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석 언론인.<br>
▲ 신용석 언론인.

1966년 10월말 서울대학교의 대학신문 학생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 미국 대사관을 통해서 백악관에서 보내는 초청장을 받았다. 11월1일 오후 6시30분 워커힐의 코스모스홀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린든 존슨 대통령 부부가 베푸는 리셉션에 참가해 달라는 초청장이었다. 당시 확전일로에 있던 월남전에 우리나라가 『비둘기 부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투 부대인 『청룡 부대』와 『맹호 부대』를 파견한데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리셉션장에 도착하니 박정희 대통령과 존슨 대통령이 나란히 서서 초청객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우표 수집을 열심히 하고 있던 때여서 미국 대통령 방한 기념 소형시트를 준비해가서 박 대통령에 인사를 드리고 서명을 요청드리니 『우표수집이 좋은 취미지요』하면서 꼿꼿한 글씨로 서명해 주셨고 존슨 대통령께도 『한국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니 LBJ라는 세 글자를 연달아 써주었다. 순간 정전이 되어 장내가 캄캄해 졌다.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 요원들의 지시에 부동자세로 있었는데 몇 분 후 불이 들어오니 존슨 대통령은 보이지 않고 박 대통령만 정전사태에 외빈에게 면목없는 표정으로 서계셨던 것이 1960년대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그로부터 56년 후 한국을 찾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에 투자하는 삼성전자를 먼저 찾아갔고 떠나기 전에는 현대자동차가 조지아주에 투자해 주어 고맙다며 다분히 다가오는 중간선거와 2년 후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취임한지 한 달도 안 되는 윤 대통령과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 중국 견제용 연합도 함께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의 컬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오찬』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국제적인 동맹체 구축에는 성과를 보이는 대통령이 미국을 통합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국방장관을 지낸 마크 에스퍼는 최근 출간한 『성스러운 맹세』라는 회고록을 통해 2018년 트럼프가 주한 미군 가족 4만여명에 대한 대피령을 내리려 했다고 폭로하고 사드 배치가 계속 난항을 겪자 한국 국방장관에게 사드 철수를 고려하겠다고 통보했었다고 썼다. 그는 한국 방위력의 약화로 이어질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으로 그동안 소원했던 한미 동맹이 강화되고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과의 집단안보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2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트럼프가 재출마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자신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미국 대통령 개개인의 소견 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미국이라는 나라가 소중히 여기고 함께 가야만 할 나라로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신용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