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도국제도시 근처 숨은 명소 남동유수지(사진 위). A49 이름이 붙여진 인천-홍콩을 오가는 저어새(2021년, 11월 남동유수지에서 떠나 12월 홍콩에 도착한 모습) /사진제공=AFCD, HKSAR

아암대로를 통해 인천 송도로 향하는 길에는 '철새 도래지 속도제한 표지판'이 보인다. 그 길을 지나가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철새가 어디 있는지 궁금증을 가져보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운이 좋았다면 송도갯벌(도로 왼편)에서 남동유수지(도로 오른편) 및 근교 서식지로 이동하는 철새들을 살짝 엿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이 주변은 철새들이 매년 알래스카에서 호주, 뉴질랜드까지 수만 ㎞를 왕복하기 위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도요물떼새 생태핫플레이스이다. 그뿐 아니라, 송도 신도시와 남동공단 조성 이후 남동 유수지의 수위 측정을 위해 인공섬이 만들어 지면서 서식공간이 부족했던 철새들에게 좋은 휴식터가 되어주었다. 특히 전 세계에 6000여 마리(2022년 기준) 밖에 남지 않은 국제 멸종 위기종이자 인천시 깃대종인 '저어새'에게는 특별한 고향이기도 하다.

저어새는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 서남해 갯벌 일대의 무인도에서 번식하고 일본, 중국 남부, 홍콩, 대만,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월동을 한다. 2000㎞ 이상을 쉬지 않고 우리나라로 날라와서 좁은 섬에 둥지를 틀고 번식 활동을 마치면 갓 태어난 저어새 유조들과 장거리 비행 훈련을 시작한다. 충분한 연습이 되었을 무렵 가을이 오고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올 수 있을지 기약하며 다시 떠나는 여정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번식하는 저어새 중 인천을 의존하고 있는 비율이 80%나 된다. 이곳을 지켜내지 않는다면 월동지로 이동조차 어려운 저어새의 개체 수가 감소되고 멸종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무심히 지나쳤던 남동 유수지에 이런 현실을 모르는 인천 시민이 대부분일 것이다. 과거 50년 동안 황해 갯벌 면적 65%가 훼손되면서 그로 인해 철새이동경로 상의 일부 주요 종들이 연간 약 9-24% 감소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종의 멸종 위기 위협도 점차 심각해질 것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이 감소율에 대해 실감치 못할 수 있지만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귀한 생명체들을 미래세대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곧 멸종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3월 초에도 어김없이 저어새가 인천에 도착했다는 소식! 노를 젓듯이 부리를 저어 먹이활동을 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의 저어새를 한 번만 자세히 보면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독특한 생김새를 갖고 있다.

벚꽃이 떨어지고 여름이 시작될 때쯤 우리는 인천지하철 1호선 동막역(저어새 생태학습관역) 근처 남동유수지에서 저어새 가족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된다. 매년 5월 셋째 주 토요일(올해, 5월 21일 예정)에는 저어새 생일잔치가 열린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인천을 찾아오는 저어새에게 위로와 감동받아 온 인천시민 및 활동 단체들이 만들어가는 축제이다. 이런 가치를 몇 십 년간 묵묵히 알리고 지켜왔던 보전노력으로 인해 20년 동안 개체 수가 약 7~8배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다른 종들의 비해 저어새 개체 수는 여전히 적고 앞으로 급감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 속에 보이는 저어새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생태계 연결고리를 증명해 주는 인천 도심 속 혹은 송도, 강화, 영종 갯벌 곳곳 아직 남아있는 생태공간들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의 실익을 위한 용도를 사용하지 않고 조금은 더 현명하게 자연과 공존하며 이용할 수 있는 '인천의 생태핫플레이스'들이 유지되고 만들어지기를 바라본다.

/도혜선 EAAFP 사무국 프로그램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