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4일 인천문예회관서 '워터캐슬-토끼탈출기' 공연

윤성주 예술감독 “등장인물, 인간 삶의 축소판”
장지영 무용수 “통통 튀는 토끼 역 소화에 집중”
유나외 무용수 “대사·노랫말 없이 완벽히 표현”

 

 ▲ 인천시립무용단 장지영(왼쪽부터) 무용수, 윤성주 예술감독, 유나외 무용수.

휘황찬란 용궁에 사는 용왕에게 병이 들었는데 토끼의 간을 따뜻할 때 먹으면 낫는다고 했다. 별주부 자라가 토끼를 꼬여 용왕에게 데리고 오지만 “간을 두고 왔다”는 꾀를 낸 토끼가 위기를 모면하고 육지로 도망친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전래동화, 별주부전은 수궁가, 토끼의 간 이야기 등 제목도 여러가지다.

익숙한 이 줄거리를 춤으로 표현한다면 어떨까.

인천시립무용단이 판소리 수궁가를 바탕으로 만든 창작 신작 '워터캐슬-토끼탈출기'를 선보인다.

무용으로 승화하기 드물었던 소재일 뿐 아니라 기존의 원작을 재해석한 시도여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번 작품의 윤성주 감독과 토끼역 배우 2명을 미리 만나봤다.

▲ 인천시립무용단 장지영(왼쪽부터) 무용수, 윤성주 예술감독, 유나외 무용수.

▲춤으로 재탄생한 고전, 무대 위 별세계 느끼시길

워터캐슬의 안무·연출을 맡은 윤성주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에게 꿈이 있다. 적벽가·춘향가·흥부가·심청가·수궁가 5대 판소리를 무용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의 춤 인생을 통틀어 꿈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이다.

“삶과 죽음, 약육강식, 기회와 절망… 수궁가의 등장인물은 우리 인간 삶을 축소한 모습이죠. 이를 대사가 필요 없는 드라마, 우리 춤으로 표현하는 과정이야 말로 대단한 기획이었어요.”

윤 감독은 착취나 서민으로 대표되는 계층의 상징성을 과감히 다시 바라보고 이번 작품에서 각각의 개인으로 그려냈다. 자라 역시 용왕을 위한 충성심 보다는 떠맡은 업무를 어떻게든 해결해서 자리보전 하고 싶은 거대 조직의 말단이다.

“훨씬 더 현실에 가깝게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 넣었죠. 안무가들은 여러 순간 속에서 끝없이 변하는 인물을 표현하는 동시에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씁니다. 군무에서 절정을 이룰 역동성을 통해 관객들이 짜릿한 무용의 세계로 들어오셨으면 좋겠어요.”

▲ 인천시립무용단원들의 '워터캐슬-토끼탈출기' 연습 모습.

▲두 마리 토끼, 장지영·유나외 무용수

5월13일 오후 8시와 14일 오후 4시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2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공연의 두 주인공은 다른 어떤 작품과도 차원이 다른 연습에 한창이었다.

장지영 무용수는 한국무용의 전통적인 부채·장구 춤이 아닌 새로운 방식이어서 더 그렇다고 말했다.

“토끼 특성상 움직임이 아주 많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체력도 두 배로 요구됐죠. 기초 체력을 기르고 통통 튀는 인물을 소화하려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나외 무용수는 '워터캐슬-토끼탈출기'를 통해 관객들이 무용을 어렵지 않게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제가 맡은 토끼는 제 욕망에 집중하며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는 나와 같은 존재죠. 대사와 노랫말 하나 없이 이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무용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