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 헌혈자 수 급감
혈액 보유량 부족 '국가적 비상'

성도들, 생명 지킨다며 팔 걷어
불과 2주만에 1만8478명 동참
6000명 예상 기분 좋게 빗나가

적정 보유량 상회 5.9일분 확보
적십자사에 증서 3만여장 전달
“위기 극복에 큰 도움” 감사 인사
▲ 9일 신천지예수교회가 대한적십자사에 헌혈증서와 기부권을 기증하는 전달식을 개최했다./사진제공=신천지예수교회

코로나19가 오랜 기간 전 세계를 휩쓴 악영향은 우리나라 혈액관리 분야에도 미쳤다. 대외활동이나 외출 자체를 꺼리다 보니 헌혈자 수도 급격히 줄었고 정상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할 혈액량이 기준보다 한참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한적십자사가 최소 가지고 있어야 할 혈액은 5일분인데 점점 3.5일분에 머물렀으며 즉시 의료기관에 공급 가능한 혈액은 주의단계인 2.3일분까지 급감한 적도 있었다. 긴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생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국가적 비상사태가 최근까지 계속됐다. 이때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총회장 이만희·이하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들이 말 그대로 팔을 걷어붙였다. 타인의 소중한 생명을 지킨다는 일념에 피를 나누기로 하는 단체 헌혈에 나선 것이다.

▲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들이 헌혈캠페인 생명ON에동참한 후 기쁜 마음을 표헌하고 있다./사진제공=신천지예수교회

▲예상은 6000명, 실제는 3배 넘는 1만8478명

신천지예수교회는 성도들에게 현재 우리나라 혈액 수급 상황과 헌혈의 의의에 대해 알렸다. 당초 교회 측은 6000명 정도가 헌혈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 상황이라 완치 후 1개월이 지나야 헌혈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 확진 이후 건강상태나 개인 컨디션 등을 고려했을 때 얼마나 가능할지 예측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헌혈 기간도 4월18일 시작해 약 보름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지난달 18일부터 단 3일 만에 6000명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참여를 희망하는 성도들로 헌혈버스와 혈액원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어지는 행렬에 1만8478명이 헌혈을 마쳤으며 여기까지 딱 2주가 걸렸다. 역사상 단일 단체가 단기간 참여한 최대 기록이었다. 다만 실제 헌혈하려고 온 성도는 이보다 훨씬 많은 2만7026명이었다. 이 가운데 빈혈이나 저체중 등의 상황으로 약 1만명이 아쉽게 발걸음을 되돌렸을 뿐이다.

 

▲ 왼쪽부터 우광호 인천혈액원장, 정천석 마태지파 지파장./사진제공=신천지예수교회

▲헌혈캠페인 생명ON

'헌혈캠페인 생명ON'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신천지예수교회의 헌혈 첫날인 18일 오전 10시 인천 송도국제도시 헌혈의 집에 우광호 인천혈액원 원장도 방문했다. 그는 “오미크론으로 어려운 시기에 신천지 자원봉사단의 헌혈참여는 혈액수급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신천지자원봉사단에 감사를 표했다.

전국의 12지파와 보조를 맞추어 인천의 마태지파에서도 '헌혈캠페인 생명 ON'에 동참했다. 성도 헌혈자들이 송도, 부천, 구월 주안 등지의 4곳의 헌혈센터에 찾아 대기 순서에 따라 헌혈 대에 누었다.

마태지파 여섯 교회 담임들과 중진들을 대동하고 헌혈에 참여한 정천석 마태지파장은 “신천지는 코로나 때에도 대구에서 4000명이 혈장공여에 참석하는 등 매년 헌혈 행사를 했다”고 밝혔다. 정 지파장은 이어 “이만희 총회장께서 생명을 주는 행위로 헌혈봉사를 중시한다”며 신천지가 헌혈봉사에 적극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송도 센터를 찾아 헌혈한 마태지파 성도 김승우(가명·60세)씨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피를 흘린 것이 생명을 구원하기 위함이었다 “며 이번 헌혈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헌혈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구월 센터를 찾은 신천지 신도 박수진(가명·55세)씨는 "코로나로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봉사하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이번 헌혈로 누군가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면 그것보다 보람된 일이 어딨겠냐"며 환한 모습을 보였다.

4월18일 헌혈의집 주안 센터에서 정유진(가좌동·53세)씨는 “자원하는 마음으로 헌혈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코로나19 기간 중 암 투병 중인 지인을 위해 이미 두 차례 헌혈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성도들의 자발적 동참과 헌혈캠페인 장려를 위해 단체 헌혈 첫째 날 총회 본부를 비롯한 전국 74개 교회 중진 등 사역자들이 앞장서 헌혈에 나선 것이 많은 성도를 자발적으로 헌혈 현장으로 이끈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번 단체 헌혈에는 최다 헌혈자에서 최초 헌혈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도들이 마음을 모았다. 이번 단체 헌혈에 참여한 100회 이상 헌혈 성도는 16명이고, 이중 최다 헌혈자는 울산교회 최병혁 성도로 현재까지 538회 참여해 혈액관리본부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또 국가적 위기라는 소식을 듣고 생애 최초로 헌혈에 참여한 20대 청년들과 부녀들도 다수가 참여했다.

 

▲ 헌혈이 급감했던 2020년 당시 혈액저장고가 텅 빈 모습./사진제공=대한적십자사
▲ 헌혈이 급감했던 2020년 당시 혈액저장고가 텅 빈 모습./사진제공=대한적십자사

▲전국 혈액 난 한 번에 해소

최근까지만 해도 3일분을 조금 넘기는데 그쳤던 국내 혈액 보유량이 신천지예수교회 단체 헌혈로 일거에 해결됐다.

적정 보유량인 5일분보다도 월등한 5.9일분을 기록했다.

신천지예수교회는 단체 헌혈을 통해 모은 헌혈증뿐 아니라 헌혈 기부권도 모두 대한적십자사에 기증했다.

헌혈 기부권은 헌혈 후 주는 기념품을 받는 대신 그 금액만큼 기부할 수 있도록 대한적십자사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다. 신천지예수교회는 헌혈참여 성도들에게 이를 선택할 수 있게 했고 지금까지 모인 기부권만 1억원 상당이다.

지난 5월9일 신천지예수교는 전달식을 열고 대한적십자사에 헌혈증서 3만1528장과 1억1280만2000원 상당 헌혈 기부권을 기탁했다.

이날 행사에 혈액관리본부 조남선 본부장과 신천지 총회 양진숙 봉사교통부장 등을 비롯한 양측 관계자가 참석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신천지의 이번 희생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필요로하는 헌혈 인원 5400명의 4배에 근접한 인원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혈액수급 위기상황 극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기증받은 헌혈증서는 수술 또는 치료과정에서 수혈받은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경감을 위해 지원하고, 헌혈 기부권 또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부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천지예수교는 지난 2020년에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3741명의 성도가 단체 혈장공여에 참여한 바 있다”며 “이 혈장은 그동안 코로나 치료제 개발과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