포천시 장자 마을 행사 등에 초청돼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걸산동 주민의 발 맞춤형 버스 개통

미2사단(캠프 케이시) 영내까지 대중교통이 운행되지 않아 불편을 겪어왔던 걸산동에 올 1월부터 맞춤형 버스가 도입돼 주민들이 반색하고 있다.

동두천시는 지난 1월25일 미2사단 정문 앞에서 걸산동과 관내를 잇는 91번 맞춤형 버스 개통식을 가졌다.

맞춤형 버스 도입을 통해 대중교통 불모지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걸산동 행복학습관인 마을회관 앞에 맞춤형 버스(91번)가 정차돼 있다.

올해 개통한 맞춤형 노선버스는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캠프 케이시에 가로막힌 채 대중교통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지역이다.

걸산동 노선은 하루 2회(오전·오후 각 1회) 미2사단 정문을 통해 캠프 케이시 시설을 통과해 걸산동 마을회관까지 운행되고 있다.

 

▲ 동두천초등학교 걸산분교 터.
▲ 동두천초등학교 걸산분교 터.

▲동두천초등학교 걸산분교 발자취를 찾아

동두천초등학교 걸산분교는 동두천시 걸산동 50-8번지에 있다. 개울을 건너고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도착한 걸산분교는 해발 약 350m 정도에 있다. 폐교된 학교 건물은 없었고 텅 빈 땅 위에 풀들만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과거 학교였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출입금지. 본 재산은 경기도 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 재산으로 관계자 외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과 한때 학생들이 등하교했을 정문 기둥 2개도 색이 바래져 있다.

약간 높은 언덕에 정문이 있고 정문을 통과하자 학교 건물은 찾아볼 수 없으며 작은 운동장과 교실이 있었던 터만 남아 있다. 폐교기념비만이 이곳이 학교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걸산분교는 동두천초등학교로부터 1961년 4월4일 설치인가를 받았으며 38년간 운영되어 오다가 학생 수 감소로 인해 1999년 8월 31일 본교에 통폐합되었다. 폐교되기까지 11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 동두천시 걸산동 전경.
▲ 동두천시 걸산동 전경.

▲육지 속의 섬 걸산마을

동두천시 걸산동은 서울에서 불과 약 30㎞ 떨어져 있을 뿐인데 오지마을로 불린다. 1950년대 동두천시 땅 42%가 정부에 징발돼 미군에게 제공되는 과정에서 기형적 구조에 갇혀 미군기지 속에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허가증이 없으면 통행이 불가능했다. 또 손님을 맞으려면 마을 밖으로 마중 나가 에스코트를 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불편을 딛고 지난 반세기 동안 마을을 지킨 사람들이 있다. 걸산동 마을 주민들은 미군과의 이 기묘한 동거를 극복하며 살아왔다.

국가 안보를 위해 최대 희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동네 구석구석 산속에 예쁘게 꾸며진 집이 곳곳에 있어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다음 세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고향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삶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이웃 공동체라는 무엇보다 단단한 관계로 또 하나의 행복을 가꿔나가는 주민들이 있는 곳이 바로 걸산동이다.

한국전쟁 72주년을 맞아 국가 안보를 위해 최대 희생을 겪고 있는 동두천 걸산동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뒤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자연을 즐기며 힐링하기 충분한 '육지 속의 섬 걸산동'으로 우리 한번 떠나 보면 어떨까?

/동두천=김태훈 기자 thkim6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