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지선후보 초청 토론회
출마한 11명 중 5명만 참여
매탄동 토론도 '절반 불참'

“시간없어” “주제 편향” 사유
높아진 시민의식 못 쫓아가
전문가 선거방식 전환 강조
▲수원시청사. /사진제공=수원시
▲ 수원시청사. /사진제공=수원시

지방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가운데 후보자들이 높아진 유권자의 시민의식을 쫓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나서 지역 현안을 놓고 의견을 나눌 공론회장을 만들고 있지만 참석하지 않는 후보자들이 많아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유세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22일 오후 2시 수원시 영통도서관 대회의실에서 '6·1전국동시지방선거 시·도의원 후보자초청 주민토론회'가 열렸다.

지역 주민들이 현안을 놓고 후보자들의 공약을 청취하고 의견을 제시할 공론장을 마련한 것이다. 수원시 영통구 원천·영통·망포동 등은 경기도의원(8·12선거구)과 수원시의원 (자·파 선거구) 선거구에 해당한다.

이날 행사를 주최 및 주관한 영통라디오와 영통마을신문은 영통구 주민들과 함께 ▲영통 소각장 등 비선호시설 해결 방안 ▲인동선 수직구 환기 문제 ▲영통입구역 개통 등 후보자들과 나눌 현안을 정리해 준비했다.

현장에는 5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했으며, 온라인 생중계 채널을 통해서도 20~30명의 주민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해당 선거구에 출마한 11명의 의원 중 이날 현장 행사에 참석한 의원은 5명뿐이었다. 무투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채명기 후보와 국민의힘 이재형 후보는 선거법상 선거운동이 금지돼 참석이 불가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양철민, 이희승, 이미경, 이병숙 후보와 정의당 이영봉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토론회에 불참했다.

상황은 전날 열린 '매탄동 시의원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행사를 주관한 매탄마을신문은 시의원 후보자들과 주민들의 만남의 장을 만들기 위해 지난 3월부터 기획단을 꾸렸다. 지난 4월에는 220여 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 5월초 해당 결과를 신문에 게재해 현안 내용을 정리하는 등 토론회에 공을 들였다.

지난 2018년 선거에도 후보자 토론회를 마련했으나, 단 4명의 후보자만 참석하며 아쉬움을 남겼기에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이런 주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양진하, 사정희 후보자와 정의당 이병진 후보자만 토론회에 응했고, 나머지 세 후보는 불참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불참한 후보들은 토론회 참석 요청에 아예 답을 않거나 토론회 직전까지 일정 확정을 미루다 거절했다. 한 후보자는 바쁜 선거 일정을 이유로 “(주민토론회까지) 참여할 시간이 없다”며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수원지역 2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계획했던 정책토론회도 수원특례시장 후보로 나선 이재준 민주당 후보만 참석하고 국민의힘 김용남 후보가 불참해 반쪽자리로 전락했다. 당시 김 후보는 불참사유서를 통해 “토론 주제의 선정과 제안 취지에 심각한 이념적 편향이 있다”며 불참 사유를 밝혔다.

영통구 주민 구민서(42) 씨는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들이 얼마나 지역 현안을 잘 알고 있고 해결해줄 수 있는지 듣고 싶었는데 참석률이 낮아 아쉬움이 크다”며 “토론회는 악수하고 명함을 나눠주는 기존 선거운동 대비 준비도 많이 해야 하고 어려운 자리다. 토론회에 참석한 자체로 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주민 A씨는 “기초의원의 경우 주민들에게 직접 의견 듣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많지 않다”며 “공론장을 활용하면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낼 수 있고 후보자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된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현안을 다루는 지방선거일수록, 불특정다수를 만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민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형준 명지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후보자가 어떤 데 관심을 갖고 어떻게 바꿔나가겠다는 것을 제시하는 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며 “미국 등 선진국처럼 지역 현안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하려면 후보자들이 지역 간담회나 타운 홀 미팅(공개 주민회의) 등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