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숨바꼭질하는 마음으로 외부와의 약속을 잠시 미루어두고 내면에 감추어진 전원을 켜서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내가 나와 사귀는 시간, 내가 나와 놀아주는 여유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만 다른 이와의 관계도, 앞으로 해야 할 힘든 일들도 더욱 슬기롭게 꾸려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다 ‘숨고 싶은 갈망’이 생겨도 바쁜 것을 핑계로 이를 묻어버리지 말고 애써 숨을 곳을 찾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그 장소는 집 안의 빈 방이나 정원일 수도 있고, 절이나 성당, 교회일 수도 있으며 산이나 숲, 강이나 바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가 나와 만나기 위해 잠시 일손을 놓고 일상에서 물러나 조용히 기도하는 것, 하늘과 노을을 바라보는 것, 새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엔 깊고 맑은 평화가 흐를 것입니다.
 이런 시간을 자주 갖는 습관을 들이면 들일수록 우리는 어느 날 문득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아, 알았다. 가끔은 혼자 숨어 있을 필요가 있는 걸. 이것이 바로 내가 나에게 주는 좋은 선물임을 왜 진작 몰랐을까.”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샘터 刊)’ 중에서-