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신경 써주면 지구의 고통 줄어요

환경 문제 고민 인하대생 모인 '지구언박싱'
학내에 페트병 병뚜껑 수거함 '티끄리' 설치
로우리트콜렉티브와 '플래닛 스틱' 만들어
인천시와 협업 통해 '용기내 챌린지' 등 진행

식료품 둘러싼 비닐들에 문제 의식 가져
2018년 친환경 포장팩 제작 허니랩 설립
세척해서 6개월간 쓸 수 있는 밀랍랩 개발
“소비자 변화…기업도 지속가능성 초점 둬야”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원순환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원순환 실천은 작은 인식전환에서부터 시작된다.

쓰레기를 자원으로 삼는 문화, 그것이 자원순환 실천의 첫 단계다. 만들고 소비하고 폐기하는 선형경제를 벗어나 버려진 쓰레기를 자원으로 순환하는 환경 조성이 절실한 요즘이다.

쓰레기양은 줄어들지 않고, 현대 사회의 쓰레기 처리 능력은 한계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게 수도권매립지 포화 문제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에는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 쏟아낸 무수히 많은 쓰레기가 잠들어있다. 최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발표한 2021년 통계연감에 따르면 매립지는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간 1억5871만t의 폐기물을 처리했다. 시·도별 반입 비율은 서울시 55%(8729만t), 경기도 28.5%(4528만t), 인천시 16.5%(2613만t)로 집계됐다.

묻을 수 있는 땅은 제한적이다. 수십 년 동안 수도권 지역 쓰레기를 감당하던 매립지는 턱 끝까지 차오른 상태다. 전문가들은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하고, 버리는 것이 습관이 된 우리에게 쉽지만은 않다.

쓰레기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인하대 환경소모임 '지구언박싱'은 주기적으로 캠페인을 펼치며 자원순환을 알린다.

지구를 생각해 착한 제품을 만드는 이들도 있다. 친환경 식품포장랩 제조업체인 '허니랩'이 그 주인공이다. 양봉의 부산물인 밀랍을 천에 코팅해 특별한 밀랍랩을 만든다. 밀랍랩은 비닐랩 등 대신 식품을 포장할 때 사용된다.

▲ (오른쪽부터) 인하대 환경 소모임 지구언박싱 우백호 콘텐츠제작팀장과 임소연 회장.
▲ (오른쪽부터) 인하대 환경 소모임 지구언박싱 임소연 회장과 우백호 콘텐츠제작팀장이 일주일 동안 교내에서 모은 플라스틱 병뚜껑.

“자원순환은 보통사람이 보통의 방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인하대 환경공학과에 재학 중인 우백호(25)씨는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다. 너무 거창한, 개인이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연히 들어간 소모임을 통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백호씨는 “처음엔 지구를 위한 행동이 어렵고, 귀찮게만 느껴져 멀리했는데 막상 활동하다 보니 어려운 게 아니었다”며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음료를 하나 구매할 때 친환경제품인지 아닌지 고려해 사는 것 등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면 된다”고 전했다.

▲ 인하대학생 우백호씨의 자원순환 실천 일기.
▲ 인하대학생 우백호씨의 자원순환 실천 일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자원순환 실천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일상 속에서 누구나 탈 플라스틱 실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포장재 없는 매장 가기, 다회용기 음식 배달 등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우씨는 “이런 사소한 습관이 모여서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며 “지구를 위한 행동 중 작은 것 하나라도 의미 없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지구 생각은 일상이자 문화가 돼야 한다

▲ 인하대 환경 소모임 지구언박싱 우백호 콘텐츠제작팀장과 임소연 회장이 교내에 설치된 '티끄리' 수거함과 모인 플라스틱 병뚜껑을 보여주고 있다.
▲ 인하대 환경 소모임 지구언박싱 우백호 콘텐츠제작팀장과 임소연 회장이 교내에 설치된 '티끄리' 수거함과 모인 플라스틱 병뚜껑을 보여주고 있다.

'딩동'. 초인종이 울리고 문을 열어보면 반갑게 택배 상자가 놓여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는 상자를 열어보는 행위 '언박싱(unboxing)'을 한다. 그 안에는 뽁뽁이부터 플라스틱 용기까지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포장재가 이중, 삼중으로 담겨있다. 쓸모를 다한 포장재는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

환경 문제에 관심 많은 인하대 학생들이 택배 언박싱을 멈추고, 지구 언박싱에 나섰다. 지구라는 상자를 열어서 그 안에 담긴 다양한 환경 문제들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학생 39명이 환경 소모임 지구언박싱에 모였다.

초반에 인원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환경 문제가 사회 전반으로 대두되면서 어느덧 규모가 커졌다.

인하대 환경공학과 전공자로만 구성됐던 모임은 어느새 생명과학과, 아동심리학과 등 다른 전공 학생들도 흡수했다.

학생들이 뭉친 이유는 간단하다. 환경 문제를 혼자 해결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임소연 지구언박싱 회장은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혼자 활동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마침 선배들이 좋은 취지를 가지고 지구언박싱을 만들어 같이하게 됐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방안을 찾아 나가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지구언박싱과 로우리트콜렉티브가 협업해 만든 플래닛 스틱.
▲ 지구언박싱과 로우리트콜렉티브가 협업해 만든 플래닛 스틱.

학생들은 쓰레기 쓰임의 재발견에 주목했다. 이들은 주변에서 흔히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새로운 자원으로 탄생시켰다. 교내에 '티끄리'라는 수거함을 설치해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은 후 로우리트콜렉티브 협업해 플래닛 스틱으로 만들고 있다. 플래닛 스틱은 페트병의 라벨과 병목 고리를 뜯어내는 데 쓰인다.

임 회장은 “병뚜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실상은 소각되고 있어서다”라며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소재로 만들어진 병뚜껑은 강도가 우수하고 환경 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무독성 소재여서 재활용이 된다. 하지만 크기가 작은 탓에 기계로 선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일반 쓰레기와 함께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학생 소모임이라고 하지만, 활동 영향력은 강력했다.

다양한 시민참여형 캠페인 활동을 통해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인천시와 협업해 플렉스 제로(Plastic Flex zero), 친환경 하루 살기, 용기내 챌린지 등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지구언박싱은 '나비 효과'를 기대한다.

캠페인 참여자들이 환경 문제를 일상이자 문화로 받아들였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임 회장은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이라고 생각한다”며 “저희가 해오던 활동들의 규모를 키워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다. 다양한 사람들이 지속해서 저희 캠페인을 참여해 선순환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지구, 함께 만들어요

▲ 김동은 허니랩 대표.
▲ 김동은 허니랩 대표.

어느 날 일회용 봉투 사용을 줄이겠다고 에코백을 메고 장을 봤다. 하지만 마트에 들어선 순간 비닐랩 혹은 비닐봉지에 담긴 식료품들로 빽빽했다. 필요한 물건들을 에코백에 넣다 보니 어느새 묵직함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려 가방 안을 들여다보니 플라스틱으로 가득했다. 에코백을 가져온 이유가 흐릿해지는 순간이다.

김동은 허니랩 대표가 대학교 시절 겪은 일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경험담이다.

일상을 돌아보면 대부분의 포장재는 플라스틱으로 돼 있다. 편의성은 뛰어나지만, 지구에는 불편함을 안겨준다.

실제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로 생태계 피해가 심각하다는 경고가 매년 미디어를 통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속적인 노출로 사람들의 위기의식은 높아졌다. 하지만 플라스틱 대체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장바구니에 플라스틱이 넘쳐나는 이유다.

이에 김동은 대표는 폐기물 문제를 근본으로 해결하고자 '플라스틱 프리'를 모토로 마음 맞는 송권일(32)씨, 김찬희(30)씨와 허니랩을 설립하게 됐다. 허니랩은 밀랍을 활용해 지구와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친환경 포장팩을 만들고 있다. 지난 2018년 설립된 이후 2019년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받았다.

김 대표는 “앞서 말한 대학 시절의 경험을 기억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천으로 옮기려고 노력했다”며 “마침 양봉에 관심이 있던 친구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던 친구랑 생각이 통했고 함께 지금까지 꾸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허니랩에서 제작한 친환경 제품.
▲ 허니랩에서 제작한 친환경 제품.

허니랩에서 만든 밀랍랩은 쓰다가 더러워지면 물로 세척해 여러 번 쓸 수 있다. 최대 6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자연에서 유래한 재료로만 만들어 버린 뒤에도 생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간다. 여러 번 쓰다 사용감이 떨어질 땐 별도 판매하는 고체형 허니 왁스를 녹여 다시 도포하면 새것처럼 쓸 수 있다.

허니랩이 소비자와 가까워지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밀랍, 송진, 코코넛오일 등의 소재를 써서 만든 데다 여러 번 씻어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생소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제품에 대한 인식 또한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일회용 비닐 랩 사용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 호르몬 걱정을 덜 수 있어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직면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가 친환경을 실천하려 할 때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기업 차원에서 플라스틱의 대체품을 찾아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소비자의 인식이 변화하는 만큼 기업도 이에 발을 맞춰 편리한 일회용품을 고집하기보다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품 생산뿐 아니라 교육 또한 중요하다”며 “친환경 교육 등을 꾸준히 병행해 자원순환 인식 전환을 넓히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겉은 녹색인데…속은 시꺼먼 '그린워싱'에 속지 말자

판촉용 텀블러·에코백 되레 쓰레기 양산

▲ 이날 오전 인천일보 편집국. 일회용 컵을 줄이자는 취지로 권해진 다회용컵은 사용되지 않고 쌓이기만 한다. 

'그린워싱(Green Washing)' 주의보가 울린다.

그린워싱은 녹색의 'Green'과 세탁의 'White Washing'이 합쳐진 단어로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그런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가리킨다.

그린워싱의 대표적 사례로는 디자인을 자주 바꿔 출시하는 텀블러나 에코백 등이다.

일회용 컵을 줄이자는 취지로 권해지는 텀블러 사용은 하나만 구매해 오래 사용해야 하는 데 오히려 소비를 조장해 더 많은 쓰레기가 생기게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한 브랜드 커피숍에서 진행한 리유저블컵 증정 행사를 두고 플라스틱 사용을 늘려놓고 되레 '친환경'으로 포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친환경으로 주목받는 '생분해 플라스틱'도 그린워싱이라는 따가운 시선이 쏠린다.

보통의 플라스틱보다 분해되는 속도가 빨라 환경에 영향이 적다고 알려졌지만 국내 쓰레기 처리 환경과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흔히 알려진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PLA 플라스틱은 약 60도 온도에서 6개월 이상 땅속에 묻었을 때 분해가 되는데 현재 국내에선 이 같은 매립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그린워싱 문제는 뜨겁다.

기업들이 검증되지 않은 친환경 성과를 홍보하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EU 소비자 규칙 개정안을 새로 공개하기도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제품의 친환경성을 공적 기관 등에 증명하지 못하면 에코(eco), 그린(green) 같은 친환경 표시 문구를 사용할 수 없다.

인천 지역 환경단체는 시민들의 높아진 환경 의식 수준에 맞춰 기업들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시민들의 환경 의식 수준이 날로 커지고 있기에 기업들이 어설프게 친환경 표시를 달고 나오면 안 될 것”이라며 “기업들도 소비자만큼 환경 의식 수준을 높여 포장재만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앞으로 생산단계 등 구조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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