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적 마이너한 웹툰 연재란 만화경의 큐레이션 장면.

최근 만화 업계인들 사이에서는 한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만화가 지망생의 게시물 하나가 화제다. 제목은 “요즘 웹툰이 재미없는 이유”. 이 게시물이 화제가 되는 까닭은 제목에서 보여주듯 '요즘 웹툰'을 '재미없다'고 싸잡아 매도하기 때문이다. 나 보기에 재미없으니 잘라야 한단 수준이어서 다방면으로 비웃음을 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오랜만에 업계인들로 하여금 웹툰의 현재에 관한 생각들을 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포털을 비롯한 주요 웹툰 연재처(=웹툰 플랫폼)를 통해 주마다 쏟아져 나오는 상업 웹툰 수는 2천에 육박한다. 인스타툰이나 포스타입과 같이 작가가 직접 자기 독자를 만드는 공간에서 나오는 작품까지 치면 한도 끝도 없다. 이렇듯 웹툰은 이미 여타 업계와 발맞추어 양을 우선하는 구조로 완전히 바뀌어 있다.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확장 및 웹소설·영상과 같은 타 매체와의 결합을 주도적으로 거듭하는 단계에 와 있으며 이를 위해 제작에 필요한 인력 구조 자체도 과거와는 다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시장이 커진 건 좋지만 이렇듯 산업화한 구조에 문제점이 없을까? 그럴 리 없다. 분업화로 가는 과정에서 창작 노동자를 향한 처우가 열악해지는 사례는 끊임없이 지적받는 문제다. 한데 여기에 더해 주목해야 할 점은 다양성을 보장하려면 꼭 필요한 정보들을 연재처들이 대중들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른바 적극적 큐레이션의 부재다. 전체의 규모가 커진 만큼 수위권 여하와는 별개로 수많은 작품들이 각각의 취향과 방향성을 내보이며 존재하지만, 한편으로는 눈에 잘 안 띄는 형태로 산재한다.

웹툰 연재처는 수위권 아닌 작품들이 주목 받고 평가 받을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야 한다. 롱테일적인 수익 제고를 위해서라도 그 편이 옳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곳들은 오히려 주 화면 안에서 내부에 쌓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이상의 역할은 잘 하지 않는다. 큐레이션은 고사하고, 심지어 대형 웹툰 연재처 가운데 이름 이상의 작가 소개와 조명이라는 기초적 흥미 정보조차 제대로 마련하고 있는 곳이 드물다. 게다가 덧글 외에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여론'을 만들고 조장하려 드는 곳도 없다. 휴대전화 알림으로 이벤트와 최신 화제작을 안내하기도 하고 포인트 쿠폰도 뿌리지만 이 또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는 한 수위권으로만 트래픽을 몰아주는 효과를 낸다. 그 외의 작품에 눈을 돌리기 위해 애를 써 보려 한들, 새로 진입해 들어오기에는 찾아 봐야 할 전체 분량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 모두가 '대박 터질' 수는 없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지만 안 터지면 밑에 깔리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태도를 첫 화면에서부터 내걸고 있으면 안 된다.

무릇 최근의 덕질 트렌드에서는 떡밥을 흩뿌리는 공식(오피셜)의 역할도 한 몫을 한다. 끌어오기 위해 성의 있게 뿌린 떡밥을 파먹고 재가공해 공유하는 과정 또한 덕질의 확장에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돌덕(아이돌 덕질하는 이들)과 이들을 상대하는 연예기획사들의 행태에 비하면 웹툰 덕질하는 이들은 '첫머리에 노출되는 메이저를 파지 않는 이상' 저렇게나 쌓여 있는 분량 속의 읽을 만한 걸 찾다 지쳐 나가떨어질 판이다. 그 과정에서 동력을 잃는 건 작가들도 매한가지다. 그러니 연재처 여러분, 이제라도 작품 수와 사업 규모만이 아니라 웹툰을 기꺼이 다양하게 덕질하려 드는 이들까지 늘리려 하는 게 좋겠다.

▲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