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지혜 사회부 차장.

영화의 장르 불문, 극장 자리에 앉아 커다란 팝콘 컵을 무릎에 올려 한 손으로 감싸는 행위는 관람의 흔한 도입부다.

건조하게 스걱거리면서도 끝내 눅진한 반전 뒤끝을 남기고야 마는 이 알갱이에 습관적으로 손이 간다.

공포물에 대해서는 쫄깃해진 심장을 달래느라 한 알, 뻔한 로맨스는 지루해서 한 알, 장황한 시대극은 보조를 맞추느라 한 알, 코믹영화를 볼 땐 유쾌하게 한 알 입에 넣는다.

'영화관=팝콘'의 등식이 성립된 지 오래인데 팝콘의 역사도 1810년쯤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됐다.

일리노이즈, 인디아나, 아이오와, 캔자스, 켄터키, 미시간, 미주리, 네브래스카, 오하이오 등지에서 생산되는 옥수수를 가열하면 수분과 유분이 단단한 껍데기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수증기 상태로 갇히면서 내부 압력이 상승한다. 이때 급격히 팽창하면서 터져 수 배로 부풀어 오르는 옥수수가 바로 팝콘 형태다.

우리나라에만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강냉이는 이 팝콘 옥수수로는 만들지 못한다. 강냉이는 밀폐된 고열 고압 상태에서 출구가 개방되고 외부 압력이 급속도로 떨어질 때 부풀어 오르는 방식으로 생기기 때문이다.

팝콘 옥수수는 한국에서 재배하지 않는 폭립종이고 강냉이는 찰옥수수로 잘 알려진 납질종으로 만들어 종 자체가 다르다.

영화를 보면서 팝콘을 먹게 된 유래는 영화 애호가들이 간편하고 식사 대용으로까지 먹을 수 있는 고급 간식 팝콘을 즐겨 먹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1880년대 증기를 쓰는 이동식 팝콘 튀김기가 나오면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유원지나 극장 앞에서 손쉽게 팔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아무튼 서양식 영화 상영 방식이 도입될 때 팝콘 문화 역시 그대로 들어온 것이 우리나라 영화관 팝콘의 역사 아닐까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관 팝콘도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이 자기네들 팝콘만 먹을 수 있게 오랫동안 제한한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권고 명령을 내린 것이 2008년이었다. 이에 따라 모든 외부 음식 반입이 허용되기도 했다.

비싼 몸값 논란도 있었다. 극장에서 판매되는 단품 팝콘 가격은 5000~6000원 선이다. 여기에 음료수 등 세트로 구성하면 1만원을 넘는다. 영화 관람료에 맞먹는 수준이지만 팝콘의 원가는 600원에 불과하다. 거의 10배를 상회하는 장사인 셈이다.

최근 시민단체가 조사한 영화관 이용객 불만사항에서 팝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항목이 단연 상위권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여러 수난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가득 채운 버터 섞인 미끄럽고 고소한 냄새에 참을 수 없이 한 통 사게 되고야 마는 팝콘.

이런 팝콘을 먹는 일이 한동안 영화관에서 금지됐었다. 코로나19로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돼서다.

그러다가 거의 2년만인 최근 정부가 거리두기 방침을 완화하면서 극장 내 취식도 허용했다. 영화 보면서 팝콘에 콜라, 오징어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됐다.

팝콘을 먹으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고 그렇다면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 조치와 다름없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어찌 됐든 공룡 3사조차 휘청일 만큼 영화관람 자체를 못했던 코로나 지난날이 팝콘 허용을 기점으로 활기를 되찾을 거라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해제와 동시에 각 극장이 팝콘을 더 주거나 할인해 주는 등의 이벤트를 여는 것은 물론 히어로물과 한국 액션영화들을 쏟아내며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장지혜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