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탄소중립 해법 되려면…재생에너지 늘려야”

전기차 전도사 성흥용씨 “타 본 사람들은
기름차로 못 돌아가…연료비도 거의 안 들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분야별 전략 포괄
기본법 지난달 시행…목표 달성 수단 담아

인천 작년 7454대 등록…증가율 139% 최고
화석연료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전환해야 효과

남한 기후변화보고서 “온실가스 감축 못하면
21세기 후반 86.4일 폭염…피할 수 없는 과제”

여기 두 개의 인천이 있다.

50년 후인 2071년 인천 연평균 기온은 15.9도로 올랐다. 2010년 12.0도보다 3.9도 높아졌다. 

2018년 기상청이 펴낸 ‘인천시 기후변화 전망분석서’ 예측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연평균 상승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시민들은 무더위로 기후변화를 체감했다. 21세기 초반만 해도 연간 3.2일에 그쳤던 폭염일수는 39.1일로 늘었다. 2.0일이었던 열대야일수는 44.7일이 됐다.

폭염과 열대야가 상징하는 날씨는 여름과의 전쟁이나 다름없다. 사계절은 무색해졌다. 여름은 148일로 길어졌다. 일년 중 다섯 달이 여름이다. 반면 겨울은 69일뿐이다.

강수량과 비가 오지 않는 날도 동시에 늘었다. 집중호우가 내렸다가 가뭄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식량 위기는 현실이 됐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하수도가 감당하지 못하면서 침수는 빈번해졌다. 해수면 상승은 저지대를 위협한다. 코로나19 종식으로 잠시 벗었던 마스크는 대기오염 탓에 다시 일상이 됐다. 전 지구적 경고에도 저감 노력 없이 과거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한 결과다.

또 다른 인천이 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이행되면서 화력발전은 중단됐고, 도로에는 전기·수소차만 오간다. 도시는 숲과 나무로 채워졌고, 건물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자체 생산한다. 2018년 인천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채택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각국이 따르면서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은 ‘0’이 됐다.

2071년 인천 연평균 기온은 14.3도로 올랐다. 온난화가 억제되면서 폭염일수는 19.3일이 됐다. 과거보다 급증한 수치지만, 탄소중립을 이행하지 않은 시나리오의 절반에 그친다. 여름은 134일로 늘고, 겨울은 93일로 줄었어도 사계절은 남아 있다. 

50년 후 인천, 그리고 지구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머나먼 미래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과학적 예측이다. 기상청은 지난해 발간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서 “21세기 후반기의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현재보다 2.6~7.0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시나리오의 기온 상승폭은 인류에 심각한 기후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치”라고 밝혔다. 인천이 지속가능하려면, 나아가 인류가 지구에서 생존하려면 탄소중립말고는 남아 있는 선택지가 없다.

“경유차를 끌고 다닐 때는 환경 감시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는데, 전기차를 몰면서부터 주변에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당당해졌죠.”

인천상공회의소에 다니는 성홍용(54)씨는 자칭 '전기차 전도사'다. 지난 2019년 처음 전기차를 몰기 시작했고, 얼마 전 실내 공간이 넓은 차로 바꿨다. 역시 전기차다. 그의 말을 듣고 전기차를 구매한 지인도 5명이나 된다.

지난달 30일 낮 12시30분쯤 점심시간을 쪼개 인근 주차장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던 성씨는 충전기 화면을 가리켰다. 단 5분 만에 59%였던 배터리는 62%로 올랐다. 충전 비용은 1111원이 찍혔다. 주행 가능 거리는 228㎞였다.

“전기차를 타본 사람들은 다시 휘발유나 경유차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해요. 충전요금이 예전보다 올랐지만 세제 혜택 등을 포함하면 연료비는 거의 안 들어간다고 봐도 되거든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긴 해도 휘발유나 경유차를 몰면서 주유소 찾아다니던 걸 생각하면 불편한 것도 아니에요.”

 

화석연료로 가는 전기차의 역설

▲ 지난달 30일 인천 남동구 한 주차장에서 성홍용씨가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 지난달 30일 인천 남동구 한 주차장에서 성홍용씨가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지난해 인천에서 전기차는 7454대가 신규 등록됐다. 누적 등록치로 보면 1만2820대에 이른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보다 전기차 보조금과 배정대수가 많은 인천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139%의 증가율을 보였다”며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등에 따라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은 높은 증가세를 나타낸 반면, 상대적으로 경유차는 총 등록대수가 증가세를 멈추고 처음으로 감소됐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보급은 수송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핵심 과제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보면, 석유 의존도가 높은 수송 부문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3.5%(2018년 기준)를 차지한다. 전체 차량 대부분이 무공해차로 전환되는 시나리오대로라면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보다 97.1%가 감축된다.

전기차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시나리오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지만, 탄소중립을 특정 분야의 수치로만 접근하면 '착시효과'가 생길 수 있다. 인천시 자료를 보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즉 소비되는 전력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6.22%에 그친다. 단순 계산하면 전기차 100대 가운데 94대는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된 전기로 운행된다는 얘기다. 에너지 전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기차도 탄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조경두 인천기후환경연구센터장은 “전기차가 탄소중립의 해법이 되려면 전기차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더 빨리 높아져야 한다”며 “예를 들어 서울에서 전기차 보급이 대폭 확대되면 화력발전으로 수도권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는 인천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50년까지 전 지구적인 탄소중립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에너지 전환과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 수소, 흡수원 등 분야별 전략을 포괄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시나리오에는 화력발전 전면 중단(에너지), 전기·수소차 전면 전환(수송), 화석 원료를 재생 원료로 전환(산업), 건축물 에너지 효율 향상(건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기존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불가피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를 최대한 흡수해야 하는 탄소중립은 모든 부문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 걸음씩 내디딜 수 있다. 수송뿐 아니라 발전, 산업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전환이 불가피하다. 앞서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8년 인천에서 채택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1.5도 이하로 평균 온도 상승을 억제하려면 2050년까지 전 지구적인 탄소중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도 지난달 25일 시행됐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흡수량을 높여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담은 법률이다.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에는 탄소가 들어 있다.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했다. 2018년 7억2760만t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 40% 수준인 4억3660만t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2018년은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배출된 해였다. 유럽은 1990년 이전, 미국은 2000년대 초반, 일본도 2013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었다.

이정표는 세워졌지만, 탄소중립을 향한 길은 아직은 낯선 여정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데,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35%를 차지하는 철강·석유화학 등 산업 부문은 원료부터 공정까지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약속의 땅' 인천, '환경도시' 첫발

멀고도 낯선 탄소중립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남한 상세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보면,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못한 시나리오(SSP5-8.5)에서 수도권 연평균 기온은 현재 11.5도에서 21세기 중반(2041~2060년) 14.5도로 높아진다. 21세기 후반에는 18.0도에 이른다. 폭염일수는 현재 7.8일에서 21세기 중반 34.3일로 늘어난다. 21세기 후반에는 폭염일수가 86.4일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 경제 성장을 가정한 시나리오(SSP1-2.6)에선 21세기 후반에도 수도권 연평균 기온은 13.8도에 머무를 것으로 국립기상과학원은 내다봤다. 폭염일수 역시 같은 시나리오에서 25.0일에 그친다.

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로 국제사회가 탄소중립을 약속한 땅인 인천은 탄소중립이 절실한 도시다. 인천 전력 생산량 가운데 60.6%는 석탄화력발전이고, 항만·공항을 품고 있으며, 국민 절반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도 위치해 있다.

인천시가 지난 2월 확정한 '2040 인천도시기본계획'에서 미래상은 “행복하게 세계로 나아가는 환경도시 인천”으로 제시됐다. 도시 관리의 지침이 되는 최상위 종합계획에서 지속가능한 환경이 우선순위로 규정된 것이다. 장정구 인천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은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으로 환경특별시를 향한 발걸음을 이어가면서 도시의 밑그림 자체가 '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에너지와 자원순환을 전환하는 도시계획을 바탕으로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민·이아진 기자 smlee@incheonilbo.com

 


 

“지구 온도 상승 1.5도 이내 유지” 세계가 뭉쳤다

2018년 송도서 'IPCC 총회' 개최 …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채택
2도 상승땐 생태계·식량·보건 시스템 위험 … '2050 탄소중립' 목표 도출

지난 2018년 10월1일부터 닷새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 135개 국가 대표단과 국제기구 대표 등 570여명이 모였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당시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세계 모든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협상을 지속해온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도로 억제한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이를 바탕으로 IPCC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작성했다.

특별보고서를 보면 평균 온도가 2도 올랐을 때, 그리고 1.5도 이하로 상승을 억제했을 때의 차이는 명확하다. 0.5도 차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은 급증한다.

IPCC는 특별보고서에서 “1.5도 온난화보다 2도 온난화에서 곡물 수확량은 더 감소할 것이고, 물 부족 위기에 처하는 인구는 많아지며, 경제성장의 위험 또한 커질 것”이라며 “2도 온난화에서 생태계·식량·보건 시스템에 대한 적응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1.5도 지구온난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출된 결과물이 '2050 탄소중립'이다. 2018년 10월 인천에서 승인된 특별보고서는 “2100년 지구 기온의 상승 폭을 1.5도 미만으로 제한하려면 인간활동에 기인한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까지 감소시키고, 2050년에는 순제로(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통령 소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온실가스 감축, 즉 탄소중립 노력은 기후변화 피해 최소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사회의 빠른 변화 속에서 준비가 늦어진다면 국가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며 경제위기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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