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역사상 첫 시행 ‘시끌벅적’
경기지역 응시자 778명 몰려
지문 너무 많아 ,  시간 꽤 빠듯
응용문제 다수,  훨씬 어려워

국민의힘이 정당 역사상 처음 시도한 6·1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에서 예상보다 어려운 시험 난이도 탓에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17일 오전 7시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동남보건대학교 해운관 앞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실시하는 ‘공직후보자기초자격평가’(PPAT)를 치르려는 응시자들로 북적였다. 경기지역 응시 대상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신청한 광역의원(205명)·기초의원(460명)·광역비례(28명)·기초비례(85명) 등 총 778명으로, 이 중 400명은 경기남부 고사장이 마련된 동남보건대, 나머지는 경기북부 고사장인 일산고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날 동남보건대 앞은 입실 완료까지 1시간 남은 오전 7시부터 응시자들이 밀려들었다. 재선 또는 3선 이상 다선에 도전하는 출마자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웠고, 복수 후보자가 공천을 신청했거나 비례대표로 출마한 이들은 비교적 긴장된 표정이었다. 응시생들은 다른 출마자들과 수다를 떨면서 긴장을 풀거나 출력한 예상문제집을 막판까지 훑어보면서 공부에 집중하는 등 제각각이었다.

앞서 국민의힘은 당초 PPAT 상대평가 계획을 절대평가로 바꿔 지역구 출마자에게 공천 가산점(최고 10%)을 주기로, 비례대표의 경우 광역·기초 각각 70점, 60점 이상을 받아야 공천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정했다. 사실상 지역구에서 홀로 공천 신청을 넣어 단수 공천이 예상되는 후보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시험은 1시간 동안 총 30문항(4지 선다형) 100점 만점으로 치러졌다. 시험영역별로 ▲공직자 직무수행(기본 역량)에서 당규(5문항)·공직선거법(5문항) ▲분석 및 판단력 평가에서 자료해석 및 상황판단(PSAT) ▲현안분석 능력(국민의 시사)에서 당 정책(대북·외교안보·안전과사회·청년·지방자치 분야별 각 3문항) 등 문제가 출제됐다.

시험이 종료되자 해운관 입구는 아우성 치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저마다 ‘읽어야 하는 지문이 너무 많았다’, ‘시간이 남을 줄 알았는데 꽤 빠듯했다’, ‘예상문제보다 훨씬 어려웠다’는 등 시험 난이도에 대해 토로하는 목소리가 컸다. 응시자 대다수는 예상보다 시험 수준이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당이 제공한 동영상 강의와 예상문제만 공부해서는 답을 맞출 수 없고, 기초자료를 습득해 응용하는 문제가 다수였다고 응시자들은 전했다.

예상문제에서 보기 순서만 바꾼 수준으로 무난하게 맞힐 수 있는 문제도 있었던 반면, 주어진 표를 해석해서 틀린 설명을 골라야 하는데 정답을 쉽게 고를 수 없도록 보기를 변형해서 출제한 문제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인구 수 증감 등 숫자를 활용해 응용력을 평가하는 문항에서는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했다는 후기도 잇따랐다.

한 여주시의원 출마자는 “인지도를 높이느라 외부활동하는 시간이 촉박한 와중에 유튜브 영상과 예상문제집을 열심히 봤는데 답을 정확히 아는 문제는 6∼7개밖에 되지 않았다”며 “나머지는 주어진 정보를 이해해서 응용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였는데, 많이 틀렸을까봐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재선에 도전하는 이애형(비례) 경기도의원은 “단순히 예상문제를 외운다고 풀 수 있는 게 아니라, 문항을 변형해서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다수를 이뤘다”며 “의정생활을 경험해 자치법규나 법조항에 익숙한 나로서는 풀기 수월했지만 이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난이도가 상당해 변별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단수 공천이 예상돼 시험에 크게 의의를 두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기초의원으로 초선을 지내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의원으로 체급을 올린 한 출마자는 “어차피 단수공천이 예상돼 시험 점수가 크게 의미가 없다”며 “5문제 남은 상황에서 집중하기 어려워 시험지와 답지를 제출하고 자리를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19일까지 6·1 지방선거 공천 신청자 대상 면접을 진행한 뒤 PPAT 결과와 합산해 공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박다예 기자 pdy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