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칭우 논설실장.
▲ 김칭우 논설실장.

북한의 코로나19사태가 통제 불가능한 재앙과 같은 상황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CNN은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을 상세히 소개하는 분석기사를 15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조선중앙통신을 인용 북한에서 현재까지 코로나19로 42명이 사망했고, 발열자는 82만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취약한 공종보건 체계와 주민 대부분이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우려스러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붕괴된 의료체계와 장비·약품 부족으로 대규모 환자를 돌보는 일은 북한의 의료체계에서는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유전자 증폭(PCR) 검사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발열 여부로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를 분류한다. 때문에 북한은 이동을 제한하고, 접촉 기회를 통제하는 고강도 봉쇄정책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전염성이 높은 코로나19의 확산은 재앙적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북한에 백신을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화이자·모더나 같은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을 지원하더라도 저온 상태를 유지하면서 배송하는 콜드체인 체계가 제대로 갖춰 있지 않다면 소용이 없다. 냉동차량과 수송유를 포함해 콜드체인 체계를 패키지로 지원해야 하는데 UN 및 글로벌 제재와 충돌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백신 접종 없는 봉쇄 방역 기조를 오히려 강화할 태세다. <노동신문>은 14∼15일 ▲기침이 나면 꿀을 먹으라 ▲커피를 마시지 말라 ▲버드나무잎을 우려 먹으라는 등의 민간 요법을 소개하고 김정은 총비서가 상비약품을 본부 당 위원회에 바친다며 의약품을 내놓은 사실을 보도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등의 대북지원을 위해 실무접촉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신속한 대응 필요성 등을 감안해 북한의 방역노력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북한측에 관련 제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우리 정부의 직접적인 대북 지원 제안에 응답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현물 등을 직접 지원한 것은 2010년 10월 수해지원이 마지막이다. 2019년 6월 유엔세계식량계획(WFP)를 통해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하고자 했지만, 북한이 거부하면서 지원이 보류됐고 사업비도 결국 환수됐다.

북의 재앙적 상황에 맞춰 남도 적극적이면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인도주의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백신 보다 발열을 잡을 수 있는 해열제, 감기약 등 상비약 지원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각 가정마다 비축해둔 상비약을 꺼내는 운동이 벌어졌으면 한다.

/김칭우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